10배 줄인 스벅 '텀블러 키링' 품절...2030 '패션 언어'된 키링 [비크닉]

직장인 김모(28)씨의 출근용 가방에는 요즘 구하기 힘들다는 ‘텀블러 키링(열쇠고리)’이 달려 있다. 높이 18㎝짜리 텀블러를 8.5㎝로 줄인 이 제품은 부피가 실제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출시 직후 품절되며 중고 거래가가 서너 배까지 뛰었다. 김씨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실용성까지 갖췄다”며 “요즘 가방 스타일은 어떤 키링을 다느냐로 완성된다”고 말했다.
작은 키링이 2030의 ‘패션 언어’로 떠오르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에서 큰 지출 없이도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면서다. 소셜미디어(SNS)에선 ‘#왓츠인마이백’ ‘키링 인증샷’ 같은 콘텐트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유행에 불을 붙였다. 키링은 일상 소지품에 개성을 덧입히는 하나의 소비문화로 상징한다.
이런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10월 전국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9%가 “최근 키링을 여러 개 달고 다니는 사람을 자주 본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응답자에선 “단순 장식 이상의 패션 언어”로 인식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관심은 구매로 이어진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48.8%가 최근 6개월 내 키링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유통 업계는 키링을 단순한 굿즈가 아닌 ‘팬덤 상품’으로 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키링 팝업 ‘무용지용’을 통해 고객이 키링을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꾸며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일부 키링은 품절템 수준에 올랐다. 지난해 11월에 출시해 오픈런을 불러일으킨 스타벅스 ‘미니어처 텀블러 키링’은 소비자 요청에 이달 16일 재출시됐지만 서울 시내 주요 매장에선 출시 첫날 오전부터 품절됐다. 이케아의 장바구니 키링은 출시 5년 만에 찾는 이가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키링 열풍을 불황기 소비 심리가 만들어낸 ‘보상 소비’로 해석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모든 유행을 따라가기엔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키링처럼 소형화된 아이템은 적은 비용으로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이를 소유하며 얻는 심리적 만족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해 12월 키링과 같은 소형 액세서리 열풍을 보도하며 “젊은 세대가 큰 지출 없이 스타일을 빠르게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라며 “특히 하나의 아이템을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멀티 유즈’ 제품이 앞으로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린 기자 kim.se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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