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차 관세, 그린란드 관세…대법원 판결 앞두고 폭주하는 트럼프 관세

임성수 2026. 1. 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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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구체적 실행 방안은 없어
이란 2차 관세도 아직 적용 안 돼
트럼프, 대법원 판결 앞두고 “관세 왕” 사진도 올려
유럽연합(EU)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옆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들어 ‘관세 시즌 2’라고 할 정도로 관세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상호관세 발표 이후 각국과의 무역 협정 이후 잠잠했던 관세 정책이 새해 들어 이란 교역국에 대한 2차 관세, 그린란드 지원 국가에 대한 보복성 관세 등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없어 협상용 엄포거나 관세 정책에 대한 판결을 앞둔 연방대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에 군사 훈련을 지원한 유럽 8개국에 관세 10%를 부과했다. 지난 12일에는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이란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의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지난 일주일간 국가별 관세 위협을 쏟아낸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세를 집행하겠다는 건지는 모호하다. 그린란드를 지원한 유럽 국가들은 이미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지은 영국과 유럽연합(EU) 소속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이 일부 EU 국가에는 관세를 부과하면서 다른 국가들은 면제하는 방식이 어떻게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며 “이 경제 블록은 공동 무역 정책을 공유하는 27개 회원국 간 내부 국경에서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한다”고 지적했다. EU 블럭 안에서 관세가 불균등해질 경우 기업들은 관세가 낮은 EU 국가에서 상품을 수출하는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를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폴리티코도 “EU는 이미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대부분의 수출품에 대한 15% 관세 부담을 안고 있다”며 “단일 시장으로 묶인 유럽 대륙 내에서 개별 국가들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대통령이 실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앞서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인접한 중동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추가 관세를 붙여야 하는데 이는 휴전 중인 미·중 무역 협상의 판을 깨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트루스소셜로 관세를 위협했다고 철회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유럽 국가에도 와인과 샴페인 등 주류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관세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트럼프가 최근 관세 폭탄의 근거 법률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WSJ는 그린란드 관세 부과와 관련, “트럼프는 관세 부과에 어떤 법적 권한을 사용할지 밝히지 않았으나 그의 기존 관세 조치 대부분은 IEEPA에 따른 대통령 비상 권한을 근거로 했다”며 “대법원은 현재 관세 부과에 이 법을 적용한 전례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AP통신도 “트럼프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비상 경제 권한을 법적 근거로 들어 (그린란드 관련 관세에) 행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20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도 참석하는데 이곳에서 유럽 정상들과 만난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유럽 정상과의 대면 전 그린란드 문제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도 해석된다.

트럼프는 최근 관세가 무효화될 경우 미국이 끝장날 것이라는 경고성 글을 트루스소셜에 연이어 올리고 있다. 16일에도 트루스소셜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관세 왕”(The Tariff King), “미스터 관세(Mister Tariff)”라는 문구를 올렸다.

트럼프는 IEEPA와는 별개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반도체 관세 부과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엔비디아 반도체 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조만간 반도체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때는 면제할 수 있다며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16일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주요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과 대만을 압박한 바 있다.

트럼프는 IEEPA에 근거한 관세 정책이 위법이 될 경우 ‘다른 수단’을 통한 관세 정책을 강조한 바 있다. 이 경우 무역확장법에 따른 품목별 관세 확대 적용 방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IEEPA처럼 광범위하게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트럼프 본인도 IEEPA 관세가 위법이 날 경우 환급 등 대혼란이 예상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하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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