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서 봄을 맞이한 강릉 앞바다가 보내는 경고
[진재중 기자]
산은 온통 하얗다.
대관령 자락에서는 칼바람이 쉼 없이 몰아치고, 산과 들녘은 깊은 한겨울에 잠겨 있다. 그러나 바다는 다른 시간을 품고 있다. 파도 위로는 냉기를 머금은 바람이 스치고 있었지만, 바닷속에 스며든 햇빛이 잠들어 있던 생명을 깨우며, 육지보다 한발 앞선 봄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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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포호수와 사근진 앞바다 |
| ⓒ 진재중 |
목적지는 강릉 경포해변과 인접한 사근진 앞바다로, 해변에서 접근하기 쉬운 멍게바위 일대다. 이곳은 한때 참 다시마가 자생하던 곳으로, 멍게바위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과거 해조류와 함께 멍게를 비롯한 어족 자원이 풍부했던 해양 환경을 간직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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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단한 암반에 자리잡은 해조류 군락(고프로 촬영)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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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지보다 한 계절 먼저 봄을 알리는 해조류가 바닷속에서 연둣빛 생명을 틔우고 있다.( 고프로촬영 ) |
| ⓒ 진재중 |
미역이 자라는 곁에서 도박이 붉은잎을 자랑하며 넘실거린다. 암반과 돌 틈 사이에서는 홍합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바닷속에서 어느새 봄이 스며들었음을 말해준다. 서로 다른 종의 해조류와 해양생물이 같은 암반 위에서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수중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해조류가 자라기 시작하면 어린 물고기와 다양한 해양생물이 모여들고, 해조류 숲은 이들에게 삶의 터전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곧 바다 생태계 회복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반가운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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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조류를 지켜보는 탐사대원들(2026/1/17) |
| ⓒ 진재중 |
수중 촬영을 마치고 물 밖으로 나온 한규삼 박사는 새롭게 돋아나는 해조류를 보며 반가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다시 자라기 시작한 모습은 인상적이지만, 전체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수중 영상을 지켜보던 전찬길 사단법인 해양생태복원협회 이사장 역시 우려를 표했다. 전 이사장은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실제로 확인해 보니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현장의 현실을 전했다. 과거 이곳에서 다시마를 채취하던 기억, 파도에 흔들리던 해조류 숲의 풍경은 이제 추억이 돼버렸다. 눈으로 확인한 바닷속은 더 이상 예전의 바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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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바다에서 채집한 해조류를 바탕으로 표본 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 ⓒ 진재중 |
현장에 참여한 김진숙 박사는 "해조류는 바닷속에 있어 잘 보이지 않다 보니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이번 탐사를 통해 해조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를 실감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참가자는 미역과 다시마, 톳이 미래 식량이자 바다 생명을 살리는 근원임을 체감했다며, 이번 행사에 참여한 것이 뜻깊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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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다시마와 갯녹음 현상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는 대원들(2026/1/17) |
| ⓒ 진재중 |
한 참석자는 과거 바다가 풍요로웠던 영상을 보며,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상을 시청한 김형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는 "바다 환경에 맞는 해조류 포자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 바다 사막화를 막아야 한다"며 "이제는 지켜보기만 할 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수중조사에 동행한 전)국립수산과학원 김영대 박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이 동해안 전반의 해조류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해조류 종 감소를 넘어 해양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경고 신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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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볕이 잘 드는 암반사이에 터를 잡은 해조류 |
|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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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도에 몸을 맡기고 암반에 싹틔운 해조류 |
| ⓒ 진재중 |
바다는 지금 분명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변화를 스쳐 지나가는 풍경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행동할 것인가. 한겨울 사근진 앞바다에서 시작된 이 질문은, 곧 우리 모두에게 향하고 있었다.
| ▲ 바닷속 봄 바다 육지보다 한계절 앞서가는 바닷속에서 봄 소식을 먼저 알리는 해조류 ⓒ 진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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