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알바 생활] 쿠팡, 알고리즘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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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퇴근하는 날도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각자 휴대전화 앱으로 체크하고 작업장에 들어가서는 손에 든 단말기, 작업대 위에 놓인 컴퓨터가 지시하는 대로 일했다.
실수를 하지 않으면 관리자와 말할 일도 없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무 말을 하지 않고 퇴근할 수 있었다.
개별 단말기나 컴퓨터에서 15분 동안 신호가 없으면 사람이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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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퇴근하는 날도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각자 휴대전화 앱으로 체크하고 작업장에 들어가서는 손에 든 단말기, 작업대 위에 놓인 컴퓨터가 지시하는 대로 일했다. 실수를 하면 컴퓨터가 화가 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실수를 하지 않으면 관리자와 말할 일도 없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무 말을 하지 않고 퇴근할 수 있었다.
3층 포장장에서 다시 일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관리자가 나를 불러 6층으로 가라고 했다. 웬 횡재! 6층에는 의류나 액세서리 같은 가벼운 물건들이 있는 곳이었다. 나 말고도 2명 정도 더 있었다. 12명씩 있었던 다른 라인에서 1명씩 뽑혀 나왔다. 그건 내가 우리 라인에서 제일 일을 많이 한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모든 작업이 컴퓨터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작업 지시를 하는 것도, 작업 성적을 매기는 것도 다 컴퓨터가 했다. 심지어 사람이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 체크하는 것도 했다. 개별 단말기나 컴퓨터에서 15분 동안 신호가 없으면 사람이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체크했다. 인간 관리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또한 소비자가 물건을 받고 항의하면 누가 작업을 했는지 단번에 파악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가’라는 상품에 흠집이 생겼다면 누가 포장 작업을 했는지 아는 건 쉬운 일이었다. 컴퓨터에 모든 기록이 남겨져 있으니까.
반대로 누가 잘했는지도 금방 잡는다. 1시간 안에 누가 가장 많이 포장을 해냈는가 파악하는 건 컴퓨터로서는 ‘식은 전기 신호 먹기’일 것이다. 덕분에 나는 무거운 12ℓ 세제박스를 오전 내내 포장하다가 오후에는 가볍고 예쁜 옷과 액세서리가 가득한 6층으로 포상 휴가를 갈 수 있었다. 딱 2시간 즐거운 쇼핑처럼 일하다가 다시 3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이런 판단을 한 건 인간 관리자일까?
나중에 ‘리비너’라는 일도 맡게 됐다. 한 고객에게 배달되는 여러 물건을 모으는 일을 한다. 포장장에서 비교적 긴 기간 동안 가장 작업 성적이 좋은 사람들이 뽑힌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 판단을 한 게 인간 관리자일까? 그 물류센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일했고 나 같은 일용직은 얼굴이 자주 바뀌었다.
쿠팡은 상품 판매에서 알고리즘 추천으로 성공한 회사다. 작업을 배분하는 것도 알고리즘이 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의 제국이다. 그런데 알고리즘이 못하는 게 있다. 인간을 배려하는 일이다. 몸이 아프고 컨디션이 좋지 않고 다친 걸 알고리즘은 파악할 수 없다. 오직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능률이 좋은 사람만 골라낼 것이다.
덕분에 몸이 좀 안 좋은 상태에서 일하던 노동자는 알고리즘에 맞춰 최고의 능률을 내다가 죽었다. 쿠팡에서의 일은 다른 공장에 비해 2배 정도 힘들었다. 나는 여러 공장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노동 강도를 더욱 예민하게 느꼈다. 알고리즘이 인간을 지배하게 할 수는 없다. 알고리즘을 세팅하는 것도 인간이다. 인간이 인간을 생각해야 한다.
김로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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