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尹, 헌법·계엄법 규정 정면 위배" 질책…1심 징역 5년 선고

최서인, 김보름, 석경민 2026. 1. 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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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지 409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8개 재판 가운데 첫 단죄다. 법원은 “일신의 안위와 사적인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화했다”고 지적했다.

김영옥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백대현)는 16일 오후 2시 선고기일을 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범행에 관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며 “대통령이었던 피고인의 범행으로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더해볼 때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3일과 15일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고, 경호처 직원들의 비화폰 내역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또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국무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하고, 사후 선포문을 작성해 정식 국무회의를 개최한 것처럼 꾸민 점도 유죄로 판단했다. 허위 사실이 담긴 정부 입장을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에 대해선 무죄로 봤다.

이날 재판부는 다음달 19일 선고를 앞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과 연결된 쟁점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놨다. 앞서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직권남용으로 입건한 뒤 내란을 ‘관련 범죄’로 보고 수사를 확대했는데, 윤 전 대통령 측은 헌법 84조(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를 근거로 불법수사라고 주장했다. 헌법상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할 수 없고, 공수처법상 내란죄는 수사대상이 아니란 취지다. 윤 전 대통령측은 다음달 19일 선고를 앞둔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도 같은 내용의 변론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수사는 형사상 소추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기소와 관계 없이 수사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공수처법상 ‘관련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하는 것도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체포 방해와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등 혐의 1심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행사와 형사 책임의 경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결정”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공소 유지를 맡은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판결문을 분석해 법원의 양형 및 일부 무죄 사유를 정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특검팀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윤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있다. 사진 서울중앙지법

法 “일신 안위 위해 경호처 직원들 사실상 사병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특검 측 주장을 대체로 받아들였다. 특검팀이 가장 무거운 형(징역 5년)을 구형한 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위한 공수처의 대통령 관저 진입이 적법하다고 봤다. 대통령 관저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형사소송법 110조)라는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을 부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물건의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수색의 경우에는 이 조항(형사소송법 110조)에 따라 책임자의 승낙이 없이는 수색을 할 수 없지만, 체포와 같이 사람에 대한 강제처분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처럼 해석하더라도, 해당 조항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돼있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돼 대통령으로서 권한행사가 정지돼 있던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체포하는 것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경호처장은 영장 집행을 승낙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 직원들에게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위법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화판 기록 삭제에 대해 “내란죄로 기소된 피고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지시가 이뤄졌고 수사기관의 수사 공무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15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 저항 없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法 “비상계엄이기에 오히려 국무회의 필요성 커”

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일부 위원만 소집한 점 역시도 국무위원들의 심의·의결권 침해라고 봤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는 달리 봐야 한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긴급성을 주장한 ‘국정원 선거 시스템 부정선거 의혹 해소’ 등은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비상계엄은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국가긴급권 행사의 오·남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무위원 모두를 소집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헌법을 준수하고 관련 법질서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도 도리어 대통령의 독단과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규정한 절차적 요건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으므로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소집 통지를 받았지만 대통령실에 늦게 도착해서 회의에 참석 못한 국토부 장관, 산업통산부 장관 2명에 대한 심의·의결권 침해는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을 허위 작성하고 이를 훼손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도 유죄로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12월 7일에 서명이 이뤄졌는데도 내용은 마치 12월 3일에 작성된 것처럼 기재돼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허위의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문서를 작성했을 뿐 외부에 공표하지는 못했다고 보고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는 무죄 판단했다. 이를 폐기한 데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법위반·공용서류손상죄를 적용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5개 주요 혐의 중 외신 기자단에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등 허위 사실을 표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외 홍보 비서관이 내용이 허위인지를 판단해 수정해 전달하거나 전달을 거부할 의무가 없었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최서인·김보름·석경민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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