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교육 확대 속 책임은 현장으로… 학교에 집중된 정책 부담

송민규 2026. 1. 1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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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충남 지역 일선 학교에 'AI·디지털 활용 선도학교' 모집 공문이 내려왔다.

교육청은 정책 의지를 과시하며 예산을 내려보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행정 절차와 운영 성과에 대한 압박은 학교 내부 인력, 특히 정보 담당 교사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특히 챗GPT, 제미나이(Gemini) 등 해외 AI 서비스를 수업에 활용할 경우, 개인정보보호 관련 요건을 충족했는지 판단하는 책임은 학교가 직접 떠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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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연간 수십억 투입되지만 구조적 모순과 행정 부담은 그대로... 현장 교사들 "책임 전가" 비판

[송민규 기자]

"이거 또 하는 거죠?"

2026년 1월, 충남 지역 일선 학교에 'AI·디지털 활용 선도학교' 모집 공문이 내려왔다. 공문을 확인한 한 중학교 정보부장은 제목만 보고도 상황을 짐작했다. 불과 1~2년 전 진행된 '디지털 선도학교', '디지털 기반 학생 맞춤교육' 사업과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2026년 현재, 교육부 장관이 바뀌고 조직이 개편되었지만 실행 방식은 여전히 '공모' 형식을 고수한다. 올해 'AI·디지털 활용 선도학교'는 충남에서만 약 150교가 선정돼 총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전국 규모로 생각하면 막대한 예산이라 상상해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이름만 바꾼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사업"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가 나온다.
▲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선정절차. 교원 의견 수렴, 선정 기준 점검, 운영위 안건 상정 등 담당 교사가 해야할 절차가 상당하다.
ⓒ 교육부
연도별로 명칭과 세부 항목은 달라졌지만 '학교 단위 공모 → 담당자 지정 → 계획서 제출 → 운영 → 정산 및 보고'라는 기본 구조는 동일하다. 교육청은 정책 의지를 과시하며 예산을 내려보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행정 절차와 운영 성과에 대한 압박은 학교 내부 인력, 특히 정보 담당 교사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더 큰 문제는 단순한 업무량을 넘어선 '책임 소재'에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9일,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도입 시 선정 기준 체크리스트를 배포했다.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 적합성, 교육과정 연계성 등을 학교가 자체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침이다.
▲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선정 기준 체크리스트(학교용) AI·에듀테크 도구 도입 시 학교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개인정보 및 보안 관련 체크리스트. 현장에서는 기준의 모호함과 책임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 교육부
특히 챗GPT, 제미나이(Gemini) 등 해외 AI 서비스를 수업에 활용할 경우, 개인정보보호 관련 요건을 충족했는지 판단하는 책임은 학교가 직접 떠맡아야 한다. 법적·기술적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교사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보안 규약까지 검토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지도록 한 구조다.정책은 상위 기관에서 화려하게 설계되지만, 사고 발생 시 위험 부담은 현장 교사가 떠안는 '위험의 외주화'가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보여주기식 확대보다 '안전한 가이드라인'이 먼저

AI·디지털 전환 정책은 전형적인 하향식(Top-down) 구조다. 중앙에서 방향을 정하면 하급 기관은 실적 맞추기에 급급하다. 그 결과, 교실에서는 AI 교육의 필요성보다 '이 사업을 누가 맡을 것인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서글픈 질문이 먼저 나온다.

지난 3년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그 효과가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교육청 단위에서 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공모와 선정 과정에서 형평성을 고려하며, 절차를 간소화하고 광역 단위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정책이 현장에서 안전하게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선도학교'를 지정했는가가 아니다. 그 정책이 교실 안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안전하게 작동하고 있는가다. 이제는 '얼마를 지원했는가'보다 '누가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가'를 물어야 할 시점이다. 보호 장치 없이 반복되는 공모 사업은 혁신이 아니라 현장에 또 하나의 '숨 막히는 공문'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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