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고쳐달라는 건 미신, 돈 아닌 믿음으로 살라”

양민경 2026. 1. 16.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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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가?
김동호 김일환 지음/규장
김동호(오른쪽) 에스겔선교회 대표와 김일환 우.리.가.본.교회 목사가 지난해 5월 서울 노원구의 에스겔선교회 사무실에서 ‘신앙은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가?’ 책 집필을 위해 대담하고 있다. 규장 제공


“‘예수 믿으면 부자 된다….’ 내 생각대로 팔자 고쳐달라는 건 미신일 뿐이죠.”(김동호 목사)

“그렇지만 대다수가 팔자 고치려 신앙생활을 하는 게 현실입니다.”(김일환 목사)

산전수전 다 겪은 70대 베테랑 목회자와 기독 작가로 활동 중인 40대 개척교회 목사가 만났다. 돈과 기독교 신앙에 관해 솔직하면서도 진중하게 풀어낸 신간 ‘신앙은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가?’(규장)에서다. 우리 사회, 특히 기독교계에서 민감한 이 주제를 과감히 꺼내든 이들은 김동호(75) 에스겔선교회 대표와 김일환(40) 우.리.가.본.교회 목사다.

김 목사는 ‘청부론(淸富論)의 대가’로 불리는 김 대표를 대담 상대로 모신다. “돈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한국교회 문화”에 대해 터놓고 토론하기 위해서다. 높은뜻연합선교회 은퇴 9년 차로 현재 취약계층 자립을 돕는 ㈔PPL 이사장, 34만 구독자를 둔 유튜브 채널 ‘날마다 기막힌 새벽’을 운영 중인 김 대표는 “많은 기독교인이 돈에 대해 오해한다”며 개탄한다. “‘신앙 좋은 사람은 돈에 무관심해야 한다’고 여기다 보니 (성경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그는 미신이 아닌 신앙을 설명하기 위해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활동한 마부 출신 이자익 목사 이야기를 꺼낸다. 이자익 목사는 훗날 목사가 되는 왕손 출신 이재형에게 전도를 하다 크게 꾸지람을 듣는다. “예수 믿으면 너 같은 상놈이 양반이라도 되느냐”는 말이었다. 이에 이 목사는 “예수 믿는 도리는 그런 게 아니”라며 “마부 노릇을 더 잘하는 게 신앙”이라고 답한다. 이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마부 노릇 더 잘하겠다는 마음, 이것이 진정한 가난 극복이다.… 이 위대하고 품위 있는 가치가 세상에 메말랐다. 예수 믿으면 가난해도 뛰어넘을 수 있고, 부자여도 감사할 수 있다.”


원로목사 대우를 거절한 것도 그렇게 살아보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김 목사가 “한국교회서 관행처럼 여겨지는 예우를 왜 받지 않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교장이 은퇴하면 예우하느냐. 세상 직업은 은퇴하면 끝 아니냐”고 되묻는다. 또 “원로목사하면 후임자로 온 사람의 사역을 제한한다. 모세는 느보산에 가야지, 후임자인 여호수아가 가야 할 가나안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이어 “평소 기도 제목이 ‘은퇴하고 교회엔 폐 안 끼치게, 자녀에겐 짐 안 되게 해달라’였다”며 “교회 돈을 자기 것처럼 쓰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간 김 대표의 청부론에 맞서는 입장은 청빈론(淸貧論)이다. 김 목사가 “청부론은 아직도 유효하냐”고 묻자 김 대표는 “당연히 그렇다”며 청빈에 관해서도 논한다. 그는 “가난은 부끄러운 것도, 훌륭한 것도 아니다. 이는 부도 마찬가지”라며 “청빈은 무소유를 전제하는데, 이는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저는 청빈을 무책임하다고 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소유가 없으면 세상에 나눌 것도 없다. 열심히 수고해 먹고 남은 건 궁핍한 자에게 흘려보내는 게 기독교인의 삶”이라고 덧붙인다.

신앙과 돈, 가난과 부를 다루던 대화는 자족과 도전 정신으로 확장된다. 김 목사가 “취업 전선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기독 청년에게 전할 말”을 묻자 김 대표는 신학대학원을 나온 막내아들 사례를 든다. 교회 세습 반대에 목소리를 높여온 그는 아들에게 “(내가 있는) 높은뜻교회는 못 온다. 추천서도 없다”고 못 박는다. “아빠 싫어하는 목사·장로가 많아서” 임지 찾기가 어렵다는 아들에게 “미자립 목사가 있을 뿐 미자립 교회는 없다. 뭘 하든 자립하라”고 권한다. 김 대표는 “최후 승리가 보장된 기독교인에겐 망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돈이 아닌 믿음이 나를 잘살게 한다는 걸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설교대로 살아내려 애쓴 노 목사의 혜안과 경험에 젊은 작가이자 후배 목회자의 식견과 재치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책이다. 대화 형식으로 구성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화려한 언변보다 투박하더라도 진심 어린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세태와도 잘 맞는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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