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벗어난 유통·식품…이랜드 탄탄대로?
이랜드그룹이 유통과 외식 사업 영역에 사업군(BG, Business Group) 경영 체제를 도입한다. BG란 비슷한 성격의 여러 계열사 또는 사업을 묶어놓은 형태를 말한다. 본래 이랜드의 유통, 외식업은 ‘유통 사업 부문’ 아래 통합 운영되고 있었다. 잘나가는 사업부를 나눈 배경에는 이랜드의 부활이 자리한다. 오랜 기간 부진을 겪던 이랜드는 2025년 패션, 외식 등 주력 사업부의 매출이 급증, 성장 궤도에 올라탔다. 각 사업부의 매출 규모가 커진 탓에, 통합 경영으로는 효율적인 관리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졌다. 이에 이랜드는 각 사업 영역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책임 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BG 분리를 결정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을 계기로, 이랜드가 본격적인 유통, 외식 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유통, 식품 전문성 강화 올인
이번 개편으로 이랜드 유통 사업 부문은 유통BG와 식품BG로 분리된다.
유통BG 대표로는 채성원 대표가 선임됐다. 채 대표는 도심형 아울렛(NC, 뉴코아, 동아, 이천일아울렛 등)과 유통 패션 브랜드 전반을 총괄한다. 채 대표는 이랜드리테일 전략기획실을 거쳐 중국 유통 법인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랜드리테일에 대표로 합류, 경영 활동을 이어왔다.
유통BG는 채 대표의 글로벌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도심형 유통의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조일성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기존과 같이 안전관리 부문 대표로, 준법 경영·안전관리 체계 강화에 집중한다.
식품BG는 황성윤 대표가 맡는다. 황 대표는 유통 하이퍼 부문(킴스클럽, 팜앤푸드)과 이랜드이츠 외식 사업 부문을 아우르는 식품BG 대표를 맡게 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유통과 외식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상품 경쟁력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BG에 포함된 외식 사업은 이랜드이츠가 전적으로 담당한다. 각 법인은 독립적인 법인으로서 책임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

패션·외식 그룹 성장 동력으로
이랜드가 사업 분할을 결정한 원인은 실적 성장과 관련 깊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그룹 위세가 쪼그라들었던 2020년대와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이랜드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2019년 연결 기준 5조9511억원이었던 매출이 팬데믹 시작 해인 2020년 4조6315억원까지 추락했다. 1년 만에 1조3000억원 넘는 매출이 사라졌다. 주력인 패션·유통·외식이 모두 치명상을 입은 탓이 컸다. 수익이 감소하고 부채는 커지면서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사업을 늘리고 확장하기보다는, 조직을 축소하고 비용을 줄여 ‘버티는’ 전략을 택했다.
버티기에 성공한 이랜드그룹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살아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부활한 수준이 아니다. 패션과 외식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며 유통 업계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패션을 담당하는 이랜드월드는 ‘가성비’와 ‘러닝’ 열풍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패션 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 2조531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패션 부문, 한섬 등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랜드월드의 2025년 연간 매출이 4조원 넘어설 것이라 전망한다.
효자 브랜드는 가성비 SPA 브랜드 ‘스파오’와 ‘미쏘’ 그리고 스포츠 의류 ‘뉴발란스’다.
SPA란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한 회사가 직접 맡아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를 뜻한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적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옷을 판매한다. 가성비를 앞세운 덕분에 스파오와 미쏘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2025년 스파오는 연매출 6000억원, 미쏘는 1500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뉴발란스는 러닝 열풍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랜드는 2008년부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뉴발란스 제품을 국내 독점 라이선스로 운영하고 있다. 뉴발란스의 주력 상품 중 하나가 러닝화를 비롯한 러닝 제품이다. 2024년부터 국내에 몰아친 러닝 열풍 덕분에 뉴발란스 매출이 급등했다. 2024년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5년 매출액은 1조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외식 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이츠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랜드이츠의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4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인 애슐리퀸즈가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뷔페’ 이미지로 자리 잡으면서 흥행한 덕분이다. 3분기 만에 2024년 연간 매출의 90%에 달하는 성적을 거뒀다. 2025년 연매출 5000억~6000억원 달성이 무난하다는 평가다.
두 부문이 빠르게 실적을 회복한 탓에, 기존 통합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회사 내·외부에서 제기됐다. 또, 이랜드가 호실적을 낸 것과 별개로, 속한 산업인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사업부마다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는 책임 경영 체제 필요성이 커졌다. 이러한 이유를 고려, 이랜드가 본격적인 BG 체제를 도입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BG별 독립 경영을 통해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각 사업 영역에 특화된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상당하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패션과 외식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내고 있지만, 오프라인 유통 환경이 좋지 않다. 책임 경영 아래 미래 대비에 나서야 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사업 영역의 전문성 강화, 매출 신장을 목표로 조직 개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익성 개선, 효율화 전력
식품BG는 포트폴리오 재정비
두 BG 모두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식품BG는 포트폴리오 정리 작업에 한창이다. 2025년 8월부터 외식 브랜드 9개를 정리했다. 매출 70%를 차지하는 애슐리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핵심 브랜드인 애슐리와 자연별곡, 피자몰, 로운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주력 사업에 자원을 집중,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3호 (2026.01.14~01.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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