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스파게티에 감탄, 문경 갈 때 가보세요

오순미 2026. 1. 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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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경관과 관광지로 연결된 진남휴게소... 한옥 건물 안 정감 가득한 공간

[오순미 기자]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문을 연 추풍령휴게소를 선두로 수많은 휴게소는 주옥 같은 역할을 한다. 먼 길 가는 운전자의 굳은 허리를 이완시키고 집중력을 회복하여 졸음 운전을 예방한다. 한 끼 식사와 간식, 급한 볼 일, 주유까지 가능해 장거리 국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로다. 휴게소가 여행의 내부로 들어온 건 다양성을 갖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바다 옆 휴게소, 도로 상공에 설치된 휴게소, 정원이 펼쳐진 휴게소, 미술관 휴게소 등 위치와 주제가 선명한 휴게소는 오래 기억된다. 우연히 들른 휴게소에서 참신한 경험을 했다면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남기 마련이다.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뷔페식 자율식당에선 원하는 반찬 먹을 만큼 담는 밥상에 반한 적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매송휴게소의 갓 구운 토스트는 맛이나 품질에서 손색없는 한 끼였다. 휴게소마다 개성 있는 음식은 여행자의 들뜬 기분을 한층 더 올리는 마중물이 되곤 한다. 때문에 여행길 휴게소는 생략할 수 없는 방앗간으로 굳었다. 식사 뿐 아니라, 화장실 위생 상태는 대부분 특급 호텔 못지않다. 은은한 향 사이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명화 감상까지 가능한 곳들도 있다. 만족도 높은 화장실 문화는 휴게소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주체이기도 하다.

우연히 만난 맛집 휴게소
 현대식 한옥으로 지은 진남휴게소 풍경
ⓒ 오순미
지난해 11월 말쯤 경북 문경으로 가는 길에 현대식 한옥 건물이 눈에 띄었다. 지나는 길에 본 건물이어서 한옥호텔 정도로 추측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문경에 숙소를 정하고 근처 고모산성을 둘러보기 위해 차를 몰았다. 도착해 보니 얼핏 보아 궁금했던 한옥 건물 앞이었다. 호텔이라고 예상했던 곳은 뜻밖에도 '진남휴게소'였다. 단아한 데다 차분한 것이 휴게소 기능보다는 호텔이나 박물관 느낌이 훨씬 강했다. 문 열고 들어가면 대리석으로 시공한 대기 공간이 반길 것 같은 정취였다.
휴게소 주차장도 넓지만, 고모산성으로 오르기 편한 곳에 주차하려고 안쪽으로 진입하니 넉넉한 공간이 또 나왔다. 그곳엔 고모산성(2세기말 축조된 군사 요충지) 외에 '문경 토끼비리(영남대로 옛길)' 시작점과 '오미자 테마터널(석탄을 실어 나르던 문경철로 위 석현터널을 재창조한 문화 공간)'까지 한데 모여 있었다. 경북 8경 중 하나인 '진남교반(진남교 주변 강변 절경)'이 바로 옆에 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풍광까지 갖췄다.
 오미자 테마터널 내부. 만화 캐릭터벽화, 문경 전통 도자기 전시 공간, 트릭아트의 세계, 오미자 테마구간, 포토존, 오로라 오케스트라 연주 코너를 즐길 수 있는 곳
ⓒ 오순미
국도 휴게소는 규모가 작은 편인데 진남휴게소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별 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주유소까지 갖췄다. 자연 경관과 연계되어 관광도 하고 산책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여행지의 면모를 두루 가진 휴게소다. 오미자 테마터널이랑 고모산성 일부밖에 보지 못했는데 날이 어두워졌다. 토끼비리는 가보지도 못한 채 진남휴게소로 입장했다.

내부는 익히 알던 분위기가 아니어서 또 한 번 놀랐다. 실내장식이 가정집 거실 같기도 하고 복고풍 레스토랑 같기도 해서 식사 주문 전 전체를 훑어보게 유혹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 주름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크림색 커튼, 거울 진열장에 놓인 희귀한 수석 등이 독특한 인상을 풍겼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 정봉이네 집 인테리어풍 같아 친근감이 겹쳤다.

마트, 카페, 식당, 의류 매장으로 구성된 휴게소는 온화했다. 오미자김, 오미자와인, 오미자청 같은 특산품을 비롯해 기념품과 액세서리, 편의점이 묶인 마트는 가지런히 정돈되어 고객을 맞았다. 유리 진열장인 탓에 조심스럽게 구경하며 문경의 특색을 어림잡아 보았다.
 진남휴게소에서 주문한 바질크림새우스파게티와 김치찌개 그리고 밑반찬
ⓒ 오순미
마트 옆 카페에선 커피와 분식을, 식당에선 한식과 양식 주문이 가능했다. 김치찌개와 바질크림새우스파게티를 주문하면서 휴게소 스파게티 비주얼이 궁금했다. 오호! 스파게티는 모양새가 근사했고 김치찌개도 진하고 매콤한 게 균형 잡힌 맛이었다. 내륙 지역 음식은 즉각적인 감칠맛보다 은근한 맛이 강점이어서 자극적인 입맛엔 심심할 수 있는데 간 맞춤이 탁월했다. 대중의 입맛에 문경의 속성을 더한 속 편한 맛은 의외의 미식이었다. 과시하지 않는 맛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밥한끼 든든히 먹을 수 있는 곳
 진남휴게소에서 주문한 순두부찌개와 돌솥비빔밥. 밑반찬은 리필 코너에서 양껏 덜어 먹는 휴게소
ⓒ 오순미
그래서 지난해 12월 하순, 안동 월영교와 예천 회룡포로 가기 전날 남편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 식당을 다시 찾았다. 두 번째 갔을 땐 돌솥비빔밥과 순두부찌개를 주문해 보았다. 뜨끈하고 든든하니 역시 호들갑스럽지 않았다. 휴게소 음식 대비 질적으로 처지지 않았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함께 나온 6가지 밑반찬도 영양가를 살핀 정성이 돋보였다. 여기에 양껏 먹을 수 있도록 반찬 리필 코너를 따로 마련해 놓았다.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 따뜻한 배려가 기억에 갈무리됐다. 식사 중 음식을 포장해 가는 손님이 더러 보였다. 휴게소가 지역과 단절되지 않은 구조여서 마을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국도형 휴게소의 본질을 느낄 수 있는 정감 어린 모습이 아닐는지.

진남교반이라는 자연경관과 오미자 테마터널이라는 관광지를 연결하는 진남휴게소야말로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 아니라 목적을 갖고 와 여유롭게 밥 한 끼 먹는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번잡하지 않아 느긋한 시간과 공간을 즐길 만한 장소다. 혹시라도 문경 여행이 계획되었다면 진남휴게소에 들러 식사, 휴식, 관광, 산책, 여유까지 챙겨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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