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조선업 대신 알바 갔다…쿠팡 직고용 9만명의 경고
「 2026 쿠팡 해부 」
「 4회.
조선소 대신 쿠팡 알바 가는 이유 」
" “범 킴의 머릿 속에 ‘성과’라는 걸 내는 직원은 자기 주변의 소수거든요. 왜냐하면 쿠팡의 배송, 물류 노동 관리는 ‘거기서 아무나 일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이니까요.” "
" “쿠팡 물류센터 속도요? 목표는 무조건 높이는 것만 있죠. 기계가 돌아가는 대로 인간이 맞추는 거고.” "
각각 쿠팡 경영, 개발 직군에서 일했던 전직 임원들이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20대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 장덕준씨 사망(2020년 10월)에 대해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이하 김범석)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시간제 근로자가 왜 열심히 일하겠냐? 말도 안 된다”,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게 하라.”
지난달 쿠팡과 한 외국인 임원의 부당해고 소송 중 공개된 이 지시는 한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쿠팡과 김범석을 겪어본 이들은 ‘그게 쿠팡 경영의 기본 전제’라고 말했다.

이는 쿠팡과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거래에서도 드러난다. CFS는 쿠팡에 물류 용역을 해주고, 쿠팡은 CFS의 IT시스템을 제공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3년간 쿠팡이 CFS에 내는 물류 용역 비용이 2배가 된 반면, CFS가 쿠팡에 내는 IT시스템 비용은 9.1배가 됐다. 사람 노동이 대부분인 물류 용역의 값보다, IT 시스템의 값이 훨씬 빠르게 올라간 거다. 쿠팡이 어느 곳의 ‘부가가치’를 높이 평가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쿠팡은 자회사를 합해 9만1723명(2025년 12월 기준)을 직고용하는 국내 2위 고용 기업이다. 최근 3~4년간 국내에 ‘쿠팡 정도의’ 일자리를 ‘쿠팡만큼 많이’ 만든 회사는 없다. 정부가 ‘영업 정지’를 언급하며 쿠팡에 으름장을 놔도 실현 가능성을 믿는 이가 적은 이유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 사고가 잇따른 것도, ‘쿠팡보다 못한 일자리’가 많고 CFS가 특히 지방 고용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도, 모두 각각의 진실이다.
이처럼 쿠팡의 노동이 양면성을 띠게 된 데에는 한국 노동 시장의 3대 구조적 취약성이 있다.
2020년대 초반 쿠팡이 급격히 성장하고 대형마트가 퇴조한 이유로, 대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자 습관의 변화와 유통산업발전법의 오프라인 대형마트 규제를 꼽는다. 그러나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마트 영업이익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건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이라고 말한다.
숫자를 보자.
+55%, -35%, -42
2017년 이후 8년새 최저임금은 55% 올랐고, 대형마트 3사의 점포당 매출은 35% 감소했으며, 매장 수는 42개 줄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기에, 올해도 폐점은 이어질 예정이다.
팬데믹으로 소비자의 매장 방문이 줄어 오프라인 점포가 창출하는 가치는 줄었는데,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때문에 거기서 일하는 직원 급여는 도리어 올랐다. 그간 노동 조건이 개선돼 대형마트 직원 상당수는 이미 정규직/무기계약직이었기에, 유연한 인력 운용도 쉽지 않았다. 이게 유통 대기업 영업이익이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거다.

‘오프라인 매장 보유’라는 기존 유통기업의 강점은 반대로 약점이 되어 버렸다. 매장을 야간에 물류·배송 기지로 활용하는 것조차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때문에 불가능해서다. 기업은 점포를 닫기 시작했다.
한국유통학회 2022년 연구에 따르면, 대형마트 1개 점포가 문을 닫을 경우 해당 점포에서 945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반경 3km 이내 429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는 경력단절 여성 등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쉬운 대표적인 서비스업 일자리다. 그런 일자리가 4만 개 사라진 것이다.
중장년 여성이 주거지 인근으로 출퇴근하기 적합했던 마트 계산원 같은 일자리가 사라진 대신, 청장년이 도시 외곽에서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물류센터 일자리는 늘었다. 그런데 두 일자리는 성격, 종사자, 질도 달랐다.
2010년대 대형마트 노조의 활동으로 서비스직 노동 환경은 점차 개선됐다. 마트 판촉 직원이 직고용되고, 60세 정년을 보장받는 무기계약직이 늘었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폐점으로 이런 고용 자체가 줄었고, 쿠팡의 노동은 ‘직원과 자영업자의 성격이 모두 있는 회색지대’에 속했다.

한국과 일본의 서비스업 노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김영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쿠팡의 성장으로 물류센터 일용직과 배달기사 같은 거대한 플랫폼 노동자 집단이 생겼고, 유통산업의 전통적 고용관계에서 노동자들이 받았던 보호가 현저히 저하됐다”라고 말했다.
쿠팡이 만든 일자리의 또 다른 특징은 ‘탈 숙련’이다. ‘누가 와서 일해도 같은 결과’를 낳고, 근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받아 급여가 오르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김영 교수는 “대형마트 노동도 저 숙련에 속하지만 그래도 매장의 판매 흐름을 익히고 고객 응대 경험이 쌓이는데, 물류센터는 완전한 탈 숙련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이런 일자리에 20~30대 청년들은 친숙하다. 최근 2년간 쿠팡에서 종종 일했다는 20대 초반 남성들은 이렇게 말한다.
" “최저임금 받고 하기엔 힘들지만, 프로모션이 뜨면 일당이 꽤 높거든요. 그런 날에는 신청해도 안 될 때도 있어요.” "
" “아예 투잡으로 정기적으로 오는 직장인 형들도 꽤 있어요. 4대 보험 중복돼서 회사에서 알게 되면 안 된다고, 날짜 계산해서 한 달에 7일만 일하는 식이죠.” "
(계속)
청년은 조선업 대신 알바 갔다…쿠팡 직고용 9만명의 경고④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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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커머스 서비스인 동시에, 한국인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기업이기도 합니다.
지난해말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공개된 이후 쿠팡의 대응 방식은 한국 사회의 기대와 전혀 달랐습니다. 한국의 법률과 문화를 무시하는 듯한 쿠팡 경영진의 행보에 화가 난 소비자들이 많았습니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은 뒤늦게 책임 회피성 사과를 내놨고, 정보 유출도 3000명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린 한국 기업이라 여겼는데, 쿠팡은 스스로를 미국 기업이라 합니다.
괘씸한 마음이 들지만 쿠팡의 빠른 배송 없는 삶엔 자신이 없어 탈팡을 망설이게 됩니다. 쿠팡에서 일하는 9만여명, 쿠팡에서 물건을 파는 수백만 판매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어쩌다 쿠팡에 매이게 된 걸까요, 쿠팡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국을 지배하게 된 걸까요.
쿠팡을 통해 한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위해 The JoongAng Plus가 쿠팡을 심층 취재한 [2026 쿠팡 해부]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국은 왜 우리한테만 그래!” 로저스 다혈질, 김범석 뺨쳤다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5561
미국서 터진 쿠팡 집단소송, ‘페북 1조 배상’ 판사가 맡는다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5794
“마트 규제, 기왕 쓰는거 4년 더”…‘쿠팡 괴물’ 키운 그날의 국회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113
“월 실수령 550, 그런 직장 있나” 새벽배송 뛰는 쿠팡맨의 항변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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