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배송' 안내 문자에 멈칫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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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영 기자]
지난 13일,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자신을 우체국 집배원이라고 소개하며, "카드를 배송할 예정인데 어디로 받으면 되느냐"라고 물었다.
문자를 받은 후 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회신 문자를 보냈다. 그 전주에 실제로 카드 두 건을 신청해 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나는 분실로 인한 재발급, 다른 하나는 유효기간 만료로 인한 재발급이었다. 모두 체크카드였고, 그중 한 건은 이미 카카오톡을 통해 배송 알림을 받은 상태였다. 아직 연락이 오지 않은 나머지 한 건일 것이라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어디 카드냐"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내가 신청한 적 없는 카드사였다. 이 지점에서 위화감이 들었다. "그 카드사는 신청한 적이 없다"라고 답하자 상대는 곧바로 말을 바꿨다. 개인정보가 도용된 것 같으니 고객센터 번호를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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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 배송 사기 문자 친근하고 믿음직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우체국 집배원을 사칭하여 사기 문자를 보내왔다. |
| ⓒ 유수영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으로 해당 카드사의 고객센터 번호를 검색해 봤지만 문자로 건네받은 번호와는 달랐다. 곧이어 '카드 배송', '집배원 사칭', '고객센터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사례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경찰청에서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니, 카드배송을 빌미로 한 사기 수법은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었다. 먼저 우체국 집배원이나 카드 배송 담당자를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이 과정에서 그 방법은 문자일 수도 있고, 실제 만남일수도 있다고 한다. 피해자가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면, 개인정보 도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안감을 키운다.
이후에는 특정 고객센터 번호로 전화를 유도하거나, 문자로 링크를 보내 앱 설치를 요구한다. 이때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게 만드는 악성 프로그램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해당 앱이 설치되면 피해자가 어디로 전화를 걸든 사기범에게 연결되도록 조작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새 휴대전화 개통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기존 연락망을 차단한 상태에서 사기를 이어가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런 방식은 카드배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피해자에게 도착하는 문자 내용은 대체로 매우 일상적이다. '교통 범칙금 미납 안내', '미환급 세금 수령 안내', '해외 구매 물품 통관 지연·추가 비용 납부 안내' 등등. 범칙금이나 세금이라는 단어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사기범들은 바로 그 지점을 노리는 것이라고 한다. 내용 확인을 위해 링크 접속을 유도하거나, 신분증 사진과 계좌번호를 요구한다. 하지만 실제로 경찰이나 국세청은 문자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역시 "설마"라는 방심을 노리는 것이다
이번 일을 접하며, 예전에 겪었던 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동안 타인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사기가 내 일상에까지 파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실감하게 했던 경험이었다. 그와 동시에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썼던 기억이기도 하다(관련 기사 : 대뜸 돈 빌려 달라는 동창, 의심이 확신이 된 순간). 그때도, 이번 카드배송 문자에서도 머릿속을 스친 단어는 같았다.
'설마'
사기가 특별한 사건이던 시절은 이미 지난 것처럼 보인다. 해외 직구를 하고, 카드를 발급 받고, 택배를 기다리는 평범한 일상 사이로 사기는 너무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그래서 의심은 점점 피로가 되고, 경계는 어느새 습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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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설정 메뉴에서 국제 발신자, 번호 없는 메시지 차단 등 기본적인 스팸 차단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
| ⓒ 유수영 |
이 기능을 활성화해두면 해외 번호나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 상당수가 도착하지 않거나, 별도의 차단 메시지함으로 이동된다. 모든 사기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무작위로 뿌려지는 스미싱 문자에 노출되는 빈도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특히 해외 직구, 통관 문제, 범칙금이나 세금 안내 등을 가장한 문자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송되는 메시지는 이런 기본 차단 기능만으로도 걸러지는 경우가 많다.
사기가 점점 정교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설정은 필수 기능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이 사람이 사기범일까"를 한 번쯤 떠올리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불행한 변화지만 동시에 현대 사회를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믿음보다 확인이 먼저인 시대. 이 불편한 기준이 당분간은 우리를 지켜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경험을 굳이 다시 꺼내 쓰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사기 수법이 새로워서가 아니라,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야기를 계속 써야 한다는 것은 이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어쩌면 이 글 역시 어떤 이들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오늘 받은 문자 하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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