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판 재박존, 성담장 탄생? '페어지역 면적 2위' 캔자스시티 홈구장, 담장 낮추고 당긴다
-평균 펜스 거리 117m, 여전히 MLB 2위 규모
-한국도 '재박존' '성담장' 등 구장 개조 역사

[더게이트]
메이저리그에도 한국야구의 '재박존'이나 '성담장' 같은 구장 개조 사례가 생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홈구장 카우프만 스타디움의 외야 펜스를 대대적으로 손본다.

메이저리그 2위 규모, 홈런 꼴찌권
카우프만 스타디움은 펜스까지 거리가 117m로 메이저리그에서 콜로라도 쿠어스 필드(118m) 다음으로 넓은 구장이다. 넓은 파울 지역까지 합치면 페어 지역 면적이 1만661제곱미터로 쿠어스 필드(1만1074제곱미터)에 이어 2위에 달한다.
문제는 이 넓은 구장이 캔자스시티 타선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다. 2025시즌 스탯캐스트 파크 팩터에서 카우프만은 홈런이 4번째로 적게 나오는 구장으로 집계됐다. 3루타는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이 나왔다. 잘 맞은 타구가 펜스를 넘지 못하고 외야수 글러브에 잡히거나 3루타로 끝나는 일이 반복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캔자스시티는 2024~2025시즌 합쳐 329홈런을 기록했는데, 이는 리빌딩 중인 피츠버그, 워싱턴, 시카고 화이트삭스, 마이애미, 세인트루이스 다음으로 적은 수치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 치곤 한참 아쉬운 장타력이었다.
캔자스시티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야구운영부서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결정했다"며 "카우프만 스타디움이 다른 메이저리그 구장들과 비슷하게 플레이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구단은 "8~10피트 이동은 과도한 교정 없이 공격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점"이라고 판단했다.
결정 배경엔 팀의 간판 타자 바비 위트 주니어가 있다. J.J. 피콜로 단장과 다니엘 맥 연구개발 부사장은 "내부 분석 결과 위트 주니어가 카우프만의 넓은 규모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선수 중 한 명"이라며 "특히 밀어친 플라이볼이 홈런으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트는 2030년까지 계약이 보장된 캔자스시티의 슈퍼스타다. 지난 2시즌 동안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활약하며 팀을 이끌었지만, 넓은 홈구장 탓에 홈런 생산력에선 손해를 봤다는 게 구단 판단이다.
다만 공사 후에도 카우프만 스타디움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넓은 구장으로 남는다. 중견 펜스는 410피트(약 125m)로 그대로 두고, 양 갭은 387피트(약 118m)에서 379피트(약 116m)로 줄어든다. 평균 펜스 거리는 여전히 117m로 쿠어스 필드 다음이다.

한국야구에도 있었다
캔자스시티의 시도는 과거 한국야구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LG 트윈스는 2009~2010시즌 잠실구장 홈경기에서 가운데 펜스를 4m 앞당긴 '엑스캔버스 존'(일명 재박존)을 설치했다. 당시 김재박 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됐지만, 정작 LG보다 상대팀 홈런이 더 많이 나오며 2년 만에 철거됐다.
롯데 자이언츠는 2022시즌을 앞두고 사직구장 외야 펜스 높이를 4.8m에서 6m로 올렸다. 성민규 당시 단장이 추진했다고 해서 '성담장'으로 불렸다. 홈런을 많이 치지 못하는 롯데 타선 대신 땅볼 유도형 투수진을 살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팀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고, 프런트가 교체된 2024시즌 후 결국 원상복구됐다.
캔자스시티의 펜스 공사는 홈 개막전 최소 10일 전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공사 비용은 500만 달러(약 73억원) 미만으로 추산된다. 펜스 뒤쪽 공간에는 200석 이상의 좌석이 추가된다. 구장을 선수에 맞추는 캔자스시티의 실험이 한국야구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성공 사례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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