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확장, 확장… 돈을 이렇게 풀면서 환율을 잡겠다고요?

누르는 데 성공한 듯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재상승하는 배경에는 증가한 통화량이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최근 몇 년 동안 내수 회복과 내 집 마련 지원, 금융 시장 안정 등 갖가지 이유로 엄청난 양의 돈을 풀면서 원화의 상대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확장 재정을 핵심 경제 기조로 삼는 이재명정부는 원화의 가치 하락을 초래하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편성하는 동시에 환율을 끌어내려야 하는 딜레마를 맞닥뜨리게 됐다.
13일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3원 상승한 1473.7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9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상승 랠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29일(1429.8원)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43.9원에 이른다. 같은 달 23일 환율이 1480원 선을 넘기자 발등이 불이 떨어진 외환 당국은 다음 날 고강도의 환시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외환 시장에서는 외환 당국이 달러를 매도하고 국민연금과 한은 간 통화 스와프까지 가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외환 당국의 강력한 개입에 달러 매수 심리가 사그라지면서 같은 달 29일에는 1420원 선까지 하락했었다.
이상한 점은 달러가 최근 세계 외환 시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륙 간 거래소(ICE)에 따르면 달러의 상대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3일 오전 2시45분(현지 시간) 기준 98.98로 기준점인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표는 유럽연합(EU)의 유로와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대비 달러의 평균 가치를 비교해 산출된다. 100보다 작으면 달러의 가치가 6개국 통화보다 낮다는 의미다. 달러 인덱스는 1년 전인 지난해 1월 13일 110.18이었다. 지난해 9월 15일 96.22까지 하락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준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원·달러 환율만 고공 행진하는 것은 원화의 가치가 달러보다 더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통화량 증가를 꼽는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현금(M1)에 현금과 다름없는 저축 예금 등을 더한 광의 통화(M2)가 2022년 1월 3639조4600억원에서 2025년 9월 4447조9600억원으로 늘었다. 3년 9개월 누적 증가액이 808조5000억원(22.2%)에 이른다. 이 기간 미국은 21조5900억 달러(약 3경1500조원)에서 22조2100억 달러(3경2700조원)로 6200억 달러(941조1300억원·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린 주범으로 서학 개미를 꼽지만 이들의 지난해 해외 주식 투자액은 1024억2000만 달러(약 151조원)다. 2024년(421억 달러)보다 상당량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통화량 증가분에 비하면 절대 금액이 그리 크지 않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잡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2%)를 달성하기 위해 800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본예산이 지난해보다 8.1% 많은 727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공공기관 투자 계획도 지난해 대비 4조원 늘어난 70조원이다.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금융은 633조8000억원 투입된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연간 200억 달러(약 29조4800억원) 한도 안에서 대미 투자금도 집행해야 한다. 한은과 정부는 ‘보유 외환을 운용해 나온 수익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라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에 보내지 않으면 한국 외환 시장으로 들어올 돈이다. 공급 요인이 사라지므로 원·달러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본다.
한은과 정부는 여전히 원·달러 환율 급등의 주요인이 해외 주식 투자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올해부터 매월 공표하는 M2 통계에서 주가연계증권(ETF)을 포함한 수익증권을 제외할 방침이다. 수익증권 제외 시 지난 10월 기준 8.7%였던 M2 증가율은 5%대로 하락한다.
김진욱 이누리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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