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시대, 콤팩트 시티는 한국에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에너지·산업 전환이 본격화된 2026년 한국을 앞두고,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는 일본 사례를 통해 전환금융과 지역 에너지 전환의 조건을 살폈다. <기자말>
[박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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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도야마시 도심에 경전철이 지나가는 모습. 도야마시는 대중교통 중심의 콤팩트 시티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도심과 주요 생활권을 연결하는 경전철을 핵심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
| ⓒ 녹색전환연구소 |
자동차 중심의 일상은 교통 혼잡과 미세먼지, 온실가스 배출을 가속화한다. 이는 도시의 기후·환경적 지속가능성에도 점점 더 큰 부담을 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도시 구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법으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대중교통이 닿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주거와 생활편의 기능을 집중시키는 도시 전략이다. 강원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이다. 물론 콤팩트 시티가 지역 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해답인 것은 아니다. 콤팩트 시티를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기준으로 추진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법을 가장 앞서 모색하고 실험해 온 곳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지방도시들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와 인구소멸로 인해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전문가들로 구성한 인구전략회의는 2050년에는 일본 지방자치단체 10곳 중 4곳이 소멸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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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도야마시 도야마역의 모습. 도심과 교외를 연결하는 포트램(Portram)과 도심 순환선인 센트램(Centram)이 한 정류장에서 환승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대중교통 중심의 콤팩트 시티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
| ⓒ 녹색전환연구소 |
"자동차는 나쁘고 타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탈 수 있는 다른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도시는 걸어서도, 자전거로도 이동하기 편한 곳이라는 인식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런 도시야말로 결국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도야마시 시민플라자의 한 관계자는 도야마시를 이같이 소개했다. 일본 혼슈 중앙부 동해 연안에 위치한 도야마시. 인구 약 40만 명의 도시로, 2010년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가 지역 내 문제로 크게 대두됐다.
시 중심부에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도시가 '정돈돼 있다'는 인상이다. 건물들 사이로 트램이 지나가고, 시민들을 위한 공간인 그랜드플라자 쪽으로 향할수록 도시가 되살려낸 활기가 느껴진다. 그랜드플라자 옆 커뮤니티 공간인 '시민플라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곳은 도야마시가 옛 시민병원 부지를 공연·전시·교육·체육 기능이 어우러진 생활 거점으로 재구성한 공간이다.
사실 도야마시는 1990년대만 해도 인구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일본 내 최고 수준일 정도로 자동차 이용이 매우 편리한 지역이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집값이 비싼 도심을 떠나 교외로 사람들이 분산되는 도심 공동화 현상을 초래했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였다. 외곽 지역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동차를 통한 도심 접근이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도심 상권은 급격히 침체된 것.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도야마시는 2000년대 초반, 인구 감소를 최소화하고 도심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중교통 중심의 콤팩트 시티를 택했다. 그 핵심 수단으로 재조명된 것이 경전철이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은 도시 전체를 경전철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감한 결정으로 이어졌다. 당시 일본에서는 대중교통을 공공이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도야마시는 폐선 예정이던 기존 트램과 인프라를 직접 매입해 재활용했다. 또 도시 구조를 경전철 노선을 따라 재배치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흔히 도야마시를 '경전철이 도시를 꿰고, 각 역세권이 경단처럼 이어지는 구조'로 비유한다. 실제로 경전철을 타고 둘러본 도시는 이러한 구상이 상당히 충실히 구현돼 있었다.이같은 교통 접근성 향상 덕에 도심 상업지의 공실이 줄었고, 세수 증가 등 행정이 강조하는 성과도 실제 통계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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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도야마시 외곽 지역에서 바라본 북알프스 '다테야마 연봉'의 모습. |
| ⓒ 녹색전환연구소 |
도야마시는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설산을 품은 도시다. 그 풍경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 외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심을 벗어날수록 풍경이 달라졌다. 넒은 단독주택들 사이로 상가는 사라지고, 편의점 역시 간간이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외곽 지역은 도심과 달리 경전철 노선이 없어 대중교통 시설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결과적으로는 자동차 없이는 도심으로의 이동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설산을 보기 위해 도착한 외곽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겼다. "이 도시는 과연 모든 시민이 잘 살아갈 수 있는 구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었다. 도야마 시민 플라자 관계자는 미팅에서 콤팩트 시티의 핵심은 '효율성'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지역을 다 살리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도심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도심의 활성화로 세수가 늘어나면, 도야마시 전역으로 이익이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모든 지역을 다 살릴 수 없다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도시가 어디까지를 책임지고 개발할 것인지는 끝내 피할 수 없는 질문처럼 다가왔다.
그렇기에 관계자의 답변은 굉장히 씁쓸한 답변이었다. 외곽 지역에서 도심으로 이주하는 주민에게는 한국 돈 기준 약 300만~500만 원 수준의 이전 보조금이 지급됐다. 그런데 도야마시 도심 내 집을 사기 위해서는 평균 5억~10억 원 정도가 필요했다. 도심으로의 이동을 희망하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이 외곽을 벗어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도야마시 내 콤팩트 시티 모델은 기후대응 관점이 비어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경전철을 포함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에 자동차 분담률을 줄이기 위한 목표는 부재했다. 자동차 의존성 역시 크게 줄지 않았다. 도심은 편해졌지만, 도야마시 교통 구조는 결국 여전히 '자동차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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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우쓰노미야시역 앞 광장 앞으로 지나가는 경전철의 모습. 우쓰노미야시는 2023년 개통한 차세대 경전철 시스템을 중심으로 대중교통 기반 도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 ⓒ 녹색전환연구소 |
도야마시에서 신칸센을 타고 약 1시간 40분을 이동하면, 도쿄 근교에 위치한 우쓰노미야시에 도착한다. 인구 약 50만 명의 도시로 도치키현의 현청 소재지다. 이곳 역시 한국의 다른 지방 도시들처럼 인구 감소와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로 인한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우쓰노미야시는 도야마시와는 결이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도시가 하나의 중심으로 '쏠려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생활권과 거점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생선뼈' 구조이기 때문이다. 새로 지어진 경전철 역 주변은 깔끔하며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동시에 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오래된 상점가와 지역 커뮤니티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도시를 잇는 '교통망'이 촘촘한 덕분이다. 우쓰노미야시는 두 차례 행정구역 개편으로 면적이 넓어진 반면, 인구는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이 가운데 행정비용이 급증하자 2008년부터 '네트워크형 콤팩트 시티'라는 비전을 설정했다. 네트워크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 내 주요 거점들을 연결한 것이 핵심이다.
이 비전은 인구 감소만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도 반영한다. 우쓰노미야는 2010년대 중반부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도시계획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자동차 중심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단순히 대중교통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 생활권의 이동 방식을 통합적으로 바꿔야만 자동차 의존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우쓰노미야의 경전철이다. 시가 공공재원으로 인프라를 구축했고, 이후 시가 지분을 갖는 제3섹터의 민간기업을 설립해 운영을 전담케 하고 있다. 또 경전철이 가지 않는 공백은 버스 노선을 증설하게 유도하고, 이때 발생하는 버스회사의 적자는 시가 보전해준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마을까지는 시가 보조하는 예약 택시를 활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우쓰노미야의 자동차 분담률은 경전철 개통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전철 개통 이후 평일 기준 자동차 통행량은 이전보다 약 5,000대 줄었고, 도심 주요 거리의 교통량도 약 2,000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시민 참여의 깊이였다. 콤팩트 시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우쓰노미야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주민 설명회와 설문조사 등 숙의 과정을 진행했다. 덕분에 주민들이 도시를 함께 만든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듯 했다. 이 점은 도야마시와 가장 대비되는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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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우쓰노미야시 경전철 홍보관에 전시된 도시 모형. 우쓰노미야시는 경전철 노선을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과 도시재생 계획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시민들에게 콤팩트 시티 비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
| ⓒ 녹색전환연구소 |
도야마시와 우쓰노미야시, 두 도시를 답사하며 깨달은 점은 분명했다. 콤팩트 시티는 절대로 물리적 구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도야마시는 효율적인 도시 개발 정책을 통해 도심 활력 회복에 성공한 반면, 외곽 주민은 소외됐고 기후대응 관점이 빠져 있었다. 우쓰노미야시는 통합적 접근과 참여 기반 거버넌스를 통해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탈탄소 실천이 완전하지 못했다.
두 도시의 사례는 교통과 도시 정책이 '효율성'과 '포용성'을 함께 고민해야 함을 보여준다. 대중교통 중심의 재편과 도심 집중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곽 지역의 이동권, 주거 접근성, 생활 서비스 보장 등 포용적 접근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콤팩트 시티는 기후위기 대응을 분명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기후대응 없는 콤팩트 시티는 단순히 '도시를 다시 꾸미는 프로젝트'에 그칠 수 있다. 이제 다시 질문해야 한다. 도시는 어디까지 성장해야 하는가. 어떤 도시가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선택이 될 것인가.
교통을 중심으로 한 도시 전환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결국 '사람'이다. 누군가가 소외되지는 않는지, 기후위기 시대에 실제로 도시는 시민들의 일상과 미래를 어떻게 책임지려 하는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려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새로운 형태의 도시 모델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은옥씨는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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