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여대생 뒤통수 사격...무자비한 진압 나선 이란, 美에는 "협상 가능"
이란 전역에서 16일째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이란 정부가 '즉결 처형' 수준의 폭력적인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란 정부는 '군 개입'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기반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소 648명이 사망했으며, 최대 6000명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IHR은 또 "군이 맨손으로 맞서는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사용하고, 저격수를 동원한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도 “저격수가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는 증언이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특히 IHR이 지난 8일 여대생 루비나 아미니안(23)이 근거리에서 뒤통수에 총을 맞아 숨졌다는 유족과 목격자 진술을 공개하며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미니안은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주 출신 쿠르드족으로, 아미니안의 어머니는 수백구의 시신 사이에서 딸의 신원을 어렵게 확인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 시위대에 의료 자문을 해온 카이반 미르하디 미 클리프턴 스프링스병원 내과 과장도 X(옛 트위터)를 통해 “테헤란의 의사들로부터 머리에 총을 맞은 사망자 20명이 한꺼번에 도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테헤란에서만 1000명 이상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 정부가 지난 8일부터 인터넷과 통신을 전면 차단한 탓에 외부에 공개되는 사진과 영상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정부가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접속까지 차단하기 위해 군사 장비를 동원해 전파를 교란하고, 사용자 단속에 나섰다”고 이날 보도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미국과 프랑스 등은 자국민 보호 조치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이날 이란 거주 자국민에게 “즉시 이란을 떠나라”는 출국 권고를 내렸다. 같은 날 주이란 프랑스 대사관도 비필수 인력 철수를 시작했다. 한국 외교부는 13일 주이란대사관에 “유사시 교민들이 대피·철수해야 할 가능성까지 감안하여 관련 계획도 철저히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이란 정부는 일단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내비치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아랍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위협이나 명령을 중단한다면 핵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최근까지 연락을 이어왔다며 직접 면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란을 향해 “매우 강력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협상 재개를 촉구한 직후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의 외교적 접촉은 내부 불안을 관리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조치를 앞두고 시간을 벌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란 당국은 체제 결속 메시지도 강화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테헤란 아자디 광장을 가득 메운 친정부 시위대 사진을 공개하며 “이란 국민은 적들에 맞서 결의와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 역시 반정부 시위가 외부 세력의 개입 아래 벌어지고 있다며, 시위는 통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반정부 시위대의 지지를 받는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는 이날 미 CBS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이 더 빨리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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