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의사 수 놓고 '정반대' 추계…정부 "1만명 부족" vs 의협 "1만8천명 과잉"
정부 ‘의사 부족’ vs 의협 ‘과잉 공급’ 정면 충돌
“한국의 의대 정원 논의, 증원을 위한 증원” 비판도

정부가 의사 부족을 전제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035년과 2040년 의사가 오히려 과잉 공급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2040년 최대 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달리, 의협은 같은 시점에 최대 1만7967명의 의사가 과잉 공급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반대 주장을 내놨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대한예방의학회, 한국정책학회 보건의료융합정책특별위원회와 함께 ‘정부 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박정훈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 발표에서 자체 분석한 의사인력 수급 추계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원은 추계위가 활용한 방식과 달리, 의사의 실제 노동량을 반영하는 FTE 개념을 적용했다. 의사 노동시간(연간 2302.6시간)을 반영해 이를 ‘FTE기준 의사 수’로 환산했다.

그 결과 FTE 기준 활동 의사 수는 2035년 15만4601명, 2040년 16만4959명으로 추계됐다. 같은 기준에서 필요한 의사 수는 2035년 14만2844명, 2040년 15만275명이다. 이를 토대로 2035년에는 1만1757명~1만3967명, 2040년에는 1만4684명~1만7967명의 의사가 과잉 공급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반대로 추계위는 지난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2035년 1055명~4923명, 2040년에는 5015명~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계위는 의료 이용량 수준과 의료기술 발전이 의사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반영해, 전체 의료 이용량을 기준으로 미래에 필요한 의사 수를 산출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추계 차이는 정부가 부족 인력을 전제로 의대 정원 확대를 계획한 반면, 의협은 FTE 기준 의사 수를 적용해 과잉 공급 가능성을 제시한 결과로 보인다.
의협은 현재의 정원 확대 논의가 충분한 합의와 검증 없이 방향만 먼저 정해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제한된 자료를 활용하는 추계방법에서 벗어나, 의사의 노동량(FTE)이나 생산성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는 추계구조가 필요하다”며 “미래의료 환경변화와 보건의료 정책변화 등의 시나리오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 적용하고, 현실성 있는 정책 및 환경변화를 고려할 수 있는 시나리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본 사례를 통해 한국 의사인력 수급 추계 방식의 한계도 지적됐다.
일본은 2018년, 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을 기준으로 지역 단위에서 병상 규모와 기능을 재편하고, 병원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목표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학교 교수는 ‘한일 간 의사인력 수급추계 비교’ 주제 발표에서 “일본은 2018년 의료인력 현황조사, 의료시설조사 등 다양한 현장 조사를 통해 기초 데이터를 구축했다”며 “1차 추계 이후에도 현장 점검을 통해 데이터를 보완해 2020년 2차 추계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한국의 추계 담당자들은 현장 데이터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할 뿐, 이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로라면 막연한 추측에 기대 소설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수단이 필요한지도 모른 채 교통수단부터 만들자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의대 정원 논의에 대해서도 '증원을 위한 증원'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의사와 어떤 의료서비스가 필요한지에 대한 방향 설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논의 없이 의사 수만 늘리면, 막연한 ‘낙수효과’에 정책의 성패를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2~3년에 걸쳐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임상 경험, 의료기관 경영 경험, 지역 의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의료인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대거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택우 의협 회장은 추계위가 발표한 의사 수급 결과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물리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해외의 경우 추계센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최소 2년에서 길게는 6년의 시간을 들여 결과를 도출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불과 5개월 동안 12차례 회의를 거쳐, 이미 정해진 방향으로 가기 위해 시간에 쫓기듯 추계가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추계의 분석과 과정에 중대한 흠결이 명백한데도 이를 고치지 않고 결과를 강행한다면 의료계는 결코 수긍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협회 차원에서 물리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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