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파업 길어지나...입장 차 극명, 갈등 깊은 서울 버스 노사

서울 시내버스가 13일 첫차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노조)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조합) 간 입장차가 워낙 커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 측은 전날 오후 3시쯤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특별조정위원회에서 임금 단체 협상과 관련한 사후조정회의를 진행했다. 사후조정회의는 노사 양측의 공식 조정 절차가 끝난 뒤, 노동위원회가 양측의 합의를 이끌기 위해 중재하는 절차다. 10시간 30분가량의 마라톤협상에도 13일 오전 1시 30분쯤 최종 결렬이 선언됐다.
관건은 ‘임금 체계 개편’ 여부였다. 조합 측은 인천 등 타 시·도처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는 방식으로의 임금 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제시된 임금 인상률은 10.3%다. 지난해 6월 타결된 인천(9.3%)보다 높다. 더욱이 조합 측은 앞으로 나올 시내버스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추가 임금 인상분이 나올 경우 이 부분까지 소급해주기로 했다. 거꾸로 임금 인상률이 감소하더라도 10.3%를 보장해달라는 노조 측 요구도 받아들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와 조합 측은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통상임금과 관련한 임금 체계 개편은 이번 협상에서 논외로 하면서 임금 3% 인상과 정년 65세로 2년 연장을 강하게 요구했다. 경기도의 경우 정년이 65세다. ‘3%’라는 숫자는 겉으로는 조합 측이 제시한 ‘10.3%’보다 적지만 추후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경우 임금이 사실상 20% 가까이 오른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지노위 사후조정위원들이 통상임금 인상은 논외로 하되 기본급 0.5% 인상과 정년 64세로 1년 연장, 서울시의 운행실태 점검 일부 완화 등 방안을 최종 조정안으로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사실상 임금 동결로 판단해 거부했다.
결렬 이후 조합과 노조 양 측은 여론전에 나섰다. 조합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밤샘 협상 과정에서 ‘10.3% 임금인상’과 ‘향후 대법원 판결에서 인상분 발생 시 소급적용’ 등 파격안을 제시했다”며 “그런데도 노조는 마치 파업을 염두에 둔 것처럼, 이 같은 파격적 임금 인상안 제대로 내부에 공유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어 조합 측은 “노조는 특히 조합이 0.5% 기본급 인상안만을 제안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고 사후 조정위 과정에서 있었던 사실을 정확하게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측 역시 호소문을 내고 “(조합은) 법원에서 사측에게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정한 통상임금 지급을 최대한 지연시키면서 2025년과 2026년 연속 임금 동결이라는 폭거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노조 측은 “아무런 효용도 없는 한강버스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버스노동자의 휴일·야간근로에 대한 임금을 떼어먹겠다는 반 노동적인 발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서울시가 노조 호소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시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임금체계 개편에 기반을 둔 임금 인상을 일관되게 제시한 만큼 동결 강행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 그었다. 또 법원에서 지급 의무가 있다고 밝힌 통상임금 내용은 시내버스가 아닌 타 업계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문제는 양측의 골이 깊은 만큼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지금 모든 것이 너무 불확실하다”며 “노조에서 또 어떤 요구를 해올지, 그다음에 양 측이 언제 만날지, 어떤 것(요구안)까지 우리가 가능성을 열고서 개선해야 할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시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시내 버스 운행률은 6.8%로 나타났다. 7018대 중 478대만이 운행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운수 종사들이 운전대를 잡았다. 서울시는 시민 불편이 큰 만큼 운행률 30% 이하까지 요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날 오전 5~7시 기준 지하철 이용량이 전날 같은 시간 대비 18% 증가했다. 버스 파업에 평소보다 빠르게 나오고 버스 대신 지하철을 선택한 것이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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