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이기는 감독 없었다...사비 알론소, 7개월 만에 레알 감독직 박탈 "비니시우스와 갈등이 결정타"

배지헌 기자 2026. 1. 13. 08:5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개월 만에 경질, 레버쿠젠 무패 우승도 무용지물
-비니시우스 교체 후폭풍에 선수단 이탈 가속화
-페레스 회장과 갈락티코 사이, 감독 설 자리 없어
사비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경질당했다(사진=사비 알론소 SNS)

[더게이트]

사비 알론소는 이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선수로서 스페인 대표팀과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에서 우승 트로피를 쌓아 올렸다. 감독으로서도 바이어 레버쿠젠을 분데스리가 무패 우승으로 이끌며 역사를 썼다.

그런 그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7개월 만에 쫓겨났다. 알론소가 이길까, 아니면 레알 마드리드가 이길까의 싸움에서 레알이 승리를 거뒀다. 
사비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경질당했다(사진=사비 알론소 SNS)

레버쿠젠 성공 방정식, 레알선 작동 안 했다

알론소는 레버쿠젠에서 세밀하고 치밀한 시스템으로 성공했다. 젊은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전술을 주입하고, 빌드업 구조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무패 우승이란 결과가 그의 방법론을 증명했다.

그러나 레알은 조건부터 달랐다. 알론소는 제대로 된 프리시즌도 없이 경쟁 경기 속에서 전술을 실험해야 했다. 클럽 월드컵 일정이 발목을 잡았다. 부상자는 속출했다. 안토니오 뤼디거, 에데르 밀리탕, 다니 카르바할, 데이비드 알라바가 줄줄이 빠졌다. 라인업은 매 경기 달라졌다. 리그에서 단 한 번도 같은 선발을 쓰지 못했다. 경기당 평균 3.1명을 바꿨다.

중앙 수비수를 벌리고 오렐리앵 추아메니를 내려 3백 빌드업을 구축했다. 아르다 귈러를 측면에서 중앙으로 전환했다. 전방 압박 횟수도 늘렸다. 전술적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킬리안 음바페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왼쪽으로만 쏠렸고, 오른쪽은 공백이었다. 압박 강도는 시즌이 지나며 떨어졌다. 조각조각 흩어진 아이디어들은 하나로 엮이지 못했다.

레버쿠젠의 청사진이 레알에도 통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젊고 체계적인 팀에서 먹힌 방식이 슈퍼스타 군단에선 작동하지 않았다. 환경이 다르면 방법도 달라야 한다.

알론소의 몰락은 지난해 10월 엘클라시코에서 시작됐다. 바르셀로나를 이긴 경기였다. 교체된 비니시우스가 밤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이래서 내가 이 팀을 떠나는 거다!" 팀의 승리보다 선수의 반발이 화제가 됐다.

알론소는 레버쿠젠에서처럼 엄격한 규율을 세우려 했다. 비니시우스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24세 브라질 스타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재계약을 간절히 원하는 선수다. 알론소가 뒤늦게 관계 회복에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페레스의 신뢰는 사라진 뒤였다.

문제는 비니시우스만이 아니었다.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주드 벨링엄도 알론소의 빡빡한 선수단 관리 방식에 불만을 품었다. 지난해 11월 비니시우스는 구단에 의사를 전달했다. 알론소가 감독으로 있는 한 재계약은 없다고.

수페르코파 결승에선 더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알론소가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위한 명예의 통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음바페가 감독을 제치고 나섰다. 격렬한 몸짓으로 거부했다. 감독의 권위는 그렇게 바닥에 떨어졌다.
사비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경질당했다(사진=사비 알론소 SNS)

회장님 눈치 좀 보지...

알론소에겐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데 서툴렀다. 평생 찬사와 박수만 받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성장하고, 리버풀·레알·바이에른·스페인 대표팀에서 스타로 빛났다. 남에게 고개 숙일 일이 없었다.

레알 감독직은 달랐다. 지난해 12월 맨체스터 시티에 홈에서 패한 날이었다. 경기 전 펩 과르디올라는 알론소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레알 구단과 알론소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과르디올라의 발언을 거론했다. 알론소는 과르디올라에게 동조하는 듯한 답변을 내놨다. 페레스는 이를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알론소는 그동안 기자회견에서 냉담하고 무뚝뚝한 태도를 보여왔다. 언론과 거리를 뒀다. 레알에서 언론은 단순한 기자가 아니다. 페레스와 가까운 이들이 많다. 알론소가 자리가 위태롭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뒤늦게 친근하게 구는 척했지만 소용없었다.

알론소는 페레스의 21년 재임 기간 중 1년도 못 채우고 떠난 10번째 감독이다. 레알은 감독을 쉽게 자른다. 파리목숨보다 감독 목이 빠르게 달아난다. 페레스는 조급하다. 78세 회장은 살아생전 리그 우승을 더 원하고, 바르셀로나의 우승컵을 덜 보고 싶어 한다. 유럽 슈퍼리그 창설도 꿈꾼다. 욕망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다. 그래서 감독을 바꾼다.

알론소의 후임은 알바로 아르벨로아다. 리저브 팀 감독이다. 그가 알론소보다 낫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도 페레스는 가장 쉽고 레알이 잘 써먹는 해법을 택했다. 감독을 바꾸는 것.

그런데 과연 감독이 문제였을까? 페레스는 비니시우스의 재계약을 최우선 과제로 여긴다. 비니시우스가 알론소와 충돌하자 페레스는 감독을 버렸다. 음바페가 알론소의 제안을 거부하는 장면이 연출됐지만, 구단은 음바페를 나무라지 않았다. 회장은 스타 선수들 편이다. 감독은 그 사이에서 홀로 선다.

레알의 문제는 전술이나 시스템이 아니라 구조 자체에 있어 보인다. 회장과 갈락티코 사이에 낀 감독은 살아남기 어렵다. 아르벨로아 역시 같은 시스템 속으로 들어간다. 그가 얼마나 알론소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Copyright © 더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