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서학개미만 때렸다, 고환율 잡을 외환컨트롤타워 증발
원화 가치가 추락해 다시 달러당 1470원 근처까지 갔다. 지난 연말 정부가 쏟아낸 고강도 개입의 효과도 보름을 넘기지 못했다. 환율은 정부 조치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국내 기업도, 개미도, 해외 투자자도 여전히 원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있어서다.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는 지정학적 변수까지 터져나오며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환 당국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0.8원 내린(환율은 상승) 1468.4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30일(1429.8원)부터 8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현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기대심리 관리의 실패’다. 앞으로 원화값이 더 내릴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미국 주식을 포함한 달러 사재기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총 19억4200만 달러(약 2조8351억원)어치 순매수했다(한국예탁결제원). 2011년 이후 최대치다. 현장에선 ‘기껏 정부가 개입해 원화 가치를 올려놨더니 미국 주식을 더 매수할 기회만 줬다’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달러당 원화값이 1500~1600원까지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실제로 투자자도 그렇게 생각하니 달러를 쥐고 가려는 것 아니냐”며 “이런 기대를 돌려놓는 게 핵심인데 과연 정부가 대응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가채무 늘면 원화값 더 흔들려…경제체질 개선해야”
정부는 지난달 24일 원화 가치가 달러당 1480원대까지 하락하자 구두개입과 함께 수십억 달러를 시장에 풀며(실개입) 진화에 나섰다. 국내로 복귀하는 서학개미에게 양도세를 비과세하는 카드까지 꺼냈지만 효과는 길지 않았다.
그런데도 외환 당국의 대응은 부실하다. 지난 8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중심으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판에 박힌 언급을 한 게 전부다.

경제 수장 중 외환시장 전문가가 없다 보니 당국이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 관리 책임자이자 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구 부총리는 주로 예산이나 정책 조정을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다. 실무자로 외환시장을 다룬 경험이 거의 없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주로 경제 정책을 다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역시 금융과 성장 정책이 주 전공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원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환 컨트롤타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전원이 ‘원저(低) 비상’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보니 애꿎은 서학개미와 수출기업 탓만 하며 엇박자 대책만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수급 조절도 중요하지만, 원화 약세를 극복하려면 근본적으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재정이 추가로 악화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70% 정도로 올라가면 환율은 더 흔들릴 것”이라며 “그나마 반도체 사이클, 자동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흑자이고 법인세 수입이 괜찮을 앞으로의 1~2년이 이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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