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시대 변화에 등돌린 정당의 앞날

2026. 1. 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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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잇단 외교적 성과, 적극적인 소통 노력의 결과일 테고, 최근 주식 시장의 활황도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논란이 큰 여러 사안의 입법 과정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는 듯이 보인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꼭 좋은 면만 있었던 건 아니다. 김병기, 강선우 의원의 부패 사건이 터졌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을 둘러싼 논란도 크다. 여기에 거대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과 정치력 부재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8전 1승1무6패, 보수정당 성적표
몰락한 정당 공통점은 변화 외면
구시대 가치 머무른 국민의힘
당명 바꾼다고 생존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데는 야당인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의 ‘도움’이 큰 것 같다. 윤석열의 그림자에서 야당이 벗어나지 못하면서 ‘내란 극복’을 민주당의 ‘전가의 보도’로 만들고 있다. 대통령 주변이나 여권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나도 그것이 야당의 지지로 옮겨가지 못한다. 야당의 지지율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멈춰 서있다. 일부 열렬 지지층을 제외하면 국민의힘은 이미 중도층을 포함한 많은 유권자에게 대안 정당으로서의 의미를 잃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요즘 보면 우리나라의 정당체계가 이탈리아 정치학자 사르토리가 말한 일당우위 정당체계(predominant party system)로 변화한 듯이 보인다. 일당우위 정당체계는, 선거는 경쟁적이고 민주적으로 치러지지만 한 정당이 장기간 우위를 점하는 체제를 말한다. 1955년 이래 자민당이 독주하고 있는 일본 정치가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체계에서 집권당 이외의 정당은 ‘만년 야당’ 신세이다. 이게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2016년 이후 각종 선거에서 보수 정당은 제대로 이겨보지 못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2016년부터 세 차례 모두 패배했다. 그것도 2020년과 2024년에는 참패를 당했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두 번은 패했고, 2022년 한 번 이겼다. 그러나 그것도 0.73%의 차이, 정치적으로 본다면 무승부였다. 이기기 어려웠던 선거를 문재인 정부의 무능한 부동산 정책이 무승부로 만들어 줬다. 대통령 취임 직후라는 정치적 허니문 기간에 실시된 2022년 지방선거가 최근 10년간 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얻은 유일한 승리였다. 8전 1승1무6패. 지금까지도 이런 참담한 성적을 보였는데, 비상계엄이라는 대형 사고를 친 지금 상황에서 그 정당의 미래는 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타고 가던 차가 고장이 났거나 목적지에 제대로 데려다줄 수 없다고 생각하면 차를 바꿔 타야 한다. 기존 정당이 마땅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면 새로운 대안 세력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대마불사(大馬不死)’, ‘누가 우리를 대신할 수 있겠어?’ 할지 모르겠지만, 거대 정당이 한순간에 몰락한 역사적 사례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글래드스턴이라는 뛰어난 총리를 배출했고 보수당과 함께 영국 정치를 주도해 온 자유당은 1920년대 이후 급속하게 쇠락하면서 노동당에 그 자리를 내주고 이제 소규모 정당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정치를 주도해 온 기독교민주당과 이탈리아공산당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소멸했다. 먼 옛날이야기만은 아니다. 미테랑의 정당이었고 올랑드 대통령이 불과 얼마 전인 2017년까지 통치했던 프랑스 사회당도 그새 몰락했다.

망한 정당들의 공통점은 다들 시대적 변화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영국 자유당은 제1차 세계대전과 산업화 시대의 도래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지지세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이탈리아 기민당과 공산당 역시 탈냉전의 시대로 정치 환경이 변화하면서 구시대 정당이 되었다. 프랑스 사회당 역시 금융위기와 탈산업화라는 시대적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당내 분열과 부패와 같은 도덕성의 문제도 모두 이들 정당의 몰락을 부추겼다.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있고,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넘어 NATO의 회원국인 덴마크의 그린란드까지 넘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미국이 더 이상 아니다. 중국은 경제, 군사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과학기술력에서도 우리를 뛰어넘었다. AI 혁명은 산업 구조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혁명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듯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힘과 장 대표가 내세우는 보수의 가치는 여전히 ‘권위주의와 반공’이다. 이게 언제 적 이야기인가. 여기에 최근에는 혐오까지 추가했다. 점입가경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오른쪽)와 송언석 원내대표. 연합뉴스


옛것을 지킨다는 보수는 원체 ‘구린’ 인상을 주기 쉽다. 그래서 보수가 그 이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했다. 그 지혜를 잊은 보수 정당이 당명만 바꾼다고 생존할 수 있을까.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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