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700 버는 노부부도 받는다…기초연금 올해 780만 명 수령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사실상 여유 있는 ‘중산층 노인’까지 확대되면서 정책 효과는 약화하고 국가 재정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2026년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월 247만원으로, 단독가구 기준 중위소득(256.4만원)의 96.3%까지 올라섰다. 중위소득의 100%에 근접했다는 것은 사실상 중산층 노인 대부분이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별도의 자산이 없는 독거노인은 월 최대 약 468만8000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자산이 없는 맞벌이 노인 부부의 경우 월 약 796만원 소득을 올려도 수급 대상에 포함된다. 올해 수급자는 약 779만명에 달한다. 이는 소득인정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공제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의 경우 기본공제액(올해 116만원)을 먼저 차감한 뒤, 초과분의 30%를 추가로 공제한다. 여기에 대도시 기준 일반재산 1억3500만원, 금융재산 2000만원 등 각종 자산 공제도 함께 적용된다.

기초연금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하위 70%까지 지급되는 등 사실상 보편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기초연금의 본래 취지는 국민연금 제도가 전 국민으로 확대되기 전인 1999년 이전에 이미 은퇴했거나 가입 기간이 짧아 충분한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었다. 제도적 공백으로 인해 발생한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사회가 책임진다는 의미가 컸다.
그러나 국민연금 가입률이 높아지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등으로 노인 인구 구조가 변화했음에도, 현금성 지원인 기초연금은 이에 맞춰 충분히 조정되지 않으면서 제도의 취지가 점차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연금 수급액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올랐다. 올해 1월부터 기초연금은 지난해보다 2.1% 올라 월 34만9700원이 됐으며, 노인 부부의 경우 20% 감액이 적용돼 월 55만9520원을 받고 있다.
2027년부터는 부부 감액이 축소돼 기초연금 수급액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9일 발표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기초연금과 관련해 ‘저소득 부부 가구 대상 부부 감액(각각 20%)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다. 정부는 소득 하위 40%의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감액률을 2027년 15%, 2030년 1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기준으로 월 55만9520원을 받는 노인 부부는 감액률이 10%로 줄어들 경우 월 62만9460원을 수령하게 돼, 매달 약 8만원가량을 더 받을 수 있다.

반면 수급 기준 조정 등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나 방향성은 명시되지 않은 채, 추진 시기만 ‘2026년 내’로 제시됐다. 수급 기준이나 수급액 가운데 무엇을 손볼지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노인까지 포괄되고 있는 점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대가 있다”며 “2026년 상반기에 정부 간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현재 연금 TF 특위가 운영 중인 데다 정부가 서두른다고 해결될 사안도 아니고, 안을 마련한다고 곧바로 확정될 문제도 아니어서 논의 시점을 연내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공을 국회로 넘긴 셈이지만, 논의가 진전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와 직결될 수 있는 현금성 복지 혜택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쉽겠느냐”며 “여야 모두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개혁 논의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한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는 2024년 993만 명에서 2050년 1900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기초연금 수급자도 2015년 약 200만 명에서 올해 780만 명으로 급증해 조만간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5조원이던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23조원으로 늘어나며 10여 년 만에 다섯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미 기초연금은 단일 복지 예산 가운데 가장 큰 항목으로, GDP 대비 1% 수준까지 확대된 상태다. 향후 2050년에는 예산이 46조원으로 늘어 GDP 대비 1.48%에 달해, 현재보다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기초연금은 과거 노인 빈곤 완화에 기여했지만, 현재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다소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는 측면이 크다”며 “수급 대상을 조정해 제도 목적에 부합하는 계층에 보다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넓고 얕은’ 복지에서 벗어나 ‘좁고 깊은’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개발정책연구원(KDI)은 현행 노인 하위 70% 기준을 중위소득 100~50% 단계적으로 강화해 수급 대상을 축소하고, 이를 통해 절감된 재정 지출을 빈곤한 노인층에 집중 투입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39.7%로 OECD 평균 14.8%를 크게 웃도는 데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역시 40%대에 머물러 아직 충분히 성숙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초연금은 여전히 노인 빈곤을 완화하는 사회 안전망으로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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