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조정석의 주연 데뷔는 '주말 드라마'였다
[양형석 기자]
<에덴의 동쪽>과 <나쁜 녀석들> <치즈 인 더 트랩> <꼰대인턴> 등에 출연한 박해진은 지난 2006년 KBS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를 통해 데뷔했다. 당시 연하남 역을 맡은 박해진은 나설칠 역의 이태란과 달달한 연상연하 커플 연기를 선보이며 '국민 연하남'으로 떠올랐고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과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박해진에게 <소문난 칠공주>는 데뷔작이자 출세작이 된 대표적인 사례였다.
2008년 독립영화를 통해 데뷔한 지창욱도 2009년 KBS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솔약국집의 넷째 아들이자 재수생 송미풍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솔약국집 아들들>로 인지도를 높인 지창욱은 이듬해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했다. 지금은 최고의 스타배우가 된 송중기도 KBS 주말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이 배우로 성장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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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다 이순신>은 전작들에 비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시청률 30%를 넘겼다. |
| ⓒ <최고다 이순신> 홈페이지 |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조정석은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을 통해 데뷔해 <그리스> <헤드윅> <내 마음의 풍금> <대장금>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그렇게 무대 연기를 이어가던 조정석은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청년 승민(이제훈 분)의 친구 납뜩이 역을 맡아 유쾌한 감초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조정석은 같은 해 왕실 근위 중대장 은시경을 연기한 <더킹 투하츠>와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납뜩이 신드롬'이 일찍 막을 내리는 듯 했던 조정석은 2013년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아이유의 상대역 신준호를 연기했다. 조정석은 <최고다 이순신>에서 까칠하면서도 다정한 면을 갖춘 캐릭터를 잘 소화하며 KBS 연기대상에서 우수상과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조정석은 같은 해 영화 <관상>으로 913만 관객, 2014년 첫 메인 주연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로 214만 관객을 동원하며 스타배우로 도약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조정석은 2015년 박보영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스타셰프 강선우를 연기했고 2016년에는 도경수와 함께 출연한 영화 <형>으로 298만 관객을 동원하며 '납뜩이' 이미지를 떨치고 '배우 조정석'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조정석은 2018년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과 2019년 드라마 <녹두꽃>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 해 여름 윤아와 함께 출연한 영화 <엑시트>로 942만 관객을 동원하며 놀라운 '흥행파워'를 과시했다. 그리고 2020년과 2021년에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1,2>에서 이익준 역을 맡아 유쾌한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2024년엔 13년 만에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하며 무대에 올랐다.
2024년 코미디 영화 <파일럿>에서 파격적인 여장 연기에 도전해 471만 관객을 동원한 조정석은 작년 4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약한 영웅: 클래스2>에서 최창희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조정석은 작년 웹툰 원작의 휴먼 코미디 호러 <좀비딸>로 작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563만)을 동원했고 <좀비딸>에서 코믹하면서 인간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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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다 이순신>에 함께 출연한 아이유(오른쪽)와 조정석은 2013년 K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다. |
| ⓒ KBS 화면 캡처 |
따라서 KBS로서는 최고의 스타가수 아이유와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조정석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고두심, 이미숙, 김갑수, 정동환 등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최고다 이순신>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다. <최고다 이순신>은 최고 시청률 30.8%로 상당히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KBS 주말드라마'였기에 결코 만족하기 힘든 성적이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최고다 이순신>은 세 자매의 막내딸로 자란 배우 지망생 이순신(아이유 분)이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꿈과 사랑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사실 복잡한 가족사만 빼면 주인공의 연령대만 조금 많아졌을 뿐 아이유의 연기 데뷔작이었던 <드림하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설정이다. 주말드라마가 아닌 미니시리즈에 더 어울리는 설정의 드라마라는 뜻이다.
하지만 <최고다 이순신>은 주말드라마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K-드라마의 고질병이자 강력한 무기인 '출생의 비밀'과 '시월드' 같은 막장 요소들을 포함 시켰다. 그렇게 출생의 비밀과 가족들의 갈등이 이야기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정작 이순신이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는 <최고다 이순신>이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도 시청률에서 탄력을 받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최고다 이순신>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제목 때문에 방영 초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물론 이름만 같을 뿐 충무공의 이야기와는 전혀 무관하다). 특히 드라마 초반 취업 면접을 온 이순신에게 면접관들이 본명이 맞냐고 물으면서 "우리 회사 말고 해경에 지원해서 독도나 지키는 건 어때요?"라고 비웃는 듯한 장면이 나오면서 '역사의식 부제' 논란이 지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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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신은 집안의 '천덕꾸러기' 순신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실제 유인나와 아이유는 둘도 없는 절친이다. |
| ⓒ KBS 화면 캡처 |
2000년 미스코리아 미 출신으로 2008년 권상우와 결혼한 손태영은 2009년 첫째 아들을 출산한 후 2013년 <최고다 이순신>에서 세 자매의 장녀 이혜신 역으로 출연했다. 혜신은 드라마가 산으로 가면서 비중이 크게 약해진 비운의 캐릭터다. 참고로 혜신의 상대역이었던 정우는 같은 해 <응답하라1994>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고 혜신의 딸로 나왔던 김환희는 영화 <곡성>에서 "멋이 중헌디"를 외치며 유명세를 탔다.
2024년 tvN의 <눈물의 여왕>, 작년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북극성>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미숙은 <최고다 이순신>에서 잘 나가는 중년 배우이자 순신의 생모 송미령을 연기했다. 갈수록 비중이 줄어든 김정애와 달리 송미령은 순신의 가정사에서 매우 중요한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농반진반'으로 드라마 제목을 <최고다 송미령>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상파 3사와 백상예술대상에서 모두 대상을 수상한 유일한 연기자 고두심 배우는 <최고다 이순신>에서 세 자매의 어머니 김정애 역을 맡았다. 김정애는 자신의 앞가림을 잘하면서 승승장구한 혜신,유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순신을 애정으로 보듬는 따뜻한 어머니다. 다만 고두심 배우는 같은 기간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에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중반 이후 비중이 줄어드는 아쉬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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