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사구 건축허가 주민 반발 확산…제주시, 취소 요구에 ‘고심’
주민들 "해안사구 훼손공사 중단, 도로점용허가 취소해 복구해야"
김완근 시장 현장 확인했으나..."주민들 요구, 관계부서 협의해 검토"

제주시 도심 지역에 위치한 유일한 해안사구로 꼽히는 이호해안사구 일부 지역에서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면서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가 제주민들의 공사허가 취소 및 원상복구 요구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최근 한 사업자가 이호매립지 앞 도로 인근에 위치한 속칭 '섯동산'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짓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제주시로부터 건축 허가 및 진출입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기는 했으나, 해당 부지가 모래언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호마을회에 따르면, 이 모래언덕은 수 백년에 걸처 태풍과 거센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해안사구로, 지난 2006년 해당 지점에 도로가 개설되면서 모래언덕 절반이 잘려 나가 면적이 축소됐다. 당시 도로 개설과정에서 모래언덕의 모래가 도로에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석축을 쌓고, 둔덕 위에 모래를 다지고 소나무를 심으면서 해안사구의 기능이 유지돼 왔다.
그런데 당초 국가소유로 돼 있던 모래언덕 일대가 공매가 진행됐고, 현 사업자가 매입하면서 개발의 길이 열린 것이다. 제주시는 지난 해 사업자가 신청한 모래둔덕 일대의 건축행위 및 진출입로 개설 공사에 대해 모두 허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해 말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 시작 불과 며칠 만에 모래언덕 중 절반가량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소나무도 뽑혀졌다.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자 공사는 지난 2일 중단된 상태다.
서마을회는 제주시에 모래언덕 건축허가 사항을 전면 즉각 취소하고, 해안사구 원상복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허가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제주시가 해안사구에 대한 사전 철저한 검토없이 이뤄진 것이기에 허가사항은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주민들은 총회에서 격한 성토를 쏟아냈다. 한 주민은 "날씨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부는데, 모래둔덕이 반으로 잘려 나가서, 바람과 모래에 의한 피해가 말도 못한다"며 "공사를 멈추고 원 상태로 복구할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바람을 막아주던 곳인데, 공사로 인해 모래언덕이 깎이면서, 해풍으로 인해 우리집 마당 잔디밭에 있던 마른 풀들이 바람에 뒤엉켜 온 집안을 쓰레기더미로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당 부지가 공매가 진행된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표출됐다. 한 주민은 "그 땅은 우리 집안의 역사와 추억이 깃든 곳이라 십 수 년 전에 우리가 매수를 시도하려고 했을 때는 불허라고 했는데, 이제와서는 공매로 인해 개인업자에게 매입되었다"며 "왜 공매될 때 마을 주민에게 일언반구 알림이 없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12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총회에 참석했던 제주시청 담당 팀장이 "모래언덕으로만 이해했지 정확히 해안사구를 인지하지 못했다. 현장실사 때, 도로에서만 바라보니, 여느 도로처럼 석축만 보여, 일반 도로 같은 줄 알았다. 반대쪽에 확인하지 않은 점이 있다"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사전 검토 부실을 인정한 것으로 비쳐졌다.
함께 참석한 강동훈 이호동장이 "시장님도 전후 내용을 다 알고 계시고, 주민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이 원하는대로'라는 부분에서 제주시가 허가 취소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제주시는 현재까지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강동훈 동장은 <헤드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김완근 시장께서 (1월9일) 현장을 둘러보신 후, 마을 관계자분들에게 '주민들 입장 잘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시고 가셨는데, 총회에서는 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며 '허가 취소 검토' 의미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제주시청 담당 팀장도 "총회에 참석해 제주시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현장 실사 내용을 그대로 설명드린 것"이라며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관계부서 협의를 거쳐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시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관계부서 검토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는 미지수다. 허가 사항을 전면 취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모래언덕 원상복구를 위해 사업자를 설득해 계획을 변경하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해안사구'라는 점을 간과해 허가를 내준 후 주민 반발에 고심하는 제주시.
건축 허가를 유지할 경우 환경훼손 비판을, 취소할 경우 행정 신뢰 실추를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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