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결론 땐 트럼프 반격 ‘혼돈’… 합법 땐 관세 무기화 우려

미국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상호관세’ 판결 선고가 이르면 오는 14일로 예고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위법으로 결론 날 경우 약 1500억 달러(220조원) 규모의 환급금과 환급 시한을 둘러싸고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번 판결이 한국 경제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국민일보는 11일 상호관세 판결 예상에 따른 시나리오를 외신 분석과 전문가 견해를 종합해 분석했다. 1, 2심과 마찬가지로 위법 판결이 나오면 전 세계가 재차 관세 카오스(대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법 판결 시 무역확장법 등을 동원해 더 강한 관세를 부과하는 ‘플랜B’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직면하게 될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이 돌려받을 수 있는 관세 규모는 약 110억 달러(16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관세 부과가 합법이라는 결론이 나오면 단기 불확실성은 해소되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의 ‘관세 무기화’가 굳어지게 된다. 외신들은 “연방대법원 판결은 미국 대통령의 무역 권한 범위를 새롭게 설정하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에 베스트 시나리오는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에 가깝다는 평가다. 15%의 상호관세 근거가 사라지면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가 다시 적용될 수 있고, 수출 계약에 따라 관세를 부담했던 국내 기업은 다시 돌려받을 가능성도 열려있어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상호관세 규모는 약 1500억 달러(220조원) 규모다. 이 중 국내 기업의 관세 규모는 약 110억 달러 수준이다.
한·미 무역 합의에서 결정된 연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현금 투자에도 ‘속도조절’ 여지가 넓어질 수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단기적 혼란은 있겠지만 상호관세와 같은 전방위적 관세 부과는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올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리스크도 해소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격은 또 다른 위험 요소다. 상호관세와 별개로 자동차(15%) 철강·알루미늄(50%) 등 품목 관세 부담을 더 늘리는 식으로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크다. 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연구소 기고문을 통해 “한국 기업들도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을 전망”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수단으로 관세를 유지하려 하면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을 통해 대체관세를 곧바로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며 “다른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도 불확실성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래예측 시장 플랫폼인 칼시와 폴리마켓은 관세 합법 판결 가능성을 각각 30%, 26%(이상 11일 기준) 수준으로 예측한다. 하급심 선고가 바뀌려면 총 9명의 연방대법관 중 5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연방대법관 중 공화당이 지명한 대법관은 6명으로 보수 우위 구도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변론과정에선 보수와 진보 진영을 포함해 6명의 대법관이 관세 부과에 부정적 견해를 제시했다.
관세 환급이 이뤄지더라도 규모와 시점이 갈등의 불씨로 거론된다. 연방대법원이 관세 무효화 시점을 ‘선고 이후부터’로 제한하거나 구체적 환급 일정 등을 명시하지 않으면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환급금이 하루 만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주나 수개월, 어쩌면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세 합법 판결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현행 관세 체계가 유지되며 단기 변동성은 적지만 미 행정부의 ‘관세 무기화’가 사법부의 공인을 받으며 트럼프발(發) 고관세 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거란 전망이다.

정부도 연방대법원의 판결 시나리오별로 국내 기업과 산업에 미칠 여파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여한구(사진)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미 무역대표부(USTR) 등 행정부와 의회, 기업 관계자 등을 만나기 위해 방미길에 오르며 “판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 정부와 업계 동향을 사전에 파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 인사들과 접촉해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선고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시나리오별로) 대응하기 위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합법인지 아닌지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무역·수입 등을 통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1심을 진행한 뉴욕 국제무역법원과 2심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는 권한 범위를 벗어난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미국 수입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과세 행위인 관세는 헌법상 의회 권한으로, 대통령 권한이 아니라는 취지다.
미 연방대법원은 최근 홈페이지에 오는 14일 주요 사건 결정이 예정돼 있다고 공지했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예정된 연방대법원 회의에서 최종 판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관행상 연방대법원은 선고 당일까지 사건 이름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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