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넷플릭스 보더니 외국인 줄 섰어”...PPL로 불황 돌파 ‘K고깃집’
명동점 외국인 비중 80%…매출 1.5배 ‘수직 상승’
말레이·베트남 등 4개국 19개 매장 ‘글로벌 영토 확장’

◆ 동네 우물 대신 ‘글로벌 파이프라인’
경영학에서 말하는 ‘레버리지(Leverage)’는 지렛대다. 적은 힘으로 무거운 것을 드는 기술이다. 불황이 닥치면 보통 기업은 비용부터 줄인다. 그러나 하남돼지집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내수 시장이라는 ‘좁은 우물’을 벗어나 글로벌 OTT 플랫폼이라는 ‘광역 유통망’을 선점한 것이다. 바로 ‘K콘텐츠’라는 글로벌 파이프라인이다.
차은우 주연 ‘원더풀 월드’, 김수현 주연 ‘눈물의 여왕’, 박보검 주연 ‘굿보이’까지. 이 라인업의 공통점은 단순 TV 드라마가 아니라, 넷플릭스·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송출되는 글로벌 콘텐츠라는 점이다. 특히 ‘눈물의 여왕’이 비영어권 부문 시청 1위를 기록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PPL 하나로 국내 인지도 상승, 인바운드 관광객 유입, 해외 진출국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전통 광고로는 불가능한 압도적 투자수익률(ROI)이다.
◆ “캐리어 끌고 오픈런”…노출 아닌 ‘각인’을 팔다
마케팅 정수는 ‘맥락 효과(Context Effect)’에 있다. 하남돼지집은 브랜드를 식당이 아닌 주인공 서사가 흐르는 ‘장면’으로 리포지셔닝했다. 고기 구워 먹으며 울고 웃는 장면에 브랜드가 녹아들자 소비자는 이를 광고가 아닌 ‘문화적 기억’으로 저장했다.
효과는 즉각적이고 폭발적이었다. 매장은 더 이상 ‘근처에 있으니 들어가는 식당’이 아니라, 한국 도착 첫날부터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찾아오는 ‘목적지’가 됐다. 현장 점주들에 따르면, 외국인 손님들이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드라마 캡처 화면을 보여주며 매장에 들어서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고객 국적도 완전히 달라졌다. 초기에는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미국, 캐나다, 유럽, 중동, 심지어 남미 관광객까지 가세했다. 특히 ‘눈물의 여왕’ 글로벌 히트 이후 영어권 관광객들이 “넷플릭스가 나를 여기로 데려왔다(Netflix brought me here)”고 말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이들은 단순히 식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 굽는 소리, 직원의 퍼포먼스, 서툰 쌈 싸 먹는 모습까지 SNS에 올리며 ‘놀이’처럼 경험을 소비한다. #HanamBBQ, #KBBQ, #QueenofTears 해시태그를 타고 확산된 콘텐츠는, 수십억원짜리 광고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 자산이 됐다.
◆ 소주 대신 ‘맥주’, 삼겹살 대신 ‘세트’
외국인 고객 증가로 매장 풍경과 매출 구조도 변했다. 한국인이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는 반면, 외국인들은 드라마 주인공처럼 맥주·음료를 즐기고, 단품보다 다양한 부위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를 선호한다. 덕분에 객단가는 한국인 평균 대비 1.3~1.5배 높다.
매장 서비스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진화했다. 다국어 메뉴판과 픽토그램 시스템, ‘K-BBQ 즐기는 법’ 시각 매뉴얼을 배치하고, 가맹점주에게는 “유창한 영어보다 중요한 건 눈을 맞추는 진심”이라는 서비스 철학을 강조한다.

국내에서의 성공은 해외 진출의 기폭제가 됐다. 현재 하남돼지집은 4개국 19개 매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K-BBQ 대항해시대’를 열었다.


◆ 2026년 북미 상륙…‘K-BBQ의 딘타이펑’ 꿈꾼다
공격적 행보는 멈추지 않는다. 하남돼지집은 2026년에도 여러 대작 드라마 제작 지원을 이미 확정했다.
이제 시선은 세계 최대 외식 시장인 북미로 향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과 손잡고 미국 텍사스와 뉴욕을 전략적 교두보로 낙점했다. 텍사스는 BBQ 본고장으로서 정면 승부를, 뉴욕은 글로벌 트렌드 발신지로서 파급력을 노린 선택이다.
장보환 하남돼지집 대표는 “단순 자본 투자자가 아닌, 미국 전역 물류 인프라와 운영 역량을 갖춘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만 딘타이펑이 샤오롱바오의 세계 표준이 된 것처럼, 하남돼지집이 세계인에게 ‘K-BBQ의 표준’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500도 불맛은 ‘타협 불가’…소스·사이드는 현지에 맞췄죠”
Q. ‘하남돼지집’이라는 사명이 다소 투박하다는 평도 있는데.
A. 철저히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창업 당시 매장은 이면도로에 위치한 가건물이었다. 유동 인구가 거의 없는 악조건이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끌기 위해서는 세련됨보다는 다소 촌스럽더라도 한 번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는 직관적인 이름이 필요했다. 그 투박함이 오히려 ‘진짜 맛집’이라는 신뢰를 주는 브랜드 자산이 됐다.
Q. 15년 차 브랜드로서 겪은 ‘노후화’ 위기는 어떻게 극복했나.
A. 브랜드 연륜은 ‘신뢰’라는 자산인 동시에 ‘지루함’이라는 양날의 검이다. 특히 MZ세대에게 ‘부모님 세대가 가는 고깃집’으로 인식되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었다. 우리는 이 ‘오래됨’을 ‘낡음’이 아닌 ‘콘텐츠의 깊이’로 재정의했다.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주 전원에게 마케팅 동의(100%)를 얻어내며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불황기에도 본사와 점주가 한배를 탔다는 이 강력한 유대감이 위기를 돌파하는 가장 현실적인 무기였다.
Q. 해외 반응이 뜨겁다. 현지화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A. 한마디로 “본질은 지키되 경험은 바꾼다”는 것이다. 500도 고온 초벌, 20mm 정교한 커팅, 직원이 직접 구워주는 서비스는 타협할 수 없는 하남돼지집의 DNA다. 반면 소스의 염도, 매운맛 강도,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사이드 메뉴는 철저히 현지 입맛에 맞춘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현지스러운”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Q. 외국인들이 특히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면.
A. 서양의 바비큐 문화는 주로 고객이 직접 굽는 DIY(Do It Yourself) 방식이다. 반면 우리는 숙련된 직원이 눈앞에서 고기를 재단하고 최적의 타이밍에 구워준다. 외국인들은 이를 단순한 식사가 아닌, 마치 고급 일식당의 ‘오마카세’ 같은 퍼포먼스로 받아들인다.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나를 여기로 데려왔다(Netflix brought me here)”며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하는 고객이 급증했다.
Q. 북미 진출을 앞두고 있다. 파트너 선정 기준이 까다롭다던데.
A. 단순히 자본력만 있는 파트너는 원치 않는다. 미국과 캐나다는 워낙 거대한 시장이다. 미 전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물류 인프라, 검증된 외식 운영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하남돼지집의 브랜드 철학을 완벽히 이해하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향후 10년 성패를 좌우할 결정이기 때문에 느리더라도 정확하게 가는 길을 택했다.
Q. 끝으로, 폐업 위기의 자영업자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A. “손 놓고 버티는 건 답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인구는 줄고 비용은 오르는 구조적 위기다. 하지만 작은 가게일수록 사장의 진심이 손님에게 닿기 쉽다는 강점이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한 그릇에 담긴 정성과 태도만큼은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대충 운영하면 망하지만, 진심이 담긴 가게는 결국 살아남는다. 나 역시 그 치열한 현장에 있는 동료로서 끝까지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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