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 달콤 따끈, 일본 겨울 여행 가면 꼭 맛보세요
[이정미 기자]
왜 그런 여행지 있지 않은가. 몸이 기억하는 곳. '그곳의 음식이 먹고 싶다'거나 '따뜻한 온천이 그립다'거나 그런. 나에게는 일본이 그런 곳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우리 가족은 1년 6개월 동안 일본 후쿠오카 지역에서 살았던 추억이 있다. 한일 문제가 불거지면 '다시는...' 하다가도, 문득 야키 카레가, 말차가, 신사 앞에서 먹었던 구운 찹쌀떡이 먹고 싶어지는 거다.
지난 3일에서 6일까지 3박 4일 간 가족 여행으로 일본 시코쿠의 소도시 '다카마쓰', '오카야마', '나오시마'를 다녀왔다. 6년 만에 만난 일본은 정겨웠다. 렌터카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화장실, 쓰레기통, 조그마한 의자, 놓여 있는 물건들이 단정하고 깨끗하다.
20년 전 일본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쓰레기 하나 없는 거리, 먼지 하나 없는 슈퍼마켓 진열장, 어디를 가든 유모차 바퀴가 굴러가는 신기함에 살짝 질투심이 일어나기도 했다. 변함없이 깨끗한 가게, 친절한 점원의 모습을 보며, '아, 여전하구나! ' 하며 일본에 도착한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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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누키 우동 발로 밟아 반죽하고 오래 숙성하여 쫄깃하고 탱탱한 면발이 특징이다. |
| ⓒ 이정미 |
"'대'인가요? '소'인가요?"
일본에서 '소'라면 양이 너무 적을 것 같아 우리는 모두 '대'로 주문하였다.
"음~~, 면발이 완전 쫄깃하네!"
딸과 아들은 "음~, 음~~ " 연신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며 후루룩 맛있게 먹었다. 딸은 다른 테이블을 둘러본 후 "대를 먹는 여자는 우리 뿐이야" 하며 재미있어 했다. 사누키 우동은 발로 밟아 반죽하고 오랫동안 숙성하여 면발이 쫄깃하고 식감이 탱탱한 것이 특징이다. 잘게 썬 파, 다진 무, 미역, 튀김 가루를 취향에 따라 듬뿍 넣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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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쓰린 공원 안 일본 전통 카페에서 말차와 일본 과자를 먹었다 |
| ⓒ 이정미 |
기모노를 단정하게 차려 입고 조용한 목소리, 다소곳한 몸 놀림, 은은한 눈 웃음으로 정중하게 손님을 대하는 점원의 태도에서 환대의 정점을 느낄 수 있다. '뭘 이렇게 까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 폭의 그림 같다', 또는 '내용은 결국 형식을 통해 드러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런 환대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튼 <일일시호일> 속 말처럼 마지막은 '후루룩' 소리 내어 마시며 말차를 깨끗하게 비웠다. 순도 높은 녹차의 쌉싸름한 맛이 입안에 머물고, 느끼고, 삼키는 순간에는 어떤 '정화'의 힘이 있다. 그리고 달콤한 과자 한 입으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일. 이 맛에 차를 마시나 보다. 인생처럼. 쓴 가운데 달달한 것이 인생이라는.
65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저녁을 먹기 위해 '도미 인 타카마쓰'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상점가로 나갔다.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버텨온 인상이 물씬 풍기는 외관의 초밥 집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었다. 좁은 실내 공간에 하얀 요리복을 입은 백발의 어르신이 "이랏샤이마세" 인사하며 우리를 맞이했다.
음식점 안은 온통 오래되고 낡은 물건들로 가득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국자, 거품기 등 조리 도구, 세월을 가늠할 수 없이 작고 낡은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식기들, 가는 줄에 매달려 있는 마른 청어는 독특하고 근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주인장에게 이 가게에 대한 역사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느린, 리듬을 타는 듯 손을 놀리며 초밥을 만들어 우리 앞에 한 점 한 점 내놓는 흐름을 깨면 안될 것 같아 조용히 지켜보았다.
"두 번째 생선 정말 부드럽네요. 입에서 살살 녹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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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밥집 65년 간 같은 장소에서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
| ⓒ 이정미 |
"밥이 다 떨어졌네요. 아직 두 개 정도 안 나왔는데 가격을 내려 식사를 끝내도 되겠습니까? 설날에 이렇게 바쁠 줄 몰랐어요."
그는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남편이 그의 말에 놀라며 물었다.
"설날에도 쉬지 않고 일하십니까?"
"그럼요. 하루도 쉬지 않고 65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아버지가 초밥 집을 했고, 그는 30년째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65년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조리 도구를 사용하며, 아버지가 하신 방법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모습이 놀라웠다. 좁은 실내에는 손님을 위한 의자는 단 6개.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에도 손님이 왔지만 그는 정중하게 모시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에게 허용된 만큼의 공간 만을, 손님만을 맞이하는 그의 태도를 보며 겸허해졌다.
애쓴 나를 위한 저녁식사
'오카야마'에서는 온천을 하기로 했다. 숙소인 우노 호텔에 딸린 세토우치 온천 '타마노유'에서 부드러운 바닷바람, 하얗게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추위에 움츠렸던 몸을 녹였다. 노천탕 둘레에 바위와 돌을 놓고 나무를 심어 온천을 하면서도 자연을 감상하고 누릴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 일본 온천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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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이세키 요리 온천 후 일본의 전형적인 가이세키 정식을 먹었다. |
| ⓒ 이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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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자이 젠자이 |
| ⓒ 이정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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