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전력망 끊고 “평화유지군 표적”…핵 운용 신호까지

━
“주 전체가 꺼졌다”…전력 시설 때린 러시아의 겨울 무기화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의 전력 인프라를 때리면서 자포리자·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에서 100만 가구 이상이 정전을 겪었다. 전기뿐 아니라 난방과 수도 공급에도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정전은 경보 체계까지 뒤흔든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포리자 당국자를 인용해 “최근 수년 새 처음 겪는 주 전체 정전으로 공습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다”며 “공습 위협이 발생할 경우 자포리자 경찰이 확성기로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FT는 이번 공습을 러시아의 '겨울 무기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변전소와 송전소 등에 반복적으로 타격을 가하면 수리가 잇따르게 돼 감산 운용이 불가피해진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전문가는 FT에 “변전소가 파괴, 손상, 수리라는 사이클로 일부만 운용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곳만 맞아도 정전이 촉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을 이후 드론·미사일을 섞어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체계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게 FT의 진단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번 전력망 공격을 “군사적 합리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울에 민간인을 괴롭히는 게 목적이라는 의미다.
정전 다음날, 러 “유럽 평화유지군은 위협…정당한 표적”
이후 러시아는 전장을 넘어 휴전 이후를 겨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8일 영국과 유럽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오는 평화유지군 구상을 직접적 위협으로 규정한 뒤 “서방의 병력·시설·창고 등 인프라가 배치되면 정당한 전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진 중인 종전 구상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유럽 평화유지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WP는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목적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와 서방 연계를 끊는 것이었다”며 “서방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형태의 종전 구상은 구조적으로 마찰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서부에 꽂힌 탄도미사일…유럽에 더 가까워진 핵 위협
러시아 외무부의 경고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에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이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8일 밤 “러시아 전략 핵 시험장으로 알려진 카푸스틴 야르에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포착했다”고 밝혔고, 이어 폭발이 보고됐다.
해당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의 인프라를 때렸다. 그 결과 주거용 건물만 20채가 파손됐고 구급 대원을 포함한 4명이 사망했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밝혔다. AFP통신은 최소 25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핵심 목표물에 대한 대규모 타격에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개암나무'라는 뜻을 가진 오레시니크는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고 음속의 약 10배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러시아가 오레시니크를 우크라이나에 쏜 건 2024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다.
해당 타격을 놓고 유럽을 향한 러시아의 의도적 위협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폴란드와 가까운 접경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경고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카푸스틴 야르는 러시아가 2024년 11월 우크라이나에 극초음속 중거리미사일 오레시니크를 쏘고 유럽에 확전 신호를 보낸 지역이기도 하다. 실전에선 재래식 탄두가 쓰였다고 해도 핵 운용 가능 플랫폼의 존재를 협상 국면에서 과시하는 게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유럽은 즉각 반발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엑스(X)에 "오레시니크 미사일 사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분명한 확전이며 유럽과 미국을 향한 경고"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하이브리드 위협 공조 틀에서도 한발 물러서는 조짐을 보인 점 역시 유럽의 대러시아 압박 전선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은 7일 트럼프 대통령이 66개 국제기구 탈퇴를 지시하는 각서에 서명했다고 공개했는데, 탈퇴 대상 비유엔 기구 목록에는 유럽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센터가 포함됐다. 인프라·정보·사이버 영역 등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위협에 유럽이 더 취약해지면 협상 주도권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우중이 말려도 사표 냈다…'대박 자리'만 골라간 그의 비결 | 중앙일보
- "황소 붙어도 안 보낸다"…요즘 대치동 학원이 심상찮다 | 중앙일보
- "계엄 왜 하필 그날이었냐고? 12월3일, 그 사람들 때문이야" | 중앙일보
- 여고생 목 졸라 기절 반복…"살려달라 무릎 꿇었다" 무슨 일 | 중앙일보
- "돼지 살찌워 도살하듯" 충격 범죄…'캄보디아 검은 배후' 결국 | 중앙일보
- 여신도 10년 성착취한 전직 목사…"다윗왕도 여러 여자 뒀다" | 중앙일보
- [단독] 대미외교 '대통령의 입'…이 대통령 통역에 96년생이 온다 | 중앙일보
- "박나래 연락도 안 된다"…'주사 이모' 남편, 전 매니저에게 토로 | 중앙일보
- 학사모 쓴 구혜선 깜짝…카이스트 석사 조기 졸업 "다음은 박사" | 중앙일보
- "핸드크림 바르고 쫓겨났다"…3시간 달려 도착한 양양 카페서 무슨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