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선수만 있고 물 없는 꼴'…네이버·SK "AI DC 전력공급, 정부 역할 필요"
네이버 "전력·환경·안전 우려…정부 중재 필요”
SKT "GPU는 수영선수, 전기는 물…속도감 있는 전력 지원책 절실"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대전환은 이제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요소까지 발전했다"며 인프라 확충을 강조하면서, 필수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AI DC)의 전력 공급 방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등 주요 AI 데이터센터 운용사들은 정부가 전력 공급의 명확한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주민·시민단체 등과의 갈등에 대한 중재자가 돼 줄 것을 요청했다.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AI 데이터센터의 현실적인 전력공급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국내 전력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짚고, 즉시 적용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국내 전력시장 구조에서의 AI 데이터센터 전력공급 한계 분석' 발제를 통해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으로 전력 공급 안전성·경제성·환경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기를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보내는 송전망은 주민 반발, 지자체 인허가 지연, 보상 등의 문제가 얽히며 당초 계획보다 평균 4년 가량 지연되는 실정이다.
입지 선정만 해도 평균 4~5년이 걸리는 데다 사업 인허가에서 평균 3~4년, 송전선로 시공에 6년이 소요돼 345kV(키로볼트) 기준 계획상 9년이던 사업 기간이 최대 13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구축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와 비교해도 뒤처지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 센터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규모는 말레이시아에도 뒤지고 있으며 일본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AI향 전력 등 전력 수요가 데이터센터(DC), 전기화, 첨단산업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대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데이터센터 최대전력은 2025년 1.2GW(기가와트) 수준에서 2038년에는 6.2GW로 5.2배 급증한다. 아울러 전력소비량은 2025년 8.2TWh(테라와트아워)에서 2038년 30TWh로 3.7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전력망으로는 수용이 제한적인 만큼 AI 데이터센터를 영·호남권 등 발전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수도권의 경우 수요 215TWh, 발전 141TWh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 반면 영남권과 호남권은 발전이 수요를 초과해 AI 데이터센터 유인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발전소 인근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와 인근 발전기 사이 다양한 직접구매계약(PPA)을 허용하고 송전망 이용료를 대폭 감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원전 인근 AI 데이터센터가 송전망 부담을 완화할 경우 우선 접속을 허용(패스트트랙)하되 타 소비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저원가의 기존 원전과의 PPA는 불허해야 한다고 말했다.
2030년 이후 수도권향 송전망이 어느 정도 보강된 이후에는 수도권 AI 데이터센터를 허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글로벌 데이터 센터 구축 사례 및 시사점 분석' 발제를 통해 전력 부족은 글로벌 전역에 걸친 최대 이슈라고 지적했다.
S&P 글로벌 에너지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3년간 데이터센터를 위해 44GW 용량이 필요하지만, 25GW만 공급이 가능해 전체의 40%가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력 소비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조 위원은 말했다.
전력 공급 문제로 빅테크 역시 미국 및 해외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력 공급 문제를 이유로 영국으로부터 2032년까지 AI DC 프로젝트가 가동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주요 IT 기업은 원전 발전소를 인수하거나 생산 전력을 독점 구매하는 방식으로 AI 전력원 확보에 골몰하고 있다.
아마존은 탈렌 에너지와 원전 2호기(Unit 2)의 생산 전력 전량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24년 9월 스리마일 섬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하기 위해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 장기 PPA를 체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 현장(2호기) 인근의 1호기를 AI 전력원으로 부활시킨 사례로, AI 시대 전력난의 절박함과 원자력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조 위원은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빅테크들은 핵융합 PPA, 차세대 지열 발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24시간 전력 확보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한국 역시 전력 확보를 위한 PPA 거래 대상, 규모, 기간 등에 대한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고 조 위원은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하이브리드(재생+무탄소) 전력을 PPA 거래로 확보하도록 하되 대상, 규모 등의 제한을 해제해 수요자가 전력 수요를 전략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발전원과 무관하게 직접 계약하고 현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전용선로 구축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AI 데이터센터 운용사들이 PPA 및 자체 발전 등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PPA를 통해 일정 규모의 전력을 자체 확보한 AI DC에 대해서는 전력계통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수요를 국가전력계획에 반영하고 주민 반발 등 우려를 정부가 중재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김영준 다우기술 데이터센터 사업총괄은 "데이터센터 만들기 힘든 나라로 고객들은 한국을 지목한다"며 "풍부한 전력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송전망 환경 개선 등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싱가포르 사례를 들었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고 있으며 PPA 관련 법적 기반도 잘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한국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PPA를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인프라 구축 시 환경단체, 지역 주민 등의 우려를 중재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정욱 네이버클라우드 이사는 "전력 공급, 안전, 환경 등에 대한 지역 주민 반발 등의 우려가 있다. 민간이 설명을 하더라도 (자사) 이익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반발한다"면서 중앙 정부 차원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수요를 국가전력계획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줄 것도 요청했다. 문 이사는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구체적으로 다뤄 중장기 수요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불확실성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와 송전 계통망 구축은 시차를 두지 않고 함께 가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문 이사는 "고속도로를 깔 때 차가 다닌 뒤에 구축하는 것이 아니다. 송전선, 변전소 등을 미리 준비하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하는 등 선제적인 국가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가발전 및 분산전원 제도 정비'에서도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가발전 에너지를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합리적인 인허가 환경이 필요하다"면서 "큰 틀의 방향이 잡힌다면 민간으로서는 생태계 개선에 보조를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대해 '수영선수(GPU)에게 수영장(데이터센터)과 물(전기)이 없는 꼴'이라며 속도감 있는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조정민 SK브로드밴드 DC사업담당 부사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장을 약속했지만 그 GPU를 어느 데이터센터에 갖다놓을지 의문이 생긴다"면서 "물이 없는 곳에서 수영장을 만들 수 없다. 좀 더 파격적으로 전력 공급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26만장 GPU는 500~800MW의 전력을 필요로 하며, 이는 일반 도시(40MW)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만큼, 현 구축 속도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국에 일률적인 전력 정책을 적용하기보다 서남권 등 에너지 자급률이 200%를 넘는 지역을 중심으로 PPA 허용, 전력계통 간소화 등 비수도권 전력 공급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통해 수도권 계통 과부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해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가기 위해, 전력 공급에서는 어떤 주제들이 논의돼야 하는가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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