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배상→기초수급 탈락' 3년 유예했지만... "혈액투석만 몇 천인데"

전선정 2026. 1. 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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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일시적 재산 산정 제외' 특례, 피해자들 "3년 뒤 다시 박탈될 것"... 장기적 보호 위해 법·제도 정비 필요성

[전선정 기자]

 한국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로 운영된 부랑인 집단수용시설 형제복지원. 국가와 법인에 의한 학살, 폭력 사건이 끊이질 않았지만 '사회복지법인'으로 운영되었다.
ⓒ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
보건복지부가 국가폭력 피해자 배상 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탈락을 막기 위해 '3년 유예'라는 대책을 냈지만 "장기적이고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2026년부터 국가 불법행위 피해자로서 배상금 등 일시금을 지급받은 수급자가 포함된 가구에 대해, 해당 일시금을 3년간 재산 산정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신설한다"라고 발표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불합리한 수급 탈락"을 위해 만든 정책이지만, 배상 후 3년이 지나면 배상금을 재산 산정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형제복지원 사건, 제주 4·3 사건 등 과거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급자가 배상금이나 보상금을 받은 경우, 해당 일시금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해 왔다"라며 "배상금 수령으로 인한 불합리한 수급 탈락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국가폭력 배상금이 소득? 이치에 안 맞아"

지난해 3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피해자들이 받은 배상금이 재산으로 산정돼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을 상실한 사례가 이어졌다. 피해자들 사이에서 "배상금을 받아 수급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보다, 배상금을 받지 않고 수급 자격이 유지됐을 때 이익이 더 커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의 3년 유예 특례에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은 "다행"이라면서도 "한시적으로 유예한 것이라,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책임질지 중앙부처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좋은 일"이라면서도 "3년으로 끝내면 안 된다. 국가폭력을 인정하고,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지급한 배상금을 국가가 또 소득으로 잡아 수급 자격을 박탈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형제복지원 피해자 중에서는 몸과 마음이 망가진 분들이 대다수"라며 "형제복지원에 3년 있던 저만 해도 허리가 안 좋아 복대를 계속 차고 있는데, 더 오래 있던 분들은 더 심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상당수의 허리가 안 좋고, 대부분이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어 진료 비용이 상당하다"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몇 천만 원이 드는 혈액 투석을 받는 분도 계신데, 수급 자격이 박탈되면 금방 배상금을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해 "우리는 국가가 직접 개입한 국가폭력의 피해자인데, 지원이 잘 안 되고 있다"라며 "중앙부처 차원의 담당 부서나 법령이 없어, 현재 부산시에 거주 중인 피해자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경보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대표도 같은 날 통화에서 "피해자 분들 중에서 절반 이상이 수급자이다"라며 "형제복지원 수용되는 동안 사회와 단절되고, 가족과 해체되고, 교육 기회가 박탈돼 대부분이 평생을 어렵게 생활하셨는데, 3년 뒤 수급 자격이 또 박탈된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상금을 받은 이후에도, 피해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지원 및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사회와 단절돼 있다가 큰 돈을 받으니, 이를 모두 탕진했다는 등 안 좋은 소식이 들리더라"라고 덧붙였다.

"연금제·후견인 보호제 등 필요"
 박경보 형제복지원피해자협의회 대표 등이 지난해 2월, 부산지법 앞에서 민사 11부의 1심 선고에 대해 입장을 말하고 있다. 부산에서 처음 나온 국가배상판결이었지만, 법무부 항소 탓에 분위기가 밝지 않았다.
ⓒ 김보성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정부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 부산에 주민등록을 둔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위로금 500만 원, 생활안정지원금 매월 20만 원, 연 500만 원 한도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박승희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2일 통화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 안에서가 아니라 다른 제도로 3년 뒤에도 이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기초생활수급의 대상이 된 건, 국가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며 "연금제도, 보상금 등 법과 제도를 다시 만들어서 국가로 인해 피해본 이분들이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국가배상 소송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김건휘 변호사(법무법인 시그니처)도 같은 날 통화에서 "이번에 진행한 소송의 경우, 일시적으로 다액의 위자료가 지급돼, 오랫동안 사회와 단절돼온 피해자분들 특성상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배상금을 일시금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후견적 보호제도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해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에, 특정한 지자체에 주소를 두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별로 지원의 규모가 차이가 나는 점은 시정될 필요가 있다"며 "전국의 모든 피해자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6일 통화에서 "현재 중앙부처 차원의 담당 부서나 법령이 없다"라며 "부산시는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19년 조례를 제정했고, 이에 근거해 국비 지원 없이 순수 부산시 비용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시 조례는 부산시 안에서만 행정력을 가져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부산시에 주소를 두고 있지 않다면, 지원을 못 해드리는데, 보건복지부와 같은 중앙부처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전국 단위의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해 "지난해 11월, 특례를 신설하겠다는 공문 외에는 관련한 지침을 보건복지부로부터 하달받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같은 날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유예 기간을) 3년 이상으로 더 연장할 가능성이 없다"라며 "3년 후에도 배상금이 남아있는데 정말 생활이 어려운 게 보장기관(수급자의 급여를 제공하는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확인이 되면, 기관 심의를 통해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지자체 단위가 아닌, 보건복지부에서 일괄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그것이) 보건복지부 업무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지침을 지자체에 하달하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관련해서 현재 서울·경기·인천 공무원이 교육을 받았고, 앞으로도 지자체별 교육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라며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일일이 공문을 내리기는 어렵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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