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전력과의 전쟁”…‘전기요금 폭탄’ 위기에 한국 부스 찾은 미국 [CES 2026]

이가람 2026. 1. 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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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에서 '베라 루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전기먹는 하마’. 인공지능(AI)의 폭발적인 확산이 낳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문제는 올해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쇼(CES 2026)’에서도 화두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을 공개하며 강조한 포인트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6% 절감할 수 있다”였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저전력 솔루션’을 내건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일(현지시간) CES 현장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미국 페어팩스 카운티의 빅터 호스킨스 경제개발청장은 “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더 지으려는 수요가 넘쳐나지만 전력 문제로 건설 허가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미국 버니지아주 북부에 위치한 페어팩스 카운티는 미국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장 밀집한 지역으로, 전력 소모가 급증하며 전기요금 인상 문제로 고심중이다.

CES 2026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빅터 호스킨스 페어팩스 카운티 경제개발청장. 이가람 기자

이날 페어팩스 카운티 관계자들은 국내 스타트업 ‘이디엠가젯’의 부스를 찾았다. AI 전공 대학원생들이 창업한 이 회사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을 AI로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AI 칩의 발열량에 따라 냉각수 온도와 실내 온도를 효율적으로 조정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중요도가 낮은 작업을 전력 사용량이 낮은 시간대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호스킨스 청장은 “추가 설비없이 기존 시스템에 AI를 적용한 소프트웨어만으로 구현된다는 점이 인상깊다”며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거나 새로 지으려는 기업들에게 적극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빅터 호스킨스 페어팩스 카운티 경제개발청장이 CES 2026 베네시안 엑스포에 마련된 ‘이디엠가젯’ 부스를 찾았다. 이가람 기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려면 수십 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한데, 이는 작은 도시 전체의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 속도는 전체 전력 소비 증가율의 4배를 웃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를 차지했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CES 2026이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미국 스타트업 에어룸 에너지가 차세대 풍력 발전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CES에서도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전력 솔루션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부스를 차린 미국 스타트업 ‘에어룸에너지’는 차세대 풍력 발전 기술을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높이 200m에 달하는 기존 대형 풍력발전기 대신 20~30m 높이의 원형 트랙을 설치해 작은 날개들이 레일을 따라 돌며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에어룸에너지 측은 설치 비용과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CES 2026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미국 에너지 저장 솔루션 기업 ‘스트라이튼 에너지(stryten energy)’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미국 에너지 저장 솔루션 기업 ‘스트라이튼에너지(stryten energy)’는 데이터센터용 에너지 저장 장치를 내세웠다. 스트라이튼에너지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 구축은 더디다”며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자체 내부의 배터리 인프라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에서 분사한 친환경 기술 기업 ‘파도 AI’ 역시 CES에서 AI 기반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CES 2026이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국내 팹리스 기업 딥엑스가 저전력 인공지능(AI) 칩을 소개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국내 기업들의 전력 효율 개선 기술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노트북과 차량에 탑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을 각각 공개했다. 노트북에 자체 AI 연산 기능이 탑재되는 추세고, 전기차 등 차량에 들어가는 전자장비가 늘어나면서 전력 효율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팹리스 업체 딥엑스는 초저전력으로 추론이 가능한 AI 칩을 공개했다.

라스베이거스=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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