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양이가 재개발 막았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에 무슨일이

문희철 2026. 1. 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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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는 약 200여마리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건물 철거 전 백사마을에서 거주하던 고양이들. [사진 중앙일보 독자 제공]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이 철거 중인 가운데 인근 주민이 길고양이의 피해를 앞세워 공사 중지를 신청했다.

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따르면, 하계동 주민 김모씨는 백사마을 재개발 시공사인 GS건설을 대상으로 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오는 13일 이 사건에 대해 양측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중계동 백사마을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서울 노원구 불암산 자락 '백사마을' 철거가 시작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김씨는 백사마을 재개발로 인해 동물의 생명·신체에 대한 권익 등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침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3조·4조·9조를 근거로 동물 구조·안전 조치를 완료할 때까지 철거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청서에서 김씨는 “철거 공사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고양이가 매몰됐거나 희생됐고, 지금도 200여마리의 길고양이가 방치된 상태”라며 “철거 행위가 동물보호법이 규정한 동물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GS건설은 지난해 5월 8일부터 현장에서 철거 공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사업 시행자 측은 철거 과정에서 이미 길고양이 구호를 마쳤다고 반박한다. 성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주택정비사업부장은 “노원구 보건위생과, 인근 지역 주민들과 함께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지난해부터 안전한 공간에 창고를 만들고 200만원 상당의 사료를 구비·제공했으며, 고양이가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지난해 5월 8일부터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현장에서 철거 공사를 진행 중이다. [중앙포토]

일각에선 김씨의 공사 중지신청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길고양이 구호 활동을 하는 노원구캣맘협의회 관계자는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 오히려 길고양이가 살아갈 환경은 더 좋아질 수 있는데, 김씨가 일방적으로 공사 중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김씨 본인과 그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에 연락했지만, 모두 회신이 없었다.

신동원 서울시의회 시의원(국민의힘·노원1)은 “산을 끼고 있는 재개발 현장에는 길고양이가 상당히 많은 경우가 많다”며 “이런 지역은 도시주거환경정비·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동물 보호·이주 대책을 수렴해야 한다는 의견을 신중히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앙그룹과 KT&G가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연탄나눔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4개월간 길고양이 유입…13일 심문기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 조감도. 최고 35층, 26개동 3178세대 아파트를 건설한다. [사진 서울시]

노원구 백사마을은 1960년대 청계천·용산 일대 서울 도심 개발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이주해 형성한 마을이다. 이들이 뿌리를 내린 불암산 자락의 당시 주소가 산 104번지라는 점에서 백사마을로 불렸다. 노원구의 낙후된 주거 환경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서울시는 백사마을을 정비하기 위해 2008년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2009년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16년째 사업이 지연했다. 서울시는 150차례 이상 주민과 소통한 끝에 지난해 12월 1일 기공식을 개최했다. 최고 35층, 26개동 3178세대 아파트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29년 입주예정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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