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금, 은, 비트코인

2025년 한동안 나란히 ‘대체 자산’으로 불리며 주목받던 금과 비트코인의 노선이 갈라졌다. 금은 사상 최고가 흐름을 이어간 반면, 비트코인은 최근 9만 달러 선을 회복했음에도 올해 향방을 두고 시장 시선이 엇갈린다.
이 차이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던지는 질문이 달라진 데서 비롯된다. 금이 오르는 이유는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가 아니다. 통화는 늘어났고, 재정 적자는 구조화됐으며, 금융 제재와 지정학적 갈등은 일상이 됐다. 이런 환경에서 중앙은행과 국가는 수익률보다 ‘통화 주권’과 신뢰 문제를 먼저 고민한다. 금은 누군가의 약속에 기초하지 않은 자산이고, 금융제재나 정치적 판단으로 금융결제망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그래서 금에 대한 수요는 가격이 올라도 쉽게 줄지 않는다. 보험을 비싸진 이유로만 해지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은은 또 다른 얼굴을 가진 자산이다. 금과 함께 움직이지만 산업 자산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는 은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경기와 기술 전망에 따라 변동성은 훨씬 크다. 은은 늘 싸 보이나 성격을 오해하기 쉬운 자산이다.
한때 ‘디지털 금’이란 불린 비트코인은 안전자산과 거리가 먼 상황이다. 고금리 환경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고, 중앙은행의 선택지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기술주와 유사 운명의 자산으로 취급받고 있다. 비트코인이 다시 강해지려면 시장의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수익이 아니라, “현재의 통화 시스템을 계속 믿어도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커져야 한다. 결국 금은 달러 중심 통화 질서의 불안을 반영하고, 은은 산업의 방향을 비추며, 비트코인은 통화 체제에 질문을 던진다. 이 셋의 엇갈린 움직임을 제대로 읽을 때야말로 우리는 현대 자본주의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조원경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김건희 새벽 싸움 말렸다” 계엄 실패뒤 관저 목격자 증언 [실록 윤석열 시대2] | 중앙일보
- “치매 검사 안 해” 버럭한 엄마…병원 모셔가는 세 가지 스킬 | 중앙일보
- "AI 딸깍해 연 9000권 찍었다"…논란의 '괴물 출판사' 실체 | 중앙일보
- 여신도 10년 성착취한 전직 목사…"다윗왕도 여러 여자 뒀다" | 중앙일보
- 여고생 목 졸라 기절 반복…"살려달라 무릎 꿇었다" 무슨 일 | 중앙일보
- "동생이 죽어있다" 신고한 50대 여성…남편도 며칠 뒤 숨졌다, 뭔일 | 중앙일보
- "박나래, 차량서 남성과 특정 행위"…전 매니저, 노동청에 진정서 | 중앙일보
- 2080 치약의 배신, 믿고 썼는데 '중국산'…"6종 자발적 회수" | 중앙일보
- 정형돈 "잘사는 가정 난도질, 미친 거냐" 가짜뉴스에 분노, 뭐길래 | 중앙일보
- '해산물 콤보' 정체 알고보니…베트남서 성매매 알선한 한인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