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찍고 日방문 앞둔 李대통령…한일 '균형 외교' 대응 촉각
日, 한중 정상회담 이후 韓 외교 행보 예의주시 중
총리·외교, 日여당 핵심 연쇄 접견도…사전 포석?

중국 국빈 방문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일본 방문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시험대에 다시 올랐다. 중국과 일본을 잇는 연쇄 외교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이 미중 전략 경쟁과 일중 갈등이 겹친 상황에서 어떤 외교적 좌표를 설정할지가 한일 관계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방중 이후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처음으로 검증될 무대는 한일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회담에서 한·미·일 협력의 지속성과 신뢰를 중점적으로 확인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안보 협력과 공급망 연대를 둘러싼 일본의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 외교 기조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최근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외교 행보를 주의 깊게 관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중 과정에서 항일운동 등 역사 인식이 언급된 점,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메시지가 부각된 점을 두고 일본 내에서는 한국이 중국 쪽으로 외교적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감지된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더라도, 한·미·일 협력의 틀에는 균열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방중 기간 일·중 갈등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물자(민간용·군용 활용 가능한 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데 대해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언급하며 평가를 자제했다. 미중, 일중 갈등이 동시에 격화되는 국면에서 어느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 등거리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외교가에서는 이같은 태도가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방일 국면에서는 보다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자국 안보 이해와 충돌하지 않을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해협 문제, 첨단 기술 및 핵심 소재 공급망을 둘러싼 협력 사안에서 한국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국의 대중 외교 강화가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공개적 언급도 이어지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이 단순한 관계 관리 차원을 넘어,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번 방일을 '균형 외교'의 실질적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한·미·일 협력과 어떻게 병행되는지를 일본에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이라며 "모호한 균형보다는 한국 외교의 기준과 한계를 분명히 제시해야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이 내세운 실용 외교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복잡한 국제 환경 속에서도 작동 가능한 전략임을 입증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김민석 국무총리와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내주 대통령의 방일일정을 앞두고 일본 집권 자유민주당 핵심인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을 만나 양국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밑바탕 작업을 가지기도 했다.
우선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고바야시 정조회장을 접견하고 한일관계의 중요성과 양국간 교류·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고바야시 정조회장은 올해 국무총리실이 맞이하는 첫 외빈이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한국의 당 정책위의장에 해당하는 직책으로 일본 집권당 내에서 간사장·총무회장과 함께 이른바 '당3역'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접견에는 자민당 외교부회장과 국방부회장, 특별보좌관을 맡은 중의원 의원들도 함께 참석했다. 일본 여당의 외교·안보 라인이 대거 동석한 셈이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가까운 이웃인 한·일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간에는 어려운 현안도 존재하지만, 비교적 가능성이 높은 분야부터 협력을 강화해 지혜를 모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 경제 협력과 청년 교류 확대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한·일 양국 청년들이 서로에 대한 호감을 바탕으로 교류를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고바야시 정조회장은 "한일 기업들이 경쟁 관계에 놓여 있기도 하지만, 반도체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는 협력의 여지가 많다"고 화답했다. 청년 교류와 관련해서는 일본 청년들 사이에서 한국 음악과 영화 등 문화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있다고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고바야시 다카유키 일본 자유민주당 정무조사회장을 접견하고 한일관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조 장관은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와중에 한일 양국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고, 양 정상 간 셔틀외교를 바탕으로 한일관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평가했다. 고바야시 정조회장은 그간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를 통해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해온 데 대해 평가하며, 현재의 국제정세 아래에서 한일·한미일 협력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접견은 이 대통령의 방중 이후 한·일 정상회담이 거론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외교적 함의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민감한 역사·안보 현안보다는 경제·청년 교류 등 비교적 마찰이 적은 분야를 앞세운 점이 눈에 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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