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라고요?" 이 대통령 발언 비판한 이들, '혐오'는 안 보이나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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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순방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7 |
| ⓒ 연합뉴스 |
7일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에 동행한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점잔 빼는 정치 언어의 문법에서 벗어난 발언에 혹자는 대통령으로서 품격이 없다며 혀를 찰지 모르겠다.
그러나 맥락을 거세하지 않고 그 발언이 나오게 된 질의응답의 현장을 복기해본다면, 이 투박한 일갈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전체주의적 혐오 논리의 정곡을 찌르는 가장 적확한 반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혐오의 가장 기초적 메커니즘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현장에 있었던 기자의 질문에서 비롯했다. 해당 기자는 "서해 구조물이나 오래된 미세먼지 문제, 특히 쿠팡의 중국인 직원 정보 유출 등에 근거해서 우리 국민이 중국에 대한 반감이나 약간의 우려,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중국이 나름의 배경을 알고 있는지,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여쭙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겉보기에 국민 정서를 대변하는 질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혐오의 가장 기초적인 메커니즘을 활용한 질문에 가깝다.
특히 범죄자의 출신 지역을 활용한 혐오는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우리는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각에서 호남 지역을 비하하며, 호남 출신의 범죄자가 드러날 때마다 "역시 그 지역 DNA는 다르다"라는 식의 저열한 지역혐오를 목격해왔다. 이번 사안은 그 대상이 특정 지역에서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로 치환되었을 뿐, 혐오가 작동하는 기제는 소름 끼치도록 동일하다.
더욱 알기 쉬운 비유들을 들어보자. 통계적으로 강력범죄, 특히 연쇄살인범의 대다수는 남성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 "이런 사실에 근거해 남성은 잠재적으로 살인마 기질을 지니고 있다는 국민적 불안이 있다"라고 얘기한다면 어떻게 반응할 건가.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라면 논리적 비약이라며 펄쩍 뛸 것이다. 개인의 범죄를 성별이라는 집단의 특성으로 치환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유독 중국인이라는 키워드 앞에서는 이 당연한 논리가 마비되는가. 해당 기자는 국민의 우려라는 방패 뒤에 숨어 실체 없는 혐오에 공적인 권위를 부여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한 셈이다. 만약 대통령이 그 질문에 "그런 우려도 일면 이해한다"라고 했다면 그것은 곧 '중국인은 잠재적 범죄 집단'이라는 혐오의 논리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승인하는 꼴이 되었을 것이다.
혐오 전파하는 확성기에 전원 차단한 이재명의 "어쩌라고요"
물론 답변의 형식에 아쉬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대통령이 다소 감정적인 반문 대신 차가운 통계를 인용했다면 어땠을까. "내국인 범죄율이 외국인 범죄율보다 높다는 통계가 있는데 언급한 논리대로라면 한국인에 대한 반감부터 가져야 하지 않나. 범죄자의 잘못을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의 잘못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틀린 얘기다"라고 논리적으로 반박했다면 더 고차원적인 대응으로 평가받았을지 모를 일이다.
한편으로는 질문의 수준에 답변의 수준도 맞춰지는 경향을 감안해야 한다. 혐오에 근거가 있는 것처럼 질문하는 상황에서, 가장 직관적인 거부의 언어가 때로는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혐오에 기반한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확실히 선을 긋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다. 해당 기자의 질문은 실체적 진실보다는 막연한 공포와 혐오에 확성기를 댄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은 그 확성기의 전원을 차단한 셈이다.
우리는 지금 혐오가 돈이 되고, 정치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일부 언론과 유튜버들은 혐오의 논리로 무장한 채 대중의 불안을 조장해 클릭 수 장사를 하고, 일부 정치 세력은 그 불안에 기생하여 표를 얻는다. 중국인, 페미니스트, 전라도, 성소수자, 장애인. 대상만 바뀔 뿐, 다수자가 소수자를, 강자가 약자를 악마화 하여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방식은 전체주의 파시즘의 전형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어쩌라고요" 발언은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건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당연히 국민의 감정을 보듬어야 하겠으나, 동시에 그 감정이 무엇이 되었든 동의해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비이성적인 혐오를 '국민감정'이라는 이름으로 내세울 때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반한 우리 헌법을 지킬 의무에 따라 단호히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것은 대통령이 국민의 상식과 이성을 믿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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