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의대 정원 놓고 의료계·정치권 시각차…'합의' 해석 엇갈려

김효경 2026. 1. 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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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병협 ‘2026년 의료계 신년하례회’ 개최
의료계 “의료사태 반복 안 돼…의대 정원 논의 필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8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와 정부·정치권의 시각차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충분한 논의’와 ‘신뢰 회복’을 요구하며 정책 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반면,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한 논의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논의 틀을 존중한 가운데 후속 절차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 “의대 정원 논의, 절차부터 바로세워야”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 공동 주최로 열린 ‘2026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는 의정 갈등 이후 의료 현장의 혼란을 되짚고,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제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특히 최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내놓은 결과를 두고, 추계 방식과 논의 과정의 적절성을 둘러싼 의료계의 우려가 집중됐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의료계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왔다”며 “2026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도 의료계가 마주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왼쪽부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김 회장은 “2년 전 의료사태 당시에도 가장 크게 우려했던 부분이 의대 정원 문제였다”며 “외국의 경우 최소 2년에 걸쳐 충분한 데이터를 축적해 추계를 진행하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5개월 만에 결과를 도출하려 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이 추운 날씨에 저희 범대위 임원은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또 다시 2년 전의 국민적 저항이 발생했던 문제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다시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병원계를 대표해 발언한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 역시 비상진료체계가 일단락된 이후에도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력 문제를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환경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전국 단위의 막연한 추계가 아니라 지역별·전문과목별 현실을 반영한 중장기 의료 인력 수급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며 “적정 보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사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필수의료는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의료 인력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해도 안전한가’를 먼저 고민하는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사법 리스크 완화와 재정 지원은 반드시 동시에 이뤄져야 하며, 이것이 지역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의료계와 동주공제…신뢰 바탕 협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이날 행사에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참석해 의대 정원 논의와 필수의료 현안을 둘러싼 정부 입장을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의료계가 겪은 갈등과 상처를 언급하며, 정부 역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 한 해 보건의료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뇌와 인내, 갈등의 시간을 보냈다”며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남은 상처 또한 가볍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공백, 지역 인구 감소에 따른 의료 격차, 인공지능(AI) 등 신의료 기술의 활용 문제를 언급하며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 정책과 관련해 의료계와의 관계를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넌다)에 비유했다.

정 장관은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참여와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국민이 바라고 의료계가 공감하는 국민 중심의 보건의료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충분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8일 '의료계 신년하례회'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국회 역시 의료 정상화를 위한 ‘재건’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보였지만, 추계위를 둘러싼 의료계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논의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전 정부의 일방적인 2000명 의대 증원 정책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회적 합의 기구로 추계위를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명한 논의를 거쳐 산출된 결과인 만큼, 의협도 이를 존중하며 사회적 설득 과정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모든 정책은 선의에서 출발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의료계와 보다 천천히, 그리고 정교하게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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