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시행되는 '구하라법'의 의미와 영향
[용인시민신문 김용숙]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민법 제1004조의2(상속권 상실 선고) 제1항은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제1호),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제2호)에는 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습니다.
그동안 판례와 실무에서 문제의식은 공유돼 왔으나, 법문 해석의 한계로 해결하지 못했던 구조적 공백을 입법을 통해 직접 보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이전 판례가 넘지 못했던 한계
종전 판례의 태도는 명확하고도 일관됐습니다. 대법원은 부모가 자녀를 장기간 방치하거나 실질적인 양육·부양을 하지 않았더라도, 민법 제1004조가 규정한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상속권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결해 왔습니다. 상속결격은 극히 예외적인 제도로 해석돼야 하며, 도덕적 비난 가능성과 법적 결격은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형식적 안정성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실무상 깊은 좌절을 남겼습니다. 가정법원과 실무에서는 "부양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 사실상 관행처럼 반복됐습니다. 부모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감정적으로는 충분히 공감을 얻었지만, 법적 판단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구하라법은 이러한 판례의 법리를 정면으로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 해석 체계를 전제로 하면서, 입법을 통해 새로운 상속권 상실 사유를 추가했다는 점에서 특징적입니다.
개정 민법은 부모가 자녀에 대해 양육·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또는 자녀나 그 배우자 및 직계비속에 대해 중대한 범죄행위 등을 한 경우에 법원의 심판을 통해 상속권을 상실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이는 상속권을 자동으로 박탈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사법적 판단을 거쳐야 하며,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리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판례가 "법문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넘지 못했던 문턱을, 입법자가 직접 입법으로 조정한 셈입니다.
실무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소송 구조의 등장입니다. 상속 개시와 동시에 권리가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 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상속 분쟁은 재산 분할 이전 단계에서, 상속인의 자격 자체를 다투는 국면을 맞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부양의무 위반의 정도, 기간, 원인입니다. 과거 양육비 지급 내역, 주민등록상 분리 기간, 학교·병원·복지기관의 보호자 기록, 제3자의 진술 등이 주요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 상속 사건이 주로 재산 목록과 분할 비율에 집중했다면, 구하라법 사건은 사실상 한 가족의 생활사 전체를 소명하는 절차가 됩니다.
남겨진 과제와 판례의 역할
특히 주목할 부분은 부칙에 따른 적용 범위입니다. 이 법은 2024년 9월 20일 신설돼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지만, 다만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건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인 상속 분쟁이나, 분할 협의가 결렬된 사건에서도 구하라법을 전제로 한 추가적 법률 검토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실무 입장에서는 종결된 것으로 여겼던 사건이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 항소심이나 재판 계속 중 사건에서 새로운 주장 구조가 등장할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둬야 합니다. 상속재산 분할 전략 역시 '누가 얼마를 받는가'에서 '누가 상속인인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됩니다.
물론 해석상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이라든지 또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추상적 개념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법문만으로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습니다. 결국 초기 하급심 판례가 사실상 기준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초기 판결들은 대체로 신중하고 제한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속권 박탈이라는 강한 효과를 고려할 때, 단순한 부양 부족이 아니라 부모 역할의 전면적 포기에 가까운 사안에서 먼저 인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정법원의 사실심리 기능과 가사조사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상속의 의미를 다시 묻는 법
구하라법은 상속 분쟁을 줄이기 위한 법이라기보다, 상속의 정당성을 묻는 법입니다. 상속권이 혈연이라는 형식적 지위에서 자동으로 발생하는 권리인지, 아니면 책임 이행을 전제로 인정되는 법적 지위인지에 대한 사회적 판단이 법제도로 구체화된 것입니다.
2026년 1월 1일 이후, 상속 실무는 더 이상 혈연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것입니다. 판례가 책임을 말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이제 법과 법원이 그 질문에 답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변은 향후 우리 가족법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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