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로 떠나는 새해 희망 여행… 어둡고 위험한 곳 밝히는 찬란한 등불

새해 여정에서 일출을 빼놓을 수 없다. 장엄하게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며 한 해의 시작점에서 새로운 소망과 다짐을 마음속에 품는다. 일출의 장엄함은 새해 첫날이면 더욱 의미가 있어 좋겠지만 이를 놓쳤더라도 올해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언제든 뜨겁게 살아보자는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
전남 여수의 대표 일출 명소인 향일암이 있는 돌산읍 금오산 주변에는 덜 알려진 일출 관련 장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작금등대’다. 이는 정확히는 등대가 아닌 등표다. 등대가 육지에 세운 등화 시설이라면, 등표는 암초나 얕은 수심에 설치해 항로와 장애물의 소재를 알리는 구조물이다. ‘작금등대’는 돌산읍 금성리 바로 앞바다 암초인 ‘대소여’에 1986년에 설치된 항로표지다. 6초 간격으로 불빛을 깜빡여 주변을 지나가는 배들의 안전운항을 돕는다. 작금항 인근에 있어 이름 붙여졌다.
‘작금등대’의 일출 촬영 적기는 12월 중순부터 새해 1월 20일까지다. 이때 태양이 암초와 등대 뒤로 떠오른다. 돌산읍 신북리 산536에 주차한 뒤 도로에서 약 50m 비탈길을 내려가면 만나는 갯바위가 포인트다. 등표는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자그마한 바위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딛고 서 있다. 파도가 심한 날이면 바위는 모두 잠기고 등표 가슴 높이까지 바닷물이 들이친다고 한다. 등대와 바위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담으려면 시간이 흐를수록 우측으로 이동 촬영해야 한다.
인근 돌산읍 평사리의 무슬목해변도 일출 사진으로 유명하다. 무슬목은 대미산(大美山)과 소미산(小美山) 사이에 모래가 쌓여 형성된 육계사주(陸繫沙洲)다. 물이 빠지면 무릎까지도 물이 차지 않는다고 해서 한자로는 ‘무릎 슬(膝)’자를 써서 ‘무슬(無膝)’이라 했다. 길이 500m, 폭 200m에 이르며 몽돌로 이뤄진 해안선을 따라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도 이용된다.
무슬목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유인해 왜선 60여 척과 왜군 300여 명을 섬멸한 전승지로 알려져 있다. 당시 무슬목 앞바다는 왜병들의 피로 물들어 ‘피내’라고, 왜병을 섬멸시킨 해가 무술년(1598년)이어서 ‘무술목(戊戌-)’이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곳을 ‘무서운 목’이라고 부르던 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무실목’으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여수에는 이순신 관련 유적이 많다. 그 가운데 2015년부터 10년간의 대규모 해체·보수 끝에 지난해 재개장한 진남관(국보 제304호)이 꼽힌다. 여수시 군자동에 자리한 진남관은 현존하는 국내 최대의 단층 목조건물이다. 75칸 규모의 건물은 전라좌수영 객사로 임진왜란이 끝난 다음 해인 1599년 지어졌다.
건물 이름 ‘진남관’은 임진왜란으로 인해 나라를 잃을 뻔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품고 있다. ‘남쪽의 왜구를 진압해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뜻을 지녔다. 진남관으로 들어서는 문 앞에 서면 여수 앞바다의 장군도와 돌산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수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돌산대교는 1984년에 완공된 사장교다. 그 모습은 밤에 훨씬 더 아름답다. 해가 지면 50가지 화려한 색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다리 앞 장군도는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수중에 쌓아 올린 섬이다.

돌산과 연결된 또 하나의 다리는 거북선대교다. 그 위를 해상케이블카가 지나고, 아래 바닷가에는 높이 10m 남짓의 하멜등대가 서 있다. 17세기 여수에 머물다 본국인 네덜란드로 돌아가 ‘하멜표류기’를 쓴 하멜의 이름을 딴 무인등대다.

여수의 일몰 풍경은 소라면과 화양면을 끼고 있는 여자만(汝自灣)을 최고로 꼽는다. 이곳의 낙조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갯벌이다. 해가 기울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은 갯벌에 신비스럽고 황홀한 색깔을 입힌다. 은박지처럼 보이는가 싶다가 금세 금박지처럼 반짝인다. 대표적인 곳이 ‘여수갯벌노을마을’인 장척마을이다.
이 마을은 해마다 노을축제·해넘이축제도 연다. 마을 앞 갯벌에는 무인도인 복개도가 있는데 이 섬을 배경으로 한 일몰은 사진 촬영지로 이름났다. 썰물 때면 450m 떨어진 복개도와 마을 사이 바닷길이 열린다.
시내 공영주차장 1시간 무료 이후 요금
서대회·금풍생이·돌산갓… 여수 별미
서울에서 출발하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익산갈림목에서 익산·포항 고속도로로 바꿔 탄 뒤 다시 완주갈림목에서 완주·순천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동순천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17번 국도로 여수까지 가면 된다. 여수엑스포역까지 고속철도(KTX)를 이용하면 운전 부담을 덜 수 있다.
전국의 어느 곳이든 일출 촬영을 위해서는 새벽부터 부지런함을 떨어야 한다. 해 뜨는 시간보다 30분쯤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작금등대’ 주변에는 주차장이 없다. 길가에 차량 3~4대를 댈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 주차한 뒤 사진 촬영 지점까지 가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중간에 밧줄이 설치돼 있고, 끝부분에 나무데크 계단이 나온다.
진남관 등이 있는 여수 시내에는 공영주차장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대부분 최초 1시간은 무료이지만 이후 10분당 2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여수의 별미로는 서대회와 ‘금풍생이’(군평선이)를 꼽는다. 서대회는 홍어회와 비슷하게 양념과 야채 등을 버무려 즐긴다. 금풍생이는 딱돔의 일종으로, 주로 구이로 즐긴다. 돌산갓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돌산갓은 톡 쏘는 매운맛에 연하고 부드러우며, 성인병·악성빈혈·허약체질 개선 등에 좋다고 한다.
여수=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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