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일·호 광물협력, 한국엔 위기이자 기회

2026. 1. 8. 00: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경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래전략실 책임연구위원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중 전략 경쟁은 무역과 기술 분야를 넘어 자원과 공급망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략광물은 국가안보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핵심광물과 희토류는 전기차·반도체·방산·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혈관 같은 존재다. 미국은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공급망 보안이 곧 국가안보”라고 분명히 밝혔다.

특히 핵심광물 및 관련 공급망의 대외 의존을 국가안보 리스크로 규정하고, 핵심광물과 희토류를 전략적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자원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미국과 동맹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거대한 지정학적 설계가 본격화한 것이다.

「 3국, 채굴·정제기술과 시장 분담
한국도 공급망 단순 수요처 탈피
전략카드 활용, 핵심 파트너 돼야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서 최근 미국·일본·호주가 광물의 탐사부터 채굴·정련·재활용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제휴를 강화하고 나서 주목된다. 미·일·호 3국 협력의 본질은 역할 분담의 체계화다. 호주는 자원 채굴을, 일본은 정제·가공 기술을, 미국은 거대한 수요 시장과 제도적 인센티브(IRA 등)를 각각 담당한다. 이는 단순한 구매선 다변화가 아니라 규범·금융·기술을 결합한 공급망 생태계 구축이다. 특정 국가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는 집단적 방어 장치이기도 하다.

미·일·호 3국 협력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얻어야 할 시사점이 적지 않다. 첫째, 공급망 안보의 자산화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비용 효율성을 이유로 중국산 광물에 많이 의존해왔다. 그러나 핵심광물은 더 이상 값싼 원자재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이란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한국도 양자 협력에 머무르지 말고, 미·일·호 3국이 구축한 다자 협력체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동맹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둘째, 기술적 우위를 활용한 공급망 지렛대 확보다. 전략 광물의 최대 병목은 채굴보다 정련·가공에 있다. 한국은 천연자원 빈국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과 배터리 양극재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한국의 아연 제련 기업에 주목해 11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성사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이 정제 기술로 3국 협력의 한 축을 담당하듯 한국은 K제련 기술을 전략 카드로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단순한 수요처가 아닌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채굴은 호주, 정련은 한국, 수요 창출과 표준은 미국·일본과 연계하는 역할 분담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셋째, 핵심광물에 대한 국가 전략지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산업별 수요 전망과 기술 로드맵을 연계해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탐사·정련·재활용 중에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아울러 배터리 재활용과 대체 소재 개발을 전략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순환경제는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는 가장 현실적이고 신속한 해법이다.

넷째, 민관 협력 모델의 혁신이 시급하다. 일본의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민간의 해외 자원 개발 리스크를 국가가 분담하는 성공 사례다. 한국도 국제 공조에 참여하는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전략 광물에 한해서는 국가 차원의 장기 구매계약보증, 정책금융 확대, 세제 혜택과 리스크 공유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통상 외교의 정교함이 중요하다.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핵심광물은 한국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자산이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는 대가로 한국 기업들이 인플레감축법(IRA) 세액공제 등 실질적 혜택을 꾸준히 누릴 수 있도록 치밀한 대미 협상 전략이 요구된다.

미·일·호 3국의 제휴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동맹과 함께하지 않으면 리스크는 커지고, 기술과 정책을 결합하면 기회는 열린다. 한국은 공급망의 수동적 수요자가 아니라 규칙과 해법을 함께 만드는 능동적 파트너로 도약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자원안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치밀한 행보를 이어가야 할 때다. 공급망 다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경숙 국가안보전략연구원·미래전략실 책임연구위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