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복원 기틀 다진 李…'실용 외교' 성적표는
한한령·서해 구조물 '조짐' 있지만 과제 여전
'중재자' 역할 요청한 李…대북 영향력 시험대
한계 공존한 방중 외교…전략적 균형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 복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사드(THAAD) 배치 이후 장기간 이어졌던 양국 간 불신을 털어내고 관계 정상화의 흐름을 다시 궤도에 올렸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의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두 달여 만에 다시 성사된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은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향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외교가에서 제기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튿날 리창 국무원 총리와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차례로 만나며 중국 권력 서열 1~3위를 이틀 새 모두 접촉한 점은 이례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시 주석과의 재회가 불과 두 달 만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단순한 의례적 교류를 넘어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연쇄 회동이 한중 관계를 '관리 대상'에서 '복원 대상'으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와 전임 정부 시절의 외교적 마찰로 훼손됐던 관계를 전면적으로 회복할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중 갈등, 대만해협 긴장, 베네수엘라 사태 등 역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실용적 협력 관계를 복원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 특히 부각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중 내내 민생과 경제를 한중 관계의 연결 고리로 삼겠다는 실용 외교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 결과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민생·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1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회담 당시 7건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협력의 폭과 속도가 모두 확대됐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7일 상하이에서 열린 순방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도 "한중 관계는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관계"라며 "앞으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 개선을 선언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체감 가능한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오랜 갈등 사안으로 꼽혀온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서해 구조물 문제에서도 제한적이나마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한한령에 대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질서 있게 풀릴 것"이라고 언급했고 서해 구조물과 관련해서는 중국 측이 관리 시설 철수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 이행 시점이나 방식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회담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역할론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통로가 사실상 완전히 끊긴 현실을 언급하며, 중국이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러 군사 협력이 강화되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북중 간 전통적 관계와 경제적 연결 고리를 감안하면 중국의 영향력을 여전히 무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향후 한중이 함께 모색하겠다고 밝힌 '창의적 방안'과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외교가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한중 관계를 둘러싼 도전 요인도 여전하다. 미·중 간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일본의 대만 문제 관련 발언 등으로 역내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에 보다 분명한 전략적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발언을 하며 한국에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고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국빈 방문이었음에도 공동성명이 도출되지 않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온도 차가 여전히 드러난 점도 과제로 남는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이 관계 개선의 출발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질적 성과를 안정적으로 쌓아가기 위해서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세심한 균형 감각이 요구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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