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샤우팅’ 최혁진, 유튜브 ‘픽’ → 후원금 마감

한웅희,정우진 2026. 1. 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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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는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국회의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연말이 가까울수록 세비 외에 정치후원금 모금에 애가 타는 경우가 많다.

국민일보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연도별 국회의원 후원금 모집 자료와 AI유튜브 분석 자동화 플랫폼 '블링'을 통해 의원별 유튜브 구독자 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연도별 후원금 한도 마감 의원 중 1만인 클럽 비율은 2020년 15%에서 2024년 48.9%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행 후원금 액수도 못 채우는 의원이 대부분이고, 기관의 후원을 허용할 경우 사실상 로비로 연결되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을 바꾼다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유튜브가 정치의 양극화, 극단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정치 유튜브 채널이 방송법 규제를 받도록 하는 조치 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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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공론장 #유튜브정치] ④ 유튜브 없인 후원금도 없다
제미나이


밥벌이는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국회의원도 예외가 아니어서 연말이 가까울수록 세비 외에 정치후원금 모금에 애가 타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는 이런 이들에게 새로 떠오른 블루오션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올라타 화제성을 확보하면 정치인 1인당 모금 한도(선거가 있는 해 3억원, 없는 해 1억5000만원)를 채우기가 비교적 쉬워지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달려가는 의원들의 마음속에는 단순히 의제 선점을 위한 열망뿐 아니라 이 같은 현실적인 이유도 놓여 있다.

국민일보는 후원금 한도를 모두 채운 의원 유튜브 전수조사를 통해 ‘구독자 1만인 클럽’을 구분했다. 후원금을 모두 채운 의원 가운데 1만인 클럽의 비중은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일부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더라도 특정 안건에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다면, 상위 1% 빅스피커 채널에 출연해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목소리를 낸다면, 그래서 자기 채널의 구독자 1만명을 넘어선다면 ‘경제적 독립’을 이룰 수 있다는 현실적인 배경이 있는 셈이다.

후원금 마감 위한 알고리즘의 ‘은총’

① 최혁진 : ‘법사위 샤우팅’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다. 최 의원은 의정활동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21일 후원금 모집을 마감했다. 마감 한 달 전인 9월 4일 최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나경원은 법사위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소리쳤다. 나 의원의 항의에 “제가 말할 때 조용히 하라. 초선이 얘기하지 않느냐”고 되받아쳤다. 이틀 전 나 의원의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을 향한 “초선은 가만히 있으라”는 발언을 꼬집은 것이다.

최 의원이 소리지르는 장면을 편집한 1분짜리 쇼츠 영상은 조회수 440만회를 기록했다. 이후 9월에만 최 의원이 법사위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나 의원 등을 향해 소리지르는 장면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퍼졌다. ‘최혁진’ 키워드의 조회수 100만 이상 영상이 9월에만 21개, 조회수 4825만회였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별다른 정치적 기반이 없는 무소속·초선·비례 의원에게 유튜브는 ‘비대칭 전력’”이라고 말했다.

② 차지호 : ‘공장장의 선택’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어준씨의 간택을 받은 사례다. 차 의원은 지난 10월 2일 후원금 모집을 마감했다. 당일 출연한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영상 조회수는 172만회를 기록했는데, 당시 차 의원은 라이브 도중 후원금에 대해 “10% 정도가 차 있다”고 언급했다. 김씨가 “의원 차가 없어요? 말도 안 되는데”라고 발언한 뒤 10분간 하단 자막으로 차 의원의 후원 계좌가 송출됐다. 방송이 끝난 후 차 의원은 바로 당일 후원금 모집을 마감했다는 SNS 글을 올렸다. 댓글엔 ‘겸공 보고 인터뷰하는 거 봤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차 의원 개인 유튜브인 ‘미남 차지호’ 유튜브는 뉴스공장 출연 이후 급증해 순식간에 구독자가 5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③ 김병주 : ‘첫 후원금 마감’의 비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으로 입성한 후 2024년 재선 의원이 되기까지 단 한 해도 후원금을 다 채운 적이 없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 발발 후 2024년 12월 3일부터 31일까지 김 의원이 군 인사들을 상대로 계엄 실행 계획을 묻는 영상들의 조회수가 폭발했다. 해당 기간 100만 조회수를 넘긴 8개 영상의 조회수 합이 1843만회를 달성했다. 김 의원은 한 번도 다 채운 적 없던 정치후원금을 한 달 만에 다 채웠다.

김 의원실은 직원 4명이 유튜브 담당으로, 여당 내 가장 많은 전담 인원을 투입하고 있다. 한 담당 보좌관은 “우리가 의원 가운데 가장 참신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보좌진과의 캠핑 라이브, 현안 Q&A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층 확보 및 유지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2025년도 후원금도 무난하게 모집을 마감했다.

구독자 1만인 클럽

국회의원의 후원금 모집은 지역구 활동 모금 방식에서 ‘유튜브 조회수가 터지냐’로 옮겨가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1만인 클럽이 아니어도 후원금을 채우는 의원이 많았지만 이제는 1만인 클럽 비중이 절반에 달할 정도다.

국민일보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연도별 국회의원 후원금 모집 자료와 AI유튜브 분석 자동화 플랫폼 ‘블링’을 통해 의원별 유튜브 구독자 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연도별 후원금 한도 마감 의원 중 1만인 클럽 비율은 2020년 15%에서 2024년 48.9%로 3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 후원금 한도 3억원을 채운 20명의 국회의원 중 유튜브 구독자 1만 이상인 의원은 3명밖에 없었다. 2022년 역시 3명만이 1만인 클럽이었다.

2023년부터 유튜브는 후원금 마감의 공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23년 후원금 한도인 1억5000만원 이상을 모금한 의원 57명 중 1만인 클럽은 19명(33%)으로 늘었다. 그러더니 2024년엔 후원금 한도 3억원을 채운 의원 47명 중 1만인 클럽이 23명(49%)으로 급증했다. 유튜브 뷰어십 확보가 후원금 마감의 전제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강성에만 호소’ 후원금 제도 바꿔야

현행 정치후원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액이더라도 일반 시민의 다수 후원을 활성화해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취지로 설계됐지만 시대 변화와 맞물려 강성 팬덤 후원만 호소하는 형태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강연료나 출판기념회 등 우회로를 빼면 합법적 정치자금의 통로가 극도로 제한된 상태에서 정치인이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유튜브에 빠져드는 걸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의 근간은 2004년 개정된 ‘오세훈법’으로, 법인·단체 등 기관이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인 명의로만 연간 500만원까지 의원 후원이 가능하고, 의원 1인당 후원금 상한선은 1억5000만원 또는 3억원으로 제한을 뒀다. 대기업이나 이익단체가 로비 용도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금권선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한 야당 재선 의원은 “정치인은 어쨌든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야 하는 직업인 만큼 유튜브를 홍보 창구로 적극 활용하는 것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재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제했다. 이어 “짧은 시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더 자극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개인 후원만 가능하게 돼 있어 후원금 모금이 어느 의원이든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자금 후원 주체나 금액 규모 등 모금에 관한 부분은 규제를 완화하되 후원금 운영에 대해 감사를 강화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초선이나 비례대표처럼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정치인은 후원금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펼쳐 강성 팬덤 후원을 받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수막이나 문자 등 홍보비만도 매달 수백만원씩 깨진다. 정치인이 식대를 내는 것이나 지역사무실 운영비까지 합하면 사실상 돈 없으면 정치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후원금을 받는 부분에서는 개인이든 기관이든 금액 상관없이 자유롭게 풀어주고, 대신 사적 유용이나 불법적으로 쓰지 못하도록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치후원금 제도를 개편한다고 해결될 사안은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미 돈이 몰리는 생태계가 구축됐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상품화되고, 양극화된 정치 환경 안에서 정치가 더 상업화될 여지가 크다”며 “정치자금 관련 규제를 풀어주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행 후원금 액수도 못 채우는 의원이 대부분이고, 기관의 후원을 허용할 경우 사실상 로비로 연결되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을 바꾼다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유튜브가 정치의 양극화, 극단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정치 유튜브 채널이 방송법 규제를 받도록 하는 조치 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웅희 정우진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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