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특공대' 꼭 이래야 했을까?
[윤일희 기자]
(* 이 글은 시리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니 TV 드라마 < UDT: 우리 동네 특공대 >를 재미있게 보았다. 드라마는 어느 날 마을에 닥친 폭탄 테러에 한동네에 사는 평범한 주민들이 힘을 합쳐 대응한다는 전형적인 영웅 스토리다. 익숙한 서사라 자칫 흥미를 잃기 십상인데, 마을 주민들 캐릭터를 각각 잘 살려내 보는 재미를 준다. 1회를 인내하면 2회부턴 수월하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문제적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이 있어 이를 말해보려 한다. 드라마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특공대'는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군 집단을 나타내는 군대 용어다. 드라마 초반에는 평범한 동네 주민들이 똘똘 뭉쳐 기지를 발휘한다는 은유적 의미의 '특공대'려니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예비역 군인의 조력
마을을 지키려 모인 인물들은 제각각 한때 한가락 했다는 예비역 군인들로 저마다의 특장점으로 마을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조력한다. 이는 역으로 군인 출신 남자 주민들이 없었다면 마을에 닥친 테러 위기에 대처할 수 없었다는 얘기와도 같다. 지역 소멸이 국정과제가 된 지 오래인 우리 사회 지역 공동체를 돌아볼 때, 짱짱한 군인 출신 에이스 예비역 청년이 지키고 있는 지역 마을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매우 이질적이다.
또한 동네의 위기를 군인 출신 남성들이 그들만이 아는 촉과 정보로 해결한다는 가정도 매우 익숙한 남성 영웅 서사다. 드라마는 마을을 나라에 빗대어 결국 이 마을(나라)과 주민(국민)을 지키는 것은 군인=남성이라는 결론적 인식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만든다. 드라마 마지막에 딸아이를 테러범에게서 구해낸 특수부대 출신 군인 아버지라는 표상은, 군사독재 시절 이래 한국 사회를 강력하게 떠받친 승무 정신을 환기하며 가부장이 가족과 민족과 국가를 구원한다는 신화를 완성하려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아비규환이 군대와 군인이라는 가공할 폭력이 야기하고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주인공 최강(윤계상)의 영웅성은 찜찜함을 남긴다. 살상을 전문으로 했던 특수부대 출신의 최강은 종종 전투 자아가 재현되는 플래시백을 겪는 PTSD(심리적 외상)를 가지고 있다. 이는 그가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어떤 선(분쟁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민간인 피해)을 넘어 군인성을 수행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혹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군대 집단 내 무의식이 실행시킨 전시 폭력의 가해 말이다.
나는 그가 PTSD를 겪는 모습에 근거해 점차 드러나는 테러범과의 대결에서 그의 가해자적 성찰이 이를 반전으로 이끌 것을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발군의 전투력이 가족과 마을을 구하는 결정적 한 방으로 기여하면서, 어쩌면 있었을지 모르는 그의 전시 폭력 가해에 대한 그림자를 말끔히 지운다. 오직 군인정신으로 빛나는 아버지이자 가장이자 마을의 남성 구성원을 영웅으로 표상함으로써 이 마을(나라)의 평화는 남자들이 무력으로 지킨다는 결론에 서슴없이 도달하면서 말이다.
무력 없는 평화는 허상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국민의 안전을 뒷전에 두고 '즉강끝'을 거리낌 없이 외치거나, 소중한 군인의 생명이 폭우에 휩쓸려가도록 방치하거나, 정부 수반이 무모하게 저지른 계엄에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여전히 빠져있는 군 수뇌부가 진두지휘하는 국가의 안보가 무력으로만 지켜지겠는가. '채상병 사건'이나 계엄 트라우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테러범을 제거하는 특수부대 영웅 서사는 가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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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UDT: 우리 동네 특공대 > 포스터 |
| ⓒ 쿠팡플레이 |
그는 입양되었던 마을에 투자를 결심하고 금의환향했지만 교통사고로 딸을 잃는다. 어쩔 수 없었던 사고가 아니라 음주 운전 살인과 방산 비리의 조합물이라는 걸 알게 된 후 법정 투쟁을 벌이지만 가해자가 무죄를 선고받는다. '빡친' 설리번은 복수를 결심하고 투자하기로 한 마을을 박살 내기로 한다.
살인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의 분노와 복수는 정당하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의 분노를 입양된 과거와 슬그머니 엮어 그가 강보에 싸여 버려졌던 교회 건물을 폭파하게 한다. 그랬다면 그의 금의환향 역시 입양에 대한 복수의 일환이었다는 것인가. 인과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분노로 눈이 멀어 살인청부업자가 된 입양인들과 함께 무고한 마을을 박살 내려는 잔인한 입양인이라는 표상은 무책임하다.
주지하듯 한국은 악명 높은 불법 해외 입양 국가다. 아이를 버린 것이 아니라 빼앗기거나 잃은 경우가 허다했고, 이렇게 낚인 아이는 입양 기관에 두둑한 커미션을 안기며 해외로 떠나갔다. 수많은 아기 입양에 불법과 부정의가 있었다. 이는 무고한 마을 주민이 아니라 국가가 받아야 할 벌이다. 그런데 불쑥 귀환한 입양인이 미쳐 돌아 입양되었던 마을을 폭탄으로 초토화 시킨다는 기괴한 보복은, 입양 아기들을 물건처럼 흥정해 버린 사회적 죗값을 그들을 테러범이라는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 무력화 시킨다. 이는 입양인이 뿌리를 뽑힌 채 이국에서 겪은 혼란과 상처와 고통에 너무나도 무지한 폭력적 판타지다.
테러범의 공범으로 등장하는 외국인 이주민의 이미지도 문제가 있다. 무슨 연유로 테러에 가담하게 되었는지 설명도 없이 공범이 되었다 무참하게 폭사 당하는 대상이 왜 외국인 이주민이어야 하는가. 드라마 등의 콘텐츠에 외국인 이주민으로 표상되는 범죄자의 이미지는 수없이 지적됐지만 여전히 게으른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불법' 체류자라는 오래된 혐오 이름짓기가 오래도록 사회적 몰인식으로 자리 잡아 왔음을 보여 준다.
외국인 노동자가 다 좋은 사람이라고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들도 한국인들처럼 당연히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있다. 다만 이주자=범죄자라는 혐오적 인식을 맥락 없이 재현하는 것은 무책임한 제작 행태라는 것이다. 한국 땅에서 억울하게 죽어가는 이주민에 대한 애도와, 이들의 고된 노동이 없다면 한국인의 일상이 불가능하다는 윤리를 고려해 드라마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게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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