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한번에 덜컥 결제했다가 뒤통수…9번 갔는데 폐업한 헬스장
지급 보증보험, 공제가입 등 제도 미비
"100회에 100만 원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결제했는데, 고작 9번 가고 문을 닫아버렸네요. 환불은커녕 연락도 안 됩니다"
직장인 이모씨(27)는 집 근처 필라테스 센터에서 장기 이용권을 결제했다가 낭패를 봤다. 1회당 1만원꼴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100회를 덜컥 결제했지만, 업체가 경영난으로 파산하면서 남은 91회분(약 9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 것이다.

최근 동네 헬스장이나 필라테스 센터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의 대형 프랜차이즈 체육시설까지 줄도산하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7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에 20여개 가맹점을 둔 A 필라테스 업체가 최근 본사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파산 관련 조사기일이 있었고, 회원들은 대표의 빚이 너무 많아 환불이 어렵다는 결정을 들었다. 본사의 경영 악화로 각 지점에 폐업 안내가 내려지면서 각 지점 원장들은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결국 회원은 물론 강사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수강료를 미리 낸 회원 수백명이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액만 1억원이 넘는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전국에 있지만, 경기남부경찰청 수원영통경찰서에서 사건을 병합해 수사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먹튀' 폐업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접수된 체육시설 폐업 관련 선불 거래 피해 구제 신청은 총 987건에 달했다. 피해 금액만 2억1294만 원 규모다. 업종별로는 헬스장이 351건, 필라테스가 33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소비자원에 정식으로 접수되는 신고 비율이 전체 피해의 10%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자들이 입은 금전적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필라테스나 헬스장 같은 체육 시설이 폐업 등으로 서비스 제공이 중단될 경우 소비자가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는 제도적 통로도 미비하다. 현행 체육시설법상 보증보험 또는 공제 가입, 영업보증금 예치 등이 의무가 아니라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헬스장이나 필라테스 창업은 진입장벽이 낮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무리하게 지점을 확장하다 파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금 결제 시 큰 폭의 할인을 해준다는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지 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카드 할부 결제 후 폐업 시 카드사에 '할부 항변권(잔여 할부금 지급 정지)'을 행사하는 것이 유일한 피해 예방책"이라고 조언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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