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쾌적한 경로당에 소통 부재와 안전 사고가 우려된다
[이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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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산동에 있는 감로천 경로당 내부 모습 |
| ⓒ 이혁진 |
아버지(97)가 매일 다니는 경로당은 아버지의 또 다른 거처이다.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잠시 운동하거나 쉬기도 하면서 일상을 보내기 때문이다. 예전의 '노인정'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로당은 이제 쾌적한 '노인 여가 시설'로 손색이 없다.
남녀로 구분된 휴게실에는 큰 테이블, 마사지 의자 등이 있고 벽면에는 대형 TV가 걸려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작동하고 겨울에는 보일러가 있어 훈훈하다. 경로당은 동네 주민들의 쉼터 역할도 겸하고 있다.
경로당의 가장 돋보이는 역할은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다. 회원들이 일부 식대를 납부하지만 대한노인회가 예산을 지원하고 작년부터는 관할 구청도 보조함으로써 어르신들은 일주일에 5일간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점심 지원이 확대되면서 경로당 어르신은 물론 가족들도 반기고 있다. 어르신 중에는 아침 겸 점심을 경로당에서 해결하는 분이 제법 많다. 우리 집도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입장에서 점심 준비 손을 많이 덜고 있다.
이렇듯 거의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졌지만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머무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특히 할아버지들이 그렇다. 이유를 알아보니 보청기를 낀 어르신들이 많아 소통과 대화가 원할하지 않아 대부분 점심을 먹고 귀가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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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지난해 여름 독산동 동산경로당 앞 어린이공원에서 휴식하고 있는 모습 |
| ⓒ 이혁진 |
점심시간이 되면 지팡이로 이동하는 아버지는 1층에 가장 늦게 내려온다. 앞에서 느리게 내려가면 다른 노인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혼자 내려가는데 계단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번 넘어져 큰일 날 뻔했다. 경로당 총무님이 아버지를 가끔 보살피지만 늘 그럴 수는 없는 실정이다.
경로당에 자녀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버지는 점심을 드시기 전에 매일 긴장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는 그런 고생을 하지 않는다. 새로 입회하신 한 어르신이 아버지가 1층으로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고 있다. 그분이 아버지의 또 다른 지팡이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80~90대 고령자들이 거주지를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사하면 가장 먼저 찾는 시설이 경로당이다. 그 어르신은 이사 온 동네 경로당에 새로 적응하면서 최고령인 아버지를 돕고 있다. 아버지는 "그분 덕에 안전하게 계단을 이용하고 경로당에도 생기가 돌고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미담을 들으니 자식으로서도 기쁘고 감사했다. 언젠가 그분에게 인사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뵈었다. 아버지가 따로 점심을 대접하신다기에 그 자리에 찾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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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지난해 여름 동산경로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 ⓒ 이혁진 |
한편, 자식으로서도 경로당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 종종 심부름으로 오가지만 해마다 여름이면 경로당 어르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수박을 사들고 찾아간다. 그렇게 경로당을 다녀오면 보람을 느끼고 뿌듯하다. 아버지도 흐뭇해한다.
그때마다 나는 부러움으로 환대하시는 어르신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이는 유감스럽지만 자녀들이 경로당을 찾는 일이 드물다는 방증이다. 경로당 관계자도 "관내 기관장들이 위문차 의례적으로 방문하는 일은 자주 있어도 자녀들이 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라고 전했다.
부모가 계시는 경로당에 자녀들이 한번 방문해 보길 권유하고 싶다. 자식들이 경로당에 관심을 보일 때 부모님들의 자부심과 긍지도 커질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 부모님이 학교를 찾아와 외롭지 않게 격려해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초고령 사회를 맞아 경로당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정책 지원도 늘어 시설은 거의 나무랄 수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 자녀 등 가족들의 관심과 위로가 보태지면 경로당은 더욱 주목받는 노인 여가 시설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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