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보다 전환…보험사 CEO 신년사에 담긴 변화
소비자 보호·내실 중심 전략으로 재정렬

국내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올해 신년사에는 외형 성장보다 방향 전환을 강조하는 공통된 메시지가 담겼다.
소비자 보호 강화와 질적 성장, 인공지능(AI) 전환 등이 핵심 화두로 제시됐지만,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보험업계를 둘러싼 감독 환경과 실적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CEO들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한편, 보험 본업의 체질 개선과 AI 기반 업무 혁신을 주문했다.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중심의 전략 전환을 분명히 하며 경영 기조의 변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보험사들이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배치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품 설계부터 판매, 보험금 지급, 분쟁 대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소비자 중심 원칙을 강화하고 있으며, 불완전판매와 민원에 대한 사전 예방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도 내부 통제와 윤리 경영,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조직과 인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핵심 감독 기조로 내세우면서 보험업계에서도 관련 조직을 격상하거나 기능을 확대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는 조직개편이 잇따르고 있다.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흐름 역시 보험 본업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보험사 실적을 보면 업계 전반에서 보험손익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부분 보험사에서는 투자이익이 보험손익을 앞서는 흐름이 나타났다.
보험 본업에서 발생한 예실차 손실이 확대되며 실적 변동성이 커졌고, 투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예실차 악화의 원인으로는 의료파업으로 지연됐던 의료 이용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난 점과 IFRS17 도입 전후로 이어진 경쟁 심화가 함께 거론된다.
보험사들이 점유율 경쟁 과정에서 가격 인하와 수익성이 낮은 상품·담보 판매에 나선 영향이 실제 손해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실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도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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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환을 핵심 경영 과제로 제시한 배경도 비용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 복잡해진 규제 대응 환경 속에서 생산성 제고 없이는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언더라이팅과 보험금 심사, 민원 관리 등 본업 프로세스 전반에 AI를 적용해 비용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화두가 아니라, 보험업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가 누적된 결과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신년사에 반복된 전환 메시지 역시 외형 확대 중심의 기존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업계 전반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년사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메시지이지만, 올해는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실적과 감독 리스크가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새해는 보험업계가 성장보다 전환을 택할 수밖에 없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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