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출범 6년 공수처 혼선 여전, 10월 검찰청 폐지 예고편일까

석경민 2026. 1. 7. 00: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석경민 사회부 기자

감사원 간부가 1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수사를 놓고 2년 가까이 검찰과 ‘핑퐁 게임’을 벌이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다시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보완수사를 누가 해야 하느냐를 둘러싼 문제로 이어진 혼란을 마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 이미 송부된 사건은 그대로 둔 채, 사건기록만 복사해 별도의 사건번호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후 공수처가 추가 송부해 검찰의 기존 사건과 병합한다는 계획이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절차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의 이중수사이자 ‘꼼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공수처법상 일반 고위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소권이 없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가 미진하다며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돌려보냈고, 공수처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사건은 양 기관의 책임 공방 속에 방치됐다.

2024년 말 검찰이 수사를 결정하며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 판단으로 국면이 다시 뒤집혔다. 법원은 “공수처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 사건의 보완수사 주체를 현행 법령 어디에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입법 공백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최근 보완수사 주체를 두고 ‘핑퐁’한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보완수사하기로 검찰과 협의했다. [뉴스1]

결국 공수처와 검찰은 최근 지휘부 협의에 따라 공수처가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 검찰이 기소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전례 없는 수사 방식은 다시 한번 재판부의 판단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혼선은 비단 이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수처 출범 6년 차를 맞았지만 정밀한 제도 설계 없이 제정된 공수처법의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비상계엄 수사 당시 검찰·경찰·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중복수사에 나섰고, 그 결과 초동 단계에서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역시 검찰과 공수처의 인위적인 구속기한 나누기가 도화선이 됐다.

법조계에서는 “지금의 공수처 입법 미비는 10월로 예고된 검찰청 폐지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의 최종보고서를 봐도 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본부·공수처 간 수사권 경합을 조정할 해법은 불분명하다. 공소청법 초안 곳곳에는 해석에 따라 권한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는 문구들이 남아 있고, 보고서에 담긴 수사 흐름도 역시 전문가들조차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는 조직 규모가 작고 수사 대상이 고위공직자로 한정돼 있어 혼선이 상대적으로 덜 체감됐을 뿐이다. 중수청과 같은 거대 수사기관이 동일한 구조 위에 세워진다면 지금의 혼란은 배가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 설립 후 5년의 기록은 반드시 되짚어야 할 예고편에 가깝다.

석경민 사회부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