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입성에 사활 건 '친명계'…'정청래 견제' 본격화되나
'1인2표' 계파 집중투표 가능성
'지도부 심판론' vs '안정론' 싸움
오는 11일 정청래 리더십 분수령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 판세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기존 3대2 구도에서 2대2 구도로 바뀌면서 지도부 3석을 둘러싼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구도는 '친명'(친이재명)계 후보 간 사실상 단일화로 이뤄졌는데, 그만큼 정청래 지도부에 입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결국 정 대표에 대한 친명계의 견제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6일 최고위원 보궐선거 후보 사퇴를 공식화하면서, 같은 계파인 이건태·강득구 의원은 발 빠르게 유 위원장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 위원장은 구체적인 사퇴 배경을 밝히지 않은 채 "당원들은 어떤 후보가 유동철과 함께 일 할 수 있는지 이해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사실상 이들과 단일화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최고위원 보선엔 친명계에선 유동철·이건태·강득구 후보 3명, 친청(친정청래)계에선 문정복·이성윤 2명이 출마했다. 이 중 3명이 지도부에 입성한다. 유 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친명계와 친청계 2대2 구도가 잡혔는데, 기존보다 전략적인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선거는 1명당 2명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 있는 '1인 2표제'다. 각 세력에서 계파 후보에게 집중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번 2대2 구도는 단순히 어떤 계파가 얼마나 지도부에 입성하는지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도부에 입성하는 2명이 어떤 계파인지에 따라 세력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활용할 수 있는 2표를 지지 계파에 집중투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번 최고위원 보선은 정 대표 리더십 시험대 성격이 강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친명계 후보 2명 입성은 '지도부 심판론', 친청계 후보 입성은 '지도부 안정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위원장은 친명계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사퇴를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친청계 세력이 위협적이라는 방증인데,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성윤 후보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유 위원장이 완주할 경우 원외 최고위원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친명계 원내 후보가 모두 탈락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원외라는 한계는 결국 지도부 견제가 어렵다는 문제로 연결되는 탓에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명계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성윤 후보가 지지율 1등을 달리고 있는데, 분위기를 반전 시킬 필요성이 있던 것 같다"며 "공천헌금 사태 등 당내 상황이 친명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표 분산까지 일어난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멘텀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추진하는 1인 1표제는 차기 당권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당내 일부에선 숙의 과정과 토론 없이 추진된다면 당의 직접·대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일부 훼손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친명계는 이번 선거를 통해 지도부 입성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그동안 친명계 후보들은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 이재명 대통령 해외 순방 과정에서 당이 청와대 기조와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정 대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다. 계파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우회적으로 정 대표를 견제한 소재는 존재한다.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등가성을 맞추는 '1인 1표제' 관련 당헌 개정안이다.

친명계와 친청계 후보는 정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1인 1표제'를 두고 여러 차례 충돌한 바 있다. 이성윤·문정복 후보는 친명계 후보를 향해 최고위원 보선 직후 당헌 개정 추진에 동의하는지에 대해 줄곧 문제를 제기했다. 친명계도 즉시 추진에 동의하지만, 일정 기간 숙의와 토론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제 조건을 단 셈이라 친청계 후보들은 의도적으로 추진을 늦추려는 시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5일 2차 합동토론회에서 친명계 후보를 향해 "1인 1표제와 관련해 각론은 생략하고 입장을 분명히 물어보려고 한다"며 "논의를 더 미루지 않고 1월 중에 중앙위를 한 번 더 개최해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에 관한 신속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1월 추진 여부에 대해 명백히 밝히라"고 압박했다.
그러자 이건태 후보는 "지난 토론회에서 보선이 끝나면 즉각 추진하자고 했는데, 거기에 토를 단 것처럼 말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강 후보는 "이미 지난 토론회에서 모두 정리됐으며, 여기 있는 모두 찬성한다"고 반박했다.
유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사퇴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처럼 여론조사를 하고 중앙위에서 결정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며 "토론과 숙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 과정은 최소 한두 달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두 계파가 1인 1표제를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이유는 사실상 당 주도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헌 개정으로 권리당원 위주로 당이 재편되면 사실상 당권은 권리당원의 다수 지지를 받은 인물이 잡게 된다. 나아가 지방선거 공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세력이 약화됐다고 평가되는 친명계 입장에선 지역 가중치 등 조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계파 간 갈등은 오는 11일 선거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미 신경전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칫 친명계 후보 2명 모두 지도부에 입성한다면 정 대표 입장에선 1인 1표제 등 개혁 과제를 추진할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나아가 이번 보선 결과 '지도부 심판론'이 우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면 리더십 문제 재점화는 불가피하다. 친청계 후보 2명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된다고 해도 친명계의 저항이 확인됐다는 측면에서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 이는 지도부 입장에선 계파 갈등이라는 불안 요소를 안고 가야 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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