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받는 ‘정통 KT맨’ 박윤영 KT 차기 CEO…불신 앞에 서다 [CEO 라운지]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6. 1. 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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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등판’ 임박한 박윤영 KT 차기 CEO
1962년생/ 서울대 토목공학과/ 서울대 대학원 토목공학 석사/ 서울대 대학원 토목공학 박사/ 2014년 KT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전무)/ 2015년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개발단장/ 2018년 KT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 2018년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회장/ 2020년 KT 기업부문장(사장) [일러스트 : 강유나]
공정자산 기준 재계 13위 KT를 이끌 박윤영 차기 대표이사 후보(63)가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KT 안팎 엄혹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별도 인수위원회를 꾸리기보단 태스크포스(TF) 형태로 현안과 리스크를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연말엔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과도 첫 회동을 가졌다. 과제는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대표이사 공모 과정에서 이사회 적법성 논란이 불거진 데다 사상 최악 해킹 사태로 고객 신뢰마저 곤두박질쳤다. 일각에선 박 후보가 1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조기 등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박 후보는 지난 2025년 12월 16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 면접을 거쳐 차기 KT CEO로 내정됐다. 2026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 60% 이상 찬성을 얻으면 공식 취임한다. 그는 KT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정통 KT맨’이다. 지난 공모에서도 김영섭 대표와 함께 심층 면접 대상자로 최종 후보 3인까지 올랐다. 인공지능(AI)·기업 간 거래(B2B)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전직 KT 임원은 “직원들 사이에서 인품이나 성격, 경영 철학에 대한 평이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보수적인 내부 기업문화나 카르텔 등 부정적 요소를 지우려는 노력도 많이 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정 직후 정중동 행보를 보였지만, 최근 보폭을 넓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쿠팡 해킹 사태로 KT 무단 소액결제 사고 조사 결과 발표가 당겨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후보는 지난 연말 김용헌 이사회 의장과 첫 공식 회동을 가졌다. 잇단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 심각성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박 후보 앞은 ‘첩첩산중’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무너진 신뢰 회복은 박 후보 리더십을 가늠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2025년 12월 29일 KT 무단 소액결제 침해사고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조단에 따르면, KT 서버 94대가 2022년 4월부터 BPF도어 등 악성코드 103종에 감염됐다. BPF도어는 시스템에 은밀한 ‘뒷문’을 설치해 장기간 내부 정보를 빼 가는 방식이다. 중국·북한 출신 해커 집단이 주로 사용하는 공격으로 알려진다. 또, 조사단은 KT가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관리에 소홀해 실제 금전 피해가 발생했다고 재확인했다. 무단 소액결제 피해자는 368명, 피해액은 2억43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과기정통부는 보안 조치가 총체적으로 미흡했다는 점을 근거로 계약 해지를 원하는 가입자에 대해 위약금 면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 직후 KT는 고객 보상 조치를 내놨다. 2주간 위약금 면제와 데이터 추가 제공 등이 뼈대다. 2025년 12월 31일부터 2026년 1월 13일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해지를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환급 방식의 위약금 면제를 적용한다. 면제 기간 종료 시점까지 서비스를 유지한 고객에게는 별도 ‘보답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KT는 이번 보상 규모를 45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서버 폐기 등 죄질 더 나쁜데

‘솜방망이’ 과태료 처분만

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박 후보 속은 편치 않다. KT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이 많아서다. 특히, 통신 업계에서는 해킹 경로로 지목된 펨토셀을 둘러싼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는다. 펨토셀은 실내 통신 품질을 높이려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초소형 이동통신 기지국이다. KT 해킹 사태에서는 이 장비가 통신 도·감청이나 불법 침투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상 펨토셀이 도·감청이나 불법 침투 위험이 없는지 ▲이를 검증하기 위해 KT가 어떤 기술 조치를 취했는지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KT가 전면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 회사 차원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정부 역시 “불법 펨토셀 침투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만 내놨다. 안정성을 보증하거나 이용자 불안을 잠재울 세부 대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 탓에 통신 업계에서는 펨토셀 전면 가동 중단 등 보다 강력한 이용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신 업계 해킹 사고 가운데 KT 죄질이 더 나쁘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박 후보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KT는 서버 폐기, 악성코드 대량 삭제 등 해킹 은폐·조사 방해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연동 ‘과징금’이 아니라, 3000만원 이하 ‘과태료’라는 ‘솜방망이’ 처벌만 받게 됐다. 이유는 이렇다. 매출액 연동 과징금 같은 행정처분은 위반 행위 존재뿐 아니라 범위·지속 기간·고의성·관리 책임이 객관적 증거로 특정돼야 한다. KT의 경우 해킹 사실 자체는 인정됐지만, 핵심 서버가 사고 이후 폐기됐다. 이 탓에 로그, 계정 접근 기록, 악성코드 잔존 흔적이 사라졌다.

KT 사태로 개인정보보호법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과기정통부 ‘과태료’는 관리·기술적 보호조치 미흡을 이유로 부과할 수 있지만, 비교적 낮은 금액에 그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매출액 연동 ‘과징금’은 개인정보 침해는 물론, 매출과 연계됐다는 입증이 필수다. KT 사태의 경우, 총체적 관리 부실이 인정됐지만, 개인정보 침해 범위와 규모는 서버 폐기로 입증할 길이 막혔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침해 사실과 범위를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한 기업은 가장 강한 제재를 받고 사고 흔적을 제거한 기업일수록 처벌 상한이 낮아지는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를 드러낸 것”이라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자 박 후보는 임기 초반 신사업보단 사고 수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됐다. KT는 정보보안 혁신TF를 출범해 정보보안최고책임자(CISO) 중심 책임 체계를 강화한다. 경영진·이사회 차원 정기 점검과 외부 전문기관 모의 해킹도 상시화한다. KT 내부 인사·조직개편은 해킹 사태 수습과 맞물려 조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킹 조사 결과발표와 후속 조치가 진행되는 중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는 적잖은 부담이 따른다. 이 때문에 현 경영진 일괄 퇴진이 이뤄진 뒤 인사·조직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통신 업계에서는 해킹 사태 수습 1차 국면이 마무리되는 2026년 1월 중 인사 단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배구조 정비와 이사회와 관계 설정도 갈급한 과제다. 과거 KT 이사회가 사내이사 권력 과잉 구도였다면, 현재는 사실상 사외이사가 권력 헤게모니를 장악해 또 다른 지배구조 불균형이 초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논란은 사외이사 역할 충돌 우려다. KT 이사회는 최근 이사회 규정 제8조를 개정해 주요 조직의 설치·변경·폐지 시 ‘사전보고’ 조항을 없애고 사전심의·의결을 받도록 했다. 차기 대표이사가 조직을 손보려 해도 사외이사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경영 정보를 비정기적으로 접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빠른 판단이 필요한 조직 개편이나 사업 조정까지 관여하는 건 ‘월권’이라는 지적이 많다.

통신 3사 모두 해킹 사태를 겪은 터라 피말리는 점유율 경쟁도 치러야 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KT는 악성코드 감염 사실을 알고도 보안을 강조하며 가입자를 유치했다. KT 위약금 면제를 기회로 경쟁사들이 사활을 걸고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경우 가입자 수 판도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2호 (2026.01.07~01.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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