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볼까 말까 고민이신가요”...서학개미 유턴계좌 사용 설명서
정부가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를 향한 국내 증시 유인책을 내놨다. 이른바 국내 증시 유턴계좌(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다. 개인 투자자가 보유 중인 해외 주식을 팔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1년간 장기 투자할 경우,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준다는 내용이다. 감세 혜택은 해외 주식 매도액 5000만원까지 적용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해외 주식 매매로 번 돈이 25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액의 2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세액 감면 혜택은 복귀 시기에 따라 차등 부여된다. 2026년 1분기(1~3월) 복귀 시 양도소득세 100%, 2분기(4~6월) 복귀 시 80%, 하반기(7~12월) 복귀 시 50%가 면제된다. 달러의 국내 유입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예컨대 해외 주식을 1750만원에 매수한 뒤 평가액이 5000만원이 됐다면 양도차익은 3250만원이다.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3000만원에 세율 20%를 적용하면 세금은 600만원이다. 1분기 중 국내 투자로 복귀하면 이 세금이 전액 면제된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RIA 계좌 셈법이 분주하다. 분명한 건, 조건이 맞다면 활용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관건은 지금 보유한 자산 중에 ‘충분히 올라 팔아도 되는 수익’이 있는지다. ①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종목이나 ② 목표 수익률을 이미 달성한 종목이라면, 세제 혜택을 활용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국내 장기 투자로 옮기는 전략이 합리적이다. 2026년 코스피 전망도 나쁘지 않아서다.
반대로 단기 매매 비중이 크고 자금 유동성이 중요한 투자자라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절세로 아낄 세금보다 자금이 묶이는 부담이 더 클 수 있어서다.

전용 통로·1년 운용·일부 ETF 제한
RIA 계좌는 정부가 해외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설계한 일종의 ‘전용 통로’다. 해외 주식을 팔고 원화로 환전한 뒤 국내 투자로 이어지는 과정을 한 계좌 안에서 관리한다. 매도 대금이 실제로 환전됐는지, 일정 기간 국내 시장에 머무르는지를 당국이 확인할 수 있도록 구조가 짜였다.
한 가지 헷갈리면 안 될 지점이 있다. RIA 계좌는 기존 해외 주식 계좌를 ‘갈아타는’ 개념은 아니다. 기존 계좌를 운영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고 싶은 매매만 RIA 계좌로 분리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용법은 단순하다. ① 먼저 증권사에서 RIA 계좌를 개설한다. RIA 계좌 출시 시점은 1월 말~2월 초로 예상된다. ② 기존 해외 주식 계좌에 있던 종목 가운데 수익 실현을 원하는 종목만 이 계좌로 옮긴다. 이체만으로는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③ RIA 계좌 안에서 해당 해외 주식을 매도한 뒤 달러를 원화로 환전한다. ④ 이후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를 매수한다.
①부터 ④까지 모든 과정이 RIA 계좌에서 이뤄져야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 감면 대상이 된다.
주의할 점도 있다. ‘최소 1년’이라는 시간 제약이다. RIA 계좌 속 자금은 1년 이상 국내 증시에 투자해야 세제 혜택이 확정된다. 매수와 매도 사이에 기간이 얼마까지 벌어져도 되는지 등 세부 사항은 조율 중이다.
만약 중간에 자금을 인출하거나 보유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감면받은 세금이 추징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1년 이상 국내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면 추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목 수와 거래 수는 제한이 없다. 국내 주식 여러 종목을 사고팔 수 있다. 다만 TIGER 미국S&P500 ETF 등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거래 대상에서 제외된다. 추종 대상이 미국 증시이기 때문이다. 이들 ETF는 양도소득세 감면 대상 상품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는 추후 포함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상장 ETF는 배당소득세 원천징수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해 시스템 개발에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된다”며 “신속한 환율 대책 시행을 위해 우선순위에서 밀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형 또는 주식·채권 혼합형 ETF 역시 아직은 포함 안 된 상태다. 정부는 RIA 투자 대상에 국내 주식뿐 아니라 채권형 또는 주식·채권 혼합형 ETF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달러 환율 안정화를 목표로 달러를 한국에 가져오는 게 최우선인 만큼, RIA 투자 대상을 너무 엄격하게 규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동성 여유·수익 구간이 핵심
RIA 계좌는 모두에게 유리한 만능 절세 통로는 아니다. ‘절세’라는 단어에만 이끌려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금물이다. 세금을 아끼는 대신 1년 보유라는 제약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사이 국내 증시 흐름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당장 자금이 급하게 필요하지 않은 투자자다. RIA 계좌로 옮긴 뒤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최소 1년 동안 자금이 묶인다. 그 기간 동안 시장 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 단기 매매 위주의 투자자라면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둘째, 이미 충분히 오른 종목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아직 기업가치 대비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종목을 서둘러 정리할 이유는 없다. 반대로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거나, 펀더멘털 대비 고점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되는 종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차피 한 번은 차익 실현을 고민해야 한다면, 세제 혜택이 있는 지금이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늘릴 생각이 있을 때다. 시점은 나쁘지 않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2026년 코스피 전망이 긍정적이어서다. 주도주인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가능성과 정부 차원 증시 부양 의지가 근거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익 증가와 밸류업 정책 등에 따른 멀티플 리레이팅(재평가)이 병행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증시 방향성은 실적과 유동성의 함수다. 두 조건이 동시에 개선되는 국면에서는 지수의 하방이 견고해진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현재 코스피가 놓인 환경이 그렇다”고 말한다.
우선, 주요 기업 실적은 개선 흐름이다. 코스피 당기순이익 추이로도 드러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코스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5조원, 168조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5년을 기점으로 200조원 시대를 열 전망이다. 2025년과 2026년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각각 220조원, 309조원이다. 과거에도 이 같은 순이익 상승 구간에선 코스피지수 앞자리가 변할 만큼 지수가 상승했다. 코스피 1000포인트를 넘어선 시점(2005년 3월) 전후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순이익이 늘어나는 구간이었고, 2000포인트를 돌파한 2016년 12월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순이익이 큰 폭으로 치솟으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유동성을 늘릴 정부 정책도 호재다. 정부 차원의 ‘자본 투입’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대표 사례다. 정부는 해당 펀드를 활용해 전략 산업 직접 지분투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체리 피킹’ 꼼수 우려도
다만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급하게 추진된 정책인 만큼 곳곳에 ‘허점’이 있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선 이미 “미국 주식을 팔아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고, 다른 계좌에서 다시 사면 된다”는 이른바 ‘체리 피킹(좋은 것만 골라 취하기)’ 전략이 공유된다. 예컨대 엔비디아와 삼성전자를 동시에 보유한 투자자가 있다고 하자. 이 투자자는 엔비디아를 매도해 RIA 계좌로 옮긴 뒤 SK하이닉스를 매수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SK하이닉스를 판 자금으로 다시 엔비디아를 사들일 수 있다. 일종의 교체 매매다.
현 제도만 놓고 보면 이를 막기 쉽지 않다. 투자자가 RIA에서 국내 주식을 1년간 보유한다는 요건만 충족하면, 다른 계좌에서 해외 주식을 재매수하는 행위를 제한할 방법이 없다. 자칫 제도의 핵심 목표인 ‘달러 자금의 국내 유입’이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이런 허점을 알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조세 회피성 거래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RIA의 투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나 조세 회피를 방지하는 대책 등에 대해서 검토 중”이라며 “1월 중 추가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 업계 일각에선 불안한 시선을 내비친다. 혹여나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사후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투자자들이 아예 제도 참여를 꺼릴 수 있다”며 “RIA는 어디까지나 해외 자금을 국내로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인데, 규제가 과도해지면 당초 목표와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반복적·의도적 조세 회피가 확인될 때 선별적으로 제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투자자의 자율성과 시장 활성화라는 큰 틀 안에서 보완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2호 (2026.01.07~01.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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