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정 선 마두로 "난 여전히 베네수엘라 대통령, 결백하다"

강태화 2026. 1. 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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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나는 여전히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라며 “나는 품위 있는 사람이고, 유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5일(현지시간) 니콜라사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법원 출석을 위해 마약단속국 요원들에게 호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두로는 이날 정오(한국시간 6일 새벽 2시)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기소인정 여부 확인 절차에 출석해 자신에게 적용된 마약 밀거래 관여 혐의에 대해 “나는 결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첫 법정 출석…유죄 확정 시 ‘종신형’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20년 마약 밀매 등 이른바 ‘마약테러’ 혐의로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 법정에 출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5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맨해튼 연방 법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헬리콥터에서 내리는 모습.AP=연합뉴스

미 법무부는 지난 3일 공개한 기소장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과 공모해 수천 톤의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반입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이를 수용해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기소장에는 마두로 대통령뿐 아니라 배우자인 실리아 플로레스, 아들, 베네수엘라 내무장관과 법무장관, 전 내무장관, 베네수엘라의 국제마약·범죄조직 트렌데 아라과 수장으로 알려진 헥터 루스덴포드 게레로 플로레스 등도 피고인으로 적시됐다.

체포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5일(현지시간) 뉴욕 연방 법원으로 향하며 맨해튼 다운타운 헬리포트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소장은 마두로 대통령과 배우자 플로레스가 마약 자금 채무자나 마약 밀매 활동을 방해한 이들에 대한 납치, 구타, 살인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라카스에서 지역 마약조직 보스를 살해한 혐의도 포함됐다.

플로레스는 또한 2007년 대규모 마약 밀매업자와 베네수엘라 국가마약단속국 국장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대가로 수십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주권국 ‘정상’ 이송…헬기·장갑차 이동

마두로는 이날 오전 7시15분께 수감돼 있던 뉴욕 브루클린의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서 높은 수위의 경비태세 속에 법정으로 이동했다.

현지시간 5일 미국 뉴욕시에서 마약 테러, 공모, 마약 밀매, 자금 세탁 등 미국 연방 혐의로 기소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맨해튼 연방 법원에서 기소 후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마약단속국(DEA) 등의 중무장 요원들이 헬기장에서 수갑을 찬 것으로 보이는 마두로 대통령과 플로레스를 끌고 가는 모습이 목격됐고, 이들은 이어 헬기와 장갑차에 태워져 법원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권국가의 현직 정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인사를 이송하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현지시간 5일 뉴욕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의 기소 심리에 참석한 후, 경찰이 마두로 지지자들의 반대 시위를 통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는 내 나라의 대통령”…‘불법 체포’ 주장

마두로는 배우자와 함께 이날 오후 12시 1분께 법정에 입장했다. 죄수복 차림으로 발목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마두로는 법정에 도착하자마자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체포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현지시간 5일 미국 뉴욕시에서 마약 테러, 공모, 마약 밀매, 자금 세탁 등 미국 연방 기소 사항에 대한 첫 출두를 위해 연방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임명해 마두로 관련 사건을 10년 넘게 담당하고 있는 92세의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마두로에게 신분 확인을 요청하자, 마두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페인어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며 “나는 내 나라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라며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내 집에서 체포됐다”고 말했다.

플로레스 역시 “나는 베네수엘라 공화국의 영부인”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확인했다. 주권국가 원수로서의 면책 특권을 주장하며 자신에 대한 미국의 체포 작전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을 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지시간 5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가 법원 출석을 위해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1990년 미국에 체포된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가 미국 법정에서 펼쳤던 주장과 유사하다. 그러나 당시 미국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노리에가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앞서 이날 오전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마두로는 베네수엘라의 정당한 대통령이 아니라 마약 범죄조직의 수장”이라며 “불법 마약 테러리스트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엔 헌장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나 국가 원수와 동일한 대우를 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시간 5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마이클 월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발언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나는 결백”…보석신청 하지 않아

마두로는 이날 법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나는 품위 있는 사람으로 무죄이다. 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여전히 내 나라의 대통령”이라며 “(기소 내용에 대해)변호사와 부분적으로 얘기를 나눴고, 여기에 언급된 어떤 혐의도 유죄가 아니고 나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배우자 플로레스 역시 “완전히 죄가 없다”고 했다.

현지시간 5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가 법원 출석을 위해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두로 측은 베네수엘라 영사관과 면담할 권리가 있다는 판사의 말에 “영사 방문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영사관 방문을 요청했다. 이어 변호사를 통해 “마두로는 현재 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며 보석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플로레스에 대해선 “지금은 보석을 신청하지 않겠다”면서도 “치료가 필요한 몇 가지 건강 및 의료 문제가 있어 향후 보석을 신청하겠다고”로 했다. 체포 과정에서 골절과 타박상을 입어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CNN에 따르면 플로레스는 머리에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현지시간 5일 미국 뉴욕시에서 마약 테러, 공모, 마약 밀매, 자금 세탁 등 미국 연방 혐의로 기소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맨해튼 연방 법원에서 기소 후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첫 심리는 30분만에 끝났고, 재판부는 다음 심리일을 3월 17일 오전 11시로 지정했다. 마두로는 이날 재판 과정을 기록한 메모를 보관할 권리를 주장하며 법정을 떠났다.


아들 “국제 연대”…부통령은 행정·입법 장악

마두로의 법정 출석이 이뤄진 이날 마두로의 아들인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는 베네수엘라 의회 개원식에서 “국가원수 납치가 일상화된다면 어떤 나라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세계 안정과 인류, 국가 주권과 평등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방장관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왼쪽에서 두 번째) 및 베네수엘라 내무·사법·평화부 장관 디오스다도 카벨로(2026년 1월 4일 카라카스 부통령청에서 열린 각료회의 중)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면서 “나와 내 가족은 박해를 받고 있다”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국제적 연대는 선택적 정치 행위가 아닌 윤리적, 법적 의무”라며 국제적 연대를 촉구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의회는 이날 마두로가 미국으로 압송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동생 호르헤 로드리게스를 국회의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로드리게스 부통령 남매는 베네수엘라의 행정부와 입법부를 동시에 장악하게 됐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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