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차 보급 목표 상향…경제 현실 맞나 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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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신차 판매 절반 친환경차로 의무화
온실가스 감축 중요하지만 과속은 금물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채우도록 하는 기준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어제 ‘연간 저공해 자동차 및 무공해 자동차 보급 목표’를 고시함에 따라서다. 지난해엔 친환경차 보급 목표가 26%였지만, 앞으로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50%로 높이게 된다. 이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차량 한 대당 300만원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지난 윤석열 정부 때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에서 정한 금액이다. 이런 기여금은 결국 차값 인상 압력으로 작용해 소비자 부담으로 떠넘겨질 우려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도 중요한 과제지만, 현실적인 사정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2035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줄이는 내용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확정했다. 그중 수송 부문에선 온실가스 배출량을 60.2~62.8%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내 시장에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최대한 많이 보급하는 게 관건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9월 투자설명회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의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59%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데서 보듯, 자동차 업계도 친환경차 비중을 늘려 나가려 하고 있다. 다만 업계가 자율적으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확대하는 것과 정부가 제도적으로 친환경차 보급을 의무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칫 의욕만 앞서 과도한 목표를 세웠다가 목표 달성도 실패하고 경제 활성화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이 발생해선 안 된다. 결국 이 문제는 산업계의 준비 상황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려하면서 풀어 나가야 한다. 가령, 하이브리드 차량의 계산법에서도 정부와 업계의 시각 차이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말 행정예고 이후 의견 수렴 과정과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쳤다고 했지만, 이해당사자인 업계와 충분한 소통이 이뤄졌는지는 불분명하다.
한때 신규 내연기관 차량 퇴출을 추진했던 유럽연합(EU)이 일부 허용으로 후퇴하는 등 해외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당초 EU는 2035년까지 신차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가 이 수치를 90%로 완화하기로 했다.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신규 내연기관 차량의 전면 금지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결과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목표는 유럽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도 해마다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상향하는 조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인지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단순히 의욕만 갖고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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